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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결혼과 비슷?" 묻자 매티스 "나 독신자야" 웃음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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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가 시험에 들거나 이상한 일이 생길 때, 그 시간을 이겨내면 동맹은 더욱 강해진다."

백선엽 한미동맹상 수상 매티스 前 미 국방장관 #동맹 부인한 트럼프에 맞서 사표 던져 #"문제 없는 동맹 없다…시험 들며 더 강해져" #민감 질문 피한 '철벽남'…北 비핵화 실행이 중요 #2017년 北 도발 때 "대성당 찾아가 조용히 기도" #"좋은 의사결정 위해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70)는 4일(현지시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이 시련을 겪은 뒤 더욱 단단해졌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경시'가 역설적으로 타성에 젖어 있던 한·미동맹을 깨웠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가 없는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동맹의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동맹을 부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갈 수 없다며 취임 1년 11개월만인 2018년 12월 사표를 던졌다.

매티스 전 장관은 국방부가 주관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제8회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수상한 직후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만났다.

매티스는 '천상 군인'답게 민감할 수 있는 모든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당신은 당신 일을 해야 하니 질문하고, 말하지 않는 것은 내 일이니 그리하겠다"는 그와 약 17분간 팽팽한 '질문 추격전'을 벌였다.

답변 내용은 냉정했지만, 태도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동맹을 결혼에 비유해 묻자 "나는 독신자라 코멘트할 수 없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해병대 대장 출신인 그는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전장을 누벼 '수도승 전사(Warrior Monk)'로 불린다. ‘주한미군 주둔에 35억 달러나 쓸 이유가 있느냐’며 철수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은 세계 3차대전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을 주장하고 주한 미군 철수를 위협하면서 한미동맹이 약화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동의하는가.
아니, 동의하지 않는다. 여러 면에서 볼 때, 동맹은 지루한 일상이 될 수 있다. ’왜‘라는 생각을 별로 안 하고 그냥저냥 굴러가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왜 그런지 살펴보게 됐다. 그 시험을 견뎌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이제 끝났다. 동맹 간 마땅히 해결해야 하는 방식으로 서로 경청하고 해법을 찾아냈다.
동맹 간 불협화음이 노출됐는데.
문제가 없는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맹의 증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에 있다. 우리는 끝까지 해결해냈다. 오늘 우리는 5년 전보다 더 강해졌다.
동맹은 결혼과 비슷한 걸까. 
나는 독신자라서 그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웃음) 하지만 그럴 것도 같다. (부부가) 아침에 일어나 계속 함께 살지 생각하나, 아니면 그만 헤어질까 생각하나. 함께 살기로 한다면 그럴만한 이유를 찾을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첫째는 약속을 하면 지키는 것이다. 신뢰하고 믿을 만한 안보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둘째는 소통 창구와 네트워크를 열어둬야 한다.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제기할 수 있는 정기적인 회합 일정이 있어야 한다.
곧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만 말하겠다. 그것은 모두 알다시피 북한 비핵화다. 한미뿐만 아니라 유엔의 문제이기도 하고, 인도 태평양 문제이며, 북서 태평양 지역의 문제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 리뷰를 마쳤다고 발표했는데.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많은 공통점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어떻게 하면 그곳(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실행에 옮기는가의 문제다. 현 상황의 진단이 중요하다. 골프로 말하면 공이 현재 놓여있는 곳에서 쳐야지 공이 놓여있기를 원하는 곳에서 칠 수 없는 것과 같다. 평화와 안정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길을 생각해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 정권 관료들도 접촉했다고 했는데.
그 질문에 절대 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내게 접근했다거나 접근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런 일에 비밀을 지킨다. (대북 정책 리뷰는)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하지 않겠다. 나는 내가 아는 것에 관해서만 이야기한다.
밥 우드워드가 쓴 『분노』를 보면 2017년 북한이 미사일과 핵 실험으로 도발할 당시 워싱턴 대성당에 찾아가 기도하고, 만약 사태에 대비해 운동복 차림으로 잠을 잘 정도였다고 하는데, 그때 실제 전쟁에 얼마나 가까웠었나.
일반적으로 나는 군을 운영하는 방법을 알고, 군대의 훈련과 장비를 책임지는 게 임무다. 하지만 내 진짜 일은, 진짜 내 일은 외교관들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어떻게 하면 평화 또는 소위 평화라고 치는 것을 1년, 1개월, 1주일, 1일, 1시간 더 유지하느냐는 것이다. 내 역할은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2017년 긴박했던 상황을 우회적으로만 언급했다. 다만 "내 참모 중에 누가 그(우드워드)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대성당에는 조용히 갔다. 당시 아무도 몰랐다. 더 이상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그는 취임 2년이 채 안 돼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방침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사퇴 서한에서 "당신은 견해가 더 잘 맞는 국방장관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동맹을 존중하라"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했다.

트럼프는 매티스를 임명할 때는 "진정한 장군 중 장군"이라고 추켜세우다가 그가 사퇴하자 "세계에서 가장 과대 평가된 장군"이라고 깎아내렸다.

임명권자에게 사표를 내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나.
아니다. 나는 동맹의 역할에 대해 내 견해를 분명히 밝혔고, 그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매티스는 퇴임 후 고향 워싱턴주로 돌아가 대학에서 강의하며 지내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화상으로 강의하는데, 스탠퍼드대부터 애리조나까지 전국 대학 5곳 강의를 하루에 뛰기도 한다"며 매우 바쁘게 지낸다고 했다. 외교 및 국제 관계, 리더십 과목을 맡았다.

리더의 가장 큰 덕목은 올바른 의사 결정이다. 의사결정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뭔가.
호의를 베푸는 결정을 할 때는 다른 사람을 우선 배려한다. 리더들은 남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생명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라면 먼저 문제를 아주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왜냐하면 틀린 질문에 정답을 생각해내면 그것은 여전히 틀린 답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제를 아주 잘 정의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주어진다면 어떻게 생각을 정리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문제를 정의하는 데 55분을 쓰고, 5분 안에 세상을 구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문제를 정의하지 않거나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을 너무 많이 본다. 우선, 문제의 본질에 대해 동의해야 한다. 그리고 아주 구체적이 돼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해법에도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종종 사람들이 해결책에 동의하지 않아 분노하거나 역기능을 겪는 것을 본다. 하지만 애당초 그들은 문제가 무엇인지에 동의한 적이 없다. 

그는 지휘관 시절 병사들에게 파병된 지역의 문화를 존중할 것을 늘 강조했다. 현지인처럼 수염을 기를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매티스는 "분쟁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취지였다"면서 "사람들의 신뢰와 마음, 생각, 애정을 잃으면 가장 중요한 전장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에 참전한 노병에게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뭐였냐고 물은 적이 있다. 얼마나 추웠는지 또는 전우를 잃은 경험을 얘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한국인들의 고통이라고 답했다. 모든 전장은 인도주의적인 장(場)이다."

'미친개'라는 별명을 왜 싫어하나.
그건 기자가 지어낸 얘기라서 그렇다. 내 진짜 별명은 카오스(CHAOS)다. 대령 시절 부하들이 나 몰래 화이트보드에 써놓은 걸 우연히 봤다. Colonel Has Another Outstanding Solution의 앞글자라고 했다. 그들은 생각만큼 내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 여기지 않았던 모양이다. (웃음)

우리 말로는 '대령님이 또 탁월한 해법이 있다고 하시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매티스 장군이 부하들로부터 얼마나 존경과 신망을 받았는지 보여주는 일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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