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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대변자 자처 이준석…당내 “말초적 장사” 비판도

중앙일보

입력

최근 젠더 이슈를 놓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설전을 벌인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중앙포토

최근 젠더 이슈를 놓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설전을 벌인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중앙포토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연일 쏟아내는 젠더 이슈 발언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몰래카메라 문제나 페미니즘, 여성희망 복무제, 여경, 여성할당제 등 각종 민감한 이슈가 이 전 위원의 페이스북 담벼락을 장식한다. 여경 논란에는 “남녀 경찰을 구분하지 말고 모든 업무에 투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여성 할당제에는 “문재인 정부의 내각 30% 여성 할당제에 의해 최고의 장관들을 임명하지 못했던 게 자명하다”고 비판하는 식이다.

이런 이 전 위원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저격하면서 설전도 벌어졌다. 이 전 위원이 보궐선거 직후 “여당 패배는 여성주의(페미니즘)에만 올인한 결과”라고 적자 진 전 교수가 “아주 질 나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서 설전이 시작됐다.

진 전 교수는 중앙일보 칼럼(4월 28일자)에서 “이준석을 위한 마지막 조언”이라며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안티 페미니즘의 표출로 푸는 해석을 고집하는 건 당내 입지를 위한 개인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했고, 이 전 위원은 “개똥철학”이라고 맞받았다. 급기야 “우물(남초 커뮤니티) 안에서 개구리 왕초 노릇 한다”(진중권) “58세 여초커뮤니티에 빠진 골방 철학자”(이준석)라는 조롱도 오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쳐

이 전 위원은 젠더 갈등이 촉발됐던 2019년부터 “젊은 남성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지만,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건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였다. 지상파3사 출구 조사 결과 20대 남성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몰표(72.5%)를 준 것으로 나타나자, 오 시장 캠프에서 청년 연설 등을 기획한 이 전 위원의 공로가 부각됐고, 그의 젠더 관련 발언에 이목이 쏠렸다. 일부 20대 남성 사이에서 ‘이준석 팬덤(fandom)’이 형성될 만큼 열광적인 반응도 있지만, “반(反)페미니즘 여론을 고리 삼아 남녀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전 위원을 향한 반응이 엇갈린다. 국민의힘 여성 초선 의원은 “이 전 위원의 주장에 100% 동의하진 않지만, 젠더 이슈를 야권 테이블로 끌고 온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말했고, 다른 초선 의원도 “정치권이 주목하지 않았던 20대 남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보궐선거에서 이들의 지지를 끌어낸 건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반면 이 전 위원의 거침없는 발언을 놓고 “도를 넘었다”는 당내 우려도 적지 않다. 한 3선 의원은 “정치의 역할은 젠더 갈등에 올라타는 게 아니라, 젊은 층의 문제를 해소할 방법을 찾는 건데, 이 전 위원이 너무 말초적인 방식으로 젠더 이슈에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청년세대의 분노를 부추기고 편 가르기를 하는 방식으로는 이들을 붙잡을 수 없다”고 적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성별 갈등만 부각하는 이 전 위원의 행동이 양성평등이나 공정 등 이슈에 건설적 대안을 내놔야 하는 당 입장에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 일각에선 이 전 위원이 20, 30대 남성의 대변자를 자처하면서 의도적으로 젠더 갈등을 증폭시켜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이준석 “나도 30대 남성, 입지 노린 행동 아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 역시 30대 남성이고, 내 입장에서 젊은 남성이 겪는 문제를 공론화한 것일 뿐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정치적 입지를 노린 행동은 전혀 아니다”고 반박했다. 진 전 교수와의 조롱을 주고 받은데 대해서는 “풍자로 이해해줬으면 한다. 젠더 이슈에서 관점이 달라 설전이 오갔지만 진 전 교수는 내가 존중하는 사람이고, 인간적 관계에서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세미나에서 강연 중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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