10대·90대 이상 어르신이 농사를?…경기도, 가짜 농부 54명 적발

중앙일보

입력 2021.05.07 11:36

경기도청 전경. 경기도

경기도청 전경. 경기도

싼값에 농지를 산 뒤 지분을 쪼개 팔거나 불법 임대하는 등 수법으로 이득을 챙긴 가짜 농부들이 경기도에 적발됐다.
경기도 반부패 조사단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추진하는 6개 개발사업지구와 3기 신도시 7개 개발지구에서 2013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거래된 농지 7732필지를 감사해 가짜 농부로 의심되는 54명을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10억원 이상 투기 의심자 18명 경찰 고발  

조사 대상인 7732필지 중 321개 필지(38만7897㎡)에서 농지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 ▶농지투기의심(54명) ▶불법임대(733명) ▶휴경(279명) ▶전용 등 불법행위 6명 등이다

농지 투기가 의심되는 54명은 축구경기장 12배 크기인 156필지 12만1810㎡를 345억1000만원에 산 뒤 이를 2214명에게 0.08∼1653㎡씩 쪼개 팔아 581억9000만원을 챙겼다.
경기도는 이들 중 10억원 이상의 투기 이익을 챙긴 18명을 농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나머지 38명은 관할 시·군을 통해 고발하도록 했다.

A씨는 농업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취득한 뒤 평택 현덕지구에 있는 농지 31개 필지 9973㎡를 2016년 9월 21일부터 2020년 9월 22일까지 33억 6천만원에 샀다. 소유권 이전등기일부터 이 땅을 167명에게 89억9000만원에 팔아 56억 3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수법으로 50억원 이상 시세 차익을 챙긴 사람만 3명이고 이들이 사들인 농지는 주로 평택 현덕, 과천 과천, 남양주 왕숙1·2지구 등에 집중됐다.

불법 임대·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도 적발

조사 과정에서 불법 임대 정황도 포착됐다. 733명이 소유한 농지 183개 필지 28만3368㎡가 정당한 사유 없이 불법 임대된 것도 확인됐다. 농사를 짓겠다며 발급받은 농지취득 자격 증명을 받은 733명 중 91%(663명)가 소유한 농지와 30㎞(직선거리) 이상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주최로 열린 '농지 이용한 투기세력, 철저하게 수사?감사하라! 3기 신도시 지역, 농지법 위반 의혹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주최로 열린 '농지 이용한 투기세력, 철저하게 수사?감사하라! 3기 신도시 지역, 농지법 위반 의혹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농지 매입 후 수년째 농사를 짓지 않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19개 필지 1만238㎡(소유자 279명)도 확인됐다. 경기도는 이들 중 농지를 포장해 진입로나 주차장으로 사용하거나 재활용 의류 보관창고로 불법 전용한 6명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할 방침이다.

17~18살인 미성년자(3명)와 90대 이상인 고령자(4명)가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를 취득한 사례도 있었다. 경기도는 이들이 땅을 보유한 시·군에 농지법 위반이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도록 통보하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들의 학업이나 연령, 경제적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영농 의사를 가지고 농지를 취득했다고 보기 어려워 차명 거래에 의한 부동산 투기로 의심하고 있다"며 "이번 조사는 투기성 거래 가능성이 큰 농지를 선정해 표본 조사한 것이라 투기 근절을 위해 시군의 적극적인 농지실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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