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美 접촉 시도 또 무시…WP “美 협상대표 임명 안할듯”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스1]

미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검토를 끝낸 대북정책 리뷰를 전달하기 위해 북측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WP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이날 칼럼에서 2명의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미 정부의 계획은 본질적으로 김정은이 긍정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인데 이런 일은 조만간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버락 오바마 시대의 정책인 '전략적 인내'로의 복귀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WP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우선순위에 밀려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상만을 유지하는 익숙한 패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또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추진 및 북핵 협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평가도 했다. 로긴은 “동맹국과 협의하고, 제한된 목표를 세우며, 외교의 문을 열어두는 것은 모두 이치에 맞는다”면서도 “바이든팀은 외교를 활성화하기 위한 어떤 적극적 계획 없이 현 상황을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모범답안 격의 원칙을 내놨지만, 정작 이런 원칙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로긴은 또 “바빠 보이지만 현상만을 유지하는 익숙한 패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대북정책이 여전히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덧붙였다.

"당장 대북특별대표 지정 안할 듯" 

현장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당장 북핵 협상 실무를 총괄하는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임명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 로긴은 “미 국무부는 북한 인권 특사는 임명할 것이다. 이는 법에 의해 규정돼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북한과 대화가 진행되기 전까진 협상을 위한 담당자(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정할 필요가 없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담았다.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월 스티브 비건이 물러난 뒤 3개월 넘게 공석이다. 이 자리는 한동안 국무부 동아태국 부차관보가 겸임하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북·미 대화가 활발해지자 비건 대표가 단독으로 해당 직위를 맡는 것으로 조정됐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개점휴업' 상태에서 또다시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별도로 두지는 않는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WP의 이같은 분석에 따르면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며 '북한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으로 미국을 대하겠다며 공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던졌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먼저 진지한 협상에 준비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라'며 다시 공을 북한 쪽 코트로 던진 격이다.

문제는 김정은의 '인내심의 한계'다. 마침 이달 21일로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 도발로 존재감을 과시하기에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WP는 “바이든 행정부가 몇몇 외교정책 우선순위를 갖고 있지만 북한에 관한 시간과 자원, 정치적 자본 소비는 그 우선순위 중 하나가 아님은 분명하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고, 늦기 전에 서두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촉 시도에 대해 통일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6일 WP 보도와 관련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대화 복원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대북정책 검토 결과 설명을 포함한 북·미 간의 이런 접촉과 관여 등이 조기에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