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신규확진 1190명…휴일영향에 전날보다 233명↓

2021-10-25 09:32:39

노르웨이선 왜 여성도 군대 가나

중앙일보

입력 2021.05.07 00:02

업데이트 2021.05.07 00:32

지면보기

종합 01면

노르웨이는 2016년부터 여성징병제를 시작했다. [사진 노르웨이]

노르웨이는 2016년부터 여성징병제를 시작했다. [사진 노르웨이]

‘여성 징병제’ 논의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처음 가는 길인지라 여성 징병제를 채택한 외국 사례를 살펴보려는 시도도 많다. 특히 노르웨이가 많이 거론되는데, 여성 징병제 논의를 유럽 전역에 확산시킨 나라이기 때문이다. 2013년 노르웨이가 여성 징병제를 승인한 뒤 스웨덴·네덜란드가 뒤따랐고,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등도 현재 논의 중이다. 하지만 노르웨이에서도 여성 징병제가 순조롭게만 도입된 건 아니다. 논쟁이 가장 뜨겁게 불붙은 건 2013년이었다. 같은 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고, 장관끼리도 생각이 달랐다.

노르웨이 여성 징병제 도입 5년
총 2만4000여 명 소수정예 병력
5단계 입대시험, 남녀 15%만 통과
월급 72만원, 입시 때 군 가산점도
한국은 인기영합 접근, 갈등 불러

노르웨이 ‘여성 징병제’ 논쟁, 평등·국방 집중한 정치권이 풀었다

Female soldier in uniform saluting outdoors. Military service [Shutterstock]

Female soldier in uniform saluting outdoors. Military service [Shutterstock]

찬성 측은 병역은 사회적 의무며 남녀 모두 동등하게 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출산·육아에 대한 부담이 남성보다 여전히 큰 상황에서 병역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치열한 논쟁 끝에 여론은 여성 징병으로 기울었다. 국방력 강화를 위해 우수한 여성을 징집하는 게 낫다는 국방부 논리도 한몫했다. 2013년 6월 노르웨이 국회는 의원 95명 중 90명이 찬성하며 여성 징병제를 최종 승인했다.

노르웨이 여성의 입영이 시작된 건 2016년 여름이었다. 놀라운 점은 노르웨이가 남녀 공용 내무반을 운영했다는 점이다. 노르웨이 군에 따르면 징병된 여성 병사의 63%가 남성과 같은 숙소를 썼다. 노르웨이의 과감성에 세계는 충격을 받았고, 각국 언론사의 취재가 잇따랐다.

“성범죄 예방” 남녀공용 내무반 실험

노르웨이는 2016년부터 여성징병제를 시작했다. 남녀가 함께 군사훈련을 받는 모습.

노르웨이는 2016년부터 여성징병제를 시작했다. 남녀가 함께 군사훈련을 받는 모습.

남성 병사 카스페르 샤바는 “처음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나니 편안해졌다. 여자애들도 우리처럼 (편하게) 행동하더라”고 싱가포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와 같은 방을 쓰는 여성 병사 이네 그림스부는 “남자들도 우리를 잘 대해주고 존중한다. 함께 지내는 데 문제없다”고 했다.

노르웨이가 ‘남녀 합방’이라는 급진적 시도를 한 건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실제 성범죄가 줄어드는 효과도 확인됐다. 2010년 조사에선 여성 군인의 20.3%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했지만 2016년엔 15%로 줄었다.

물론 노르웨이 징병제는 우리와 여러 측면에서 상당히 다르다. 징병제이지만 입대하려면 입사시험에 가까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노르웨이 상비군 병력은 2만4000여 명(전체 인구의 0.4%)으로 우리 해병대보다 적다. 입영 대상 연령인 19세 남녀 6만여 명 중 8000~1만여 명만 징병된다. 의무복무 기간은 19개월이며, 1년만 병영생활을 하고 나머지 7개월은 우리의 향토예비군 같은 형태로 복무한다.

노르웨이는 설문-필기검사-체력검사-건강검진-면접 등 다섯 가지 과정을 거쳐 입영 대상자를 선별한다. 첫 단계 설문에서 약 3분의 1 정도만 선별해 다음 과정으로 넘긴다. 이어 필기검사·체력검사·건강검진을 차례로 통과해야 최종 입영 대상자가 된다.

노르웨이는 여성 징병을 시작할 때부터 남녀가 같은 방을 사용하도록 했다. 보통 여성 2명, 남성 4명이 배정된다. [사진 Ruptly 영상 캡처]

노르웨이는 여성 징병을 시작할 때부터 남녀가 같은 방을 사용하도록 했다. 보통 여성 2명, 남성 4명이 배정된다. [사진 Ruptly 영상 캡처]

프랑크 스테데르(Steder) 노르웨이 국방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노르웨이는 안경을 쓴다거나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어도 입대가 불가능하다”며 “최종적으로 전체 대상자의 10~15%만 군복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는 양심적 병역거부 절차도 간소화돼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신청만 하면 특별한 심사 없이 국가가 승인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포함한 면제자들은 3주간 교육과정을 거쳐 한 해 이틀 훈련으로 군 복무를 대체한다.

노르웨이군 입대 조건이 까다로운 이유 중 하나는 소수 병력에게 풍부한 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인 면도 있다. 월급은 입대 직후 5400크로네(약 72만원) 정도로 아주 많은 편은 아니지만 기타 혜택이 풍부하다. 배우자·자녀 여부에 따라 추가 수당을 받고, 주택 임대료·융자, 난방비, 지방세 등 혜택도 있다. 주 42.5시간제 근무를 준수하고, 산재보험·장애보장도 하는 등 복지 제도가 뒷받침돼 있다.

북유럽엔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내용의 ‘얀테의 법칙’이라는 행동규범이 있다. 요즘 젊은층에선 좀 덜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배적 정서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 Poul Krogsgard]

북유럽엔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내용의 ‘얀테의 법칙’이라는 행동규범이 있다. 요즘 젊은층에선 좀 덜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배적 정서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 Poul Krogsgard]

노르웨이는 군 복무를 마친 이들에게 가산점도 부여한다. 이 점수는 대학교·대학원 입시에 적용된다. 이 때문에 징병제 국가인데도 노르웨이 군은 직장으로서의 선호도 상위권에 올라 있다. 최근 노르웨이 언론 조사에 따르면 IT 계열 학생의 군대 선호도는 전체 직장 중 5위며, 인문 계열 11위, 공학 계열에선 13위에 올랐다. 여성 징병제가 시행된 2016년 말 병사 만족도 조사에서도 여성은 90%, 남성은 83%가 군대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노르웨이 여성 징병제는 소모적 갈등을 줄이고 제도적으로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북유럽 특유의 성평등을 향한 열망, 노르웨이군의 사회적 위상과 복지 등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한국도 제도권 중심 숙의 과정 필요”

특히 정치권이 주도해 초반 어수선했던 여성 징병제 논쟁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동등한 의무와 권리’ ‘국방력 강화’에 집중해 불필요한 논쟁을 차단했다. 박진수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의 경우 일부 정치인이 인기영합적 차원에서 여성 징병제를 제기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며 “사회적 갈등을 제도권 내부로 흡수해 숙의를 거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M
‘모바일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콘텐트를 ‘중앙일보+M’에서 소개합니다. 중앙일보 앱을 다운로드하시면 정치와 글로벌 이슈를 해설하는 정글, 혁신기업 트렌드를 소개하는 뉴스레터 팩플, 개인 투자자를 위한 주식정보 앤츠랩 등 다양한 프리미엄 콘텐트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