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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 김부겸 참회의 청문회…발끈했다가도 곧장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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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6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반성'과 '참회'의 연속이었다. 야당의원들의 잇따른 의혹 제기에 잠깐 발끈했다가도 곧바로 사과했다. 야당엔 공감을 표시하고 오히려 여당에 쓴소리하는 장면도 있었다. 4ㆍ7 재보선에서 확인된 냉랭한 민심, 앞서 '슈퍼 화요일'로 불린 지난 4일 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고전했던 경험이 김 후보자에게도 영향을 준 듯 했다.

"부끄럽다" "반성·참회"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뉴스1

김 후보자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대체로 낮은 자세로 임했다. 김 후보자 부부의 자동차세 및 과태료 수십건 체납 사실에 대해 박재호 민주당 의원이 “준법의식이 결여된 것 아니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공직 후보자로서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해 ‘피해 호소 고소인’이라고 지칭한 데 대해선 “거듭 피해자한테 사과드린다. 성인지 감수성 부분이 많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또 김 후보자는 저서에 자신이 학창 시절 ‘왕따’ 가해자였다고 고백한 데 대해서도 “반성하고 참회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김 후보자는 “부모세대로서, 기성세대로서 20·30세대한테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공급 대책에 대해 정부는 확실한 의지를 갖추고 있다”며 “청약 가점제 외에 젊은이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쿼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자폭탄, 민주적 방식 아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6일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6일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 후보자는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애를 썼다. 코로나 19 백신 공급 부족 문제에 대해선 “대부분이 가짜뉴스”라며 “백신에 대한 불신을 키워서 우리 모두가 함께 극복하는 지난 1년 반의 고생이 자칫하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야당이 유언비어성 문제를 조장하는 것도 있겠죠”라는 여당 의원 질문엔 “야당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반대로 민주당의 주류 세력인 소위 '강성 문파’를 자극할만한 발언도 가끔 나왔다.
민주당 내 강성 당원들의 ‘문자 폭탄’ 논란에 대해선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민주적인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에 대해선 “바깥 여론을 대통령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인신 모독성 전단을 뿌린 30대 남성에 대해 문 대통령이 모욕죄 처벌 의사를 밝혔던 것과 관련해선 “대통령이 조금 폭넓게 보도록 참모들이 보좌했으면 어땠을까”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에 대해선 “조 전 장관이 기대에 못 미쳤다”며 “특히 젊은 층에 여러 상처를 준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서도 김 후보자는 “일부 의원의 개인 의견으로 알고 있다”며 강경파 의원들 주장과는 거리를 뒀다.

野 의원과 두 차례 설전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재해 현장에서 기념촬영 및 술자리를 가졌다며 국민의힘이 공개한 사진.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재해 현장에서 기념촬영 및 술자리를 가졌다며 국민의힘이 공개한 사진.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야당과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장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과의 설전이 특히 아슬아슬했다. 이 의원은 먼저 2019년 4월 강원도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던 김 후보자가 민주당 인사와 재해 현장에서 기념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또 2020년 8월 초 전국적인 수해가 발생했을 당시 저녁 식사 중인 김 후보자의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 의원은 “사진 뒤편이 다 잿더미이고 소가 불에 타 죽어 농민들은 쓰러져 울고 계셨다”, “물난리엔 술판, 불난리엔 기념촬영. 물불 안 가리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하신 분을 어떻게 총리로 모실 수 있는가”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처음엔 “제가 사려 깊지 못했다”고 사과했던 김 후보자도 결국 "인격 모독하지 말라"고 받아치며 설전이 벌어졌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뉴시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뉴시스

김 후보자 둘째 딸 부부의 라임 사모펀드 ‘테티스 11호’ 투자 특혜 의혹도 논란이 됐다. 테티스 11호는 김 후보자의 둘째 딸과 사위, 손자(6)ㆍ손녀(3) 등 4명이 12억원을 투자했고, 여기에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특수관계인 법인이 355억원을 투자한 펀드다. 이 펀드는 다른 라임 펀드와 달리 환매 수수료, 성과 보수가 0%인 데다 환매 제한도 사실상 없어 야당에선 “유력 정치인 일가에 특혜를 준 로비용 펀드”란 비판이 나왔다.
이에 김 후보자는 “사위와 차녀는 현재 기준으로 보면 현재로썬 다른 라임 펀드 가입자들하고 똑같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독립가정을 꾸리고 있는)제 사위는 저하고 경제 단위가 다르다”며 자신과는 무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이 웃자 김 후보자는 “제가 지금 비웃음 받으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다. 이게 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감정을 추스르며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7일에도 이어진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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