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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노매드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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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쇼의 주인공이 된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에서 귀추가 주목되었던 또 하나의 부문이 있었다면 바로 촬영상이다. 결국 ‘맹크’의 촬영감독 에릭 메서슈미트가 스타일리시한 흑백 화면으로 트로피를 가져갔지만, ‘노매드랜드’에서 조슈아 제임스 리처드의 카메라가 담아낸 로케이션은 진정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하고 압도적인 풍경들이었다.

롱 숏 혹은 익스트림 롱 숏으로 표현된 이 영화의 이미지들은 말 그대로 노매드(유목민)의 삶을 사는 펀의 여정이다. ‘뱅가드’(선구자)라는 이름을 붙인 밴을 집 삼아 미국 전역을 떠도는 펀의 삶은 단순하면서도 건조하다. 그는 노동하고 운전하고 끼니를 때우고 때가 되면 싼다. 이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면 퍽퍽한 여행 다큐가 되었을 ‘노매드랜드’는, 그러나 매우 감성적이다.

노매드랜드

노매드랜드

이유는 두 가지다. 펀이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서정적인 풍경 때문이다. 광활한 주차장에 홀로 서 있는 뱅가드, 80피트 공룡 구조물, 등불 하나를 들고 어둠 속을 걸어가는 펀, ‘어벤져스’가 상영중인 썰렁한 극장 앞, 그리고 텅 빈 공장. 특히 이 영화에서 ‘길’은 중심 이미지인데 ‘노매드랜드’는 도로를 달리는 뱅가드로 영화를 닫으며, 펀의 ‘정착을 거부하는 삶’은 계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차의 뒷모습이 이처럼 외로울 수 있다니… 어쩌면 이것은 진정한 물아일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