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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카풀'만 허용한 운수사업법, 헌재는 "합헌"

중앙일보

입력

[연합뉴스]

[연합뉴스]

카풀 알선 서비스앱을 통해 차량공유 영업을 하다 벌금형을 받은 A씨가 ‘출퇴근 시간 카풀’만 허용한 운수사업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카풀 서비스로 승객 태워 운송

2017년 A씨는 카풀 앱 ‘럭시’를 이용해 앱에서 연결된 사람들을 자신의 자동차로 태워주고 돈을 받았다. 당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사업용이 아닌 자가용 자동차로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우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다만 예외로 “출퇴근 때에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단서로 두고 있었다.

당시 한 스타트업이 출시한 ‘럭시’ 서비스는 출퇴근 시간에 불특정 다수의 운행자와 탑승자를 매칭시켜주는 카풀 알선 앱이었다. A씨는 이 앱을 이용하다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1심은 “A씨 자신은 출퇴근 시 자동차를 운행했더라도, 탑승자의 출퇴근 여부는 제대로 확인을 안했고, 허가 없이 운송료 수익을 목적으로 운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항소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헌재, ‘출퇴근 시간’ 불명확하지 않다

1995년 동부이촌동 모아파트 단지에 마련된 승용차 함께타기 승차장 이다.

1995년 동부이촌동 모아파트 단지에 마련된 승용차 함께타기 승차장 이다.

우리나라에서 출퇴근 때 돈을 받는 카풀이 법적으로 허용된 건 1994년쯤이다. 법이 처음 만들어진 1961년에는 허가 없는 유상 운송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는데, 1990년대 자가용 자동차 붐이 일어나며 ‘출퇴근 카풀’에 돈을 받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됐다. A씨는 “사람마다 출퇴근 시간과 방식은 모두 다른데 법은 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어 처벌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헌법소원 이유를 밝혔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헌재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이 예외 조항이 만들어진 배경에 주목했다. 1990년대 초 ‘승용차 함께 타기 운동’이다. 당시 서울 아파트 단지에서 출퇴근 시간대와 경로가 비슷한 사람을 모집해 함께 자동차를 타자는 운동이 일었고 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헌재는 “당시 입법자는 지역·시간대·이용자 등이 비교적 한정돼있고, 일정한 예측 가능성을 갖는 전형적인 출퇴근 카풀 개념을 전제했기 때문에 어떤 추가 규제도 두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출퇴근 시간은 제각각”이라는 A씨 주장과 달리 통상의 출퇴근 및 출퇴근 카풀의 기준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취지다.

법이 정한 ‘출퇴근 시간대’ 오전 7시~9시, 오후 6시~8시

카풀 규제 택시 [사진 연합뉴스TV]

카풀 규제 택시 [사진 연합뉴스TV]

A씨가 형사재판을 받고, 헌법소원을 낸 2017년~2018년쯤은 카풀업계와 택시업계 간 갈등이 극심했던 시기다. 승차공유서비스 시장은 확대됐고 기존의 법 해석은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지역이나 직장과 관계없이 무차별적인 카풀을 하거나, 직장이 여러 곳인 사람을 상대로 하루에 여러 차례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우며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 속속 나타났다. 그러자 기존 택시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A씨가 드라이버로 활동한 럭시 서비스도 2018년 카카오 모빌리티에 인수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택시업계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카풀 시장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결국 2019년 카풀업계와 택시업계 간 ‘사회적 대타협’으로 여객자동차운수법이 정한 ‘출퇴근 시간’에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됐다. 법이 정한 출퇴근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A씨는 이후 형사재판에서도 모두 패소해 2018년 대법원에서 벌금 50만원의 형이 확정됐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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