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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팬들 '우유 동영상'에 中 뒤집혔다···중국판 프듀의 추락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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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 투표를 위해 멀쩡한 부모들이 협찬사 우유를 쏟아버리는 영상이 공개되자, 당국은 해당 프로그램의 녹화제작을 중단시켰다. [웨이보 캡처]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를 위해 멀쩡한 부모들이 협찬사 우유를 쏟아버리는 영상이 공개되자, 당국은 해당 프로그램의 녹화제작을 중단시켰다. [웨이보 캡처]

십여 명의 부모들이 간이의자에 옹기종기 앉아 잔뜩 쌓인 분홍 상자 포장 속 음료의 뚜껑을 벗긴다. 한 명이 “쏟는다”라 외치며 그릇 가득 담긴 멀쩡한 흰 우유를 개울에 버린다.

한국 프로듀스101 베낀 ‘청춘유니’ #협찬사 유제품에 팬투표 코드 인쇄 #열성팬들 부모 동원해 표몰이 광풍 #시진핑 음식낭비 금지 정면 위배에 #당국 중단 명령…제작사 "절대복종"

최근 중국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라온 ‘우유 동영상’이 인기 절정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중도 하차시켰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해 8월 “뉘 알리요 상 위의 밥이, 알알이 다 피땀인 것을”이란 한시를 인용하며 내린 먹거리 낭비 금지 지시를 정면으로 위반한 결과가 돼서다.

여기에 중국 방송계에 만연한 간접광고(PPL)와 과잉 상술, 극성 아이돌 팬클럽의 지나친 팬덤, 음식 낭비 풍조까지 중국의 복합적인 사회 문제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송 통신심의를 담당하는 베이징 광전국은 4일 최근 고발이 접수된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가 제작하는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유니(靑春有你)’에 대해 녹화 제작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이치이도 5일 공식 SNS를 통해 “성실히 받아들이고 절대복종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아이치이는 “플랫폼의 책임을 착실하게 이행하고,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을 전적으로 지겠다”면서 “이번에 발생한 문제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청춘유니’는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이 원조다. 최종 우승에는 팬 투표가 결정적이다. 투표 방식은 일반적으로 온라인 영상 플랫폼 일반 회원이 하루 1표를 투표할 수 있고, 유료회원은 하루 2표 투표가 가능하다. 이밖에 독점 후원사의 특정 제품에 표기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여러 차례 복수 투표가 가능한 방식을 도입했다.

‘청춘유니’의 단독 협찬사 멍뉴(蒙牛)는 자사 우유 음료수 뚜껑에 복수 투표 코드를 인쇄해 판촉에 활용했다. 그러자 특정 그룹의 극성 팬클럽이 부모를 동원해 우유 사재기와 광(狂) 클릭에 나섰다. CC-TV는 팬클럽이 사들인 우유를 처분하지 못해 자선시설에 기증하거나 내다 버리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했다고 보도했다.

류쥔하이(劉俊海) 인민대 상법연구소 소장은 “4월 29일 시행된 식품 낭비방지법에 따르면 우유를 사서 마시지 않고 버리면 위법행위”라며 “폭음이나 폭식 등 식품 낭비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한 자는 최고 10만 위안(174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경제전문지 차이신은 최근 중국에서 투표나 참가자 규모, 트래픽이 수익을 결정하는 ‘유량(流量·Flow) 경제’나 ‘팬덤 경제’가 등장하면서 ‘우유 쏟기’ 영상의 부모들과 비슷한 ‘클릭 아르바이트(數據女工)’라는 새로운 직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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