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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소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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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노벨경제학상(1976년) 수상자이자 대표적 우파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1962년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음소득세(Nagative Income Tax) 개념을 제안했다. 일정 소득 이상에는 세금을 매기지만, 그 이하 계층에는 부족분을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선별복지 개념이다. 양극화 해소와 근로 의욕 고취가 목적이다.

변양호·임종룡 등 전직 경제관료 5명도 최근 발간한 『경제정책 어젠다 2022』에서 음소득세 도입을 제안했다. 진보진영이 제안하는, 국민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을 나눠주는 기본소득에 대한 대안으로다. 최소 생계수준을 연소득 1200만원으로 보고 마이너스 소득세율을 50%로 정할 경우, 소득이 0원인 사람은 절반인 600만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서울시도 비슷한 실험을 준비 중이다. 4·7 보궐선거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국판 음소득세인 ‘안심소득’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3일 출범한 서울비전2030위원회의 면면을 봐도 안심소득에 대한 의지가 보인다. 안전·안심도시 분과에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포함됐다. 그는 2017년 안심소득을 처음 제안한 인물이다.

박 교수의 설계를 토대로 한 서울시 안심소득제의 방식은 대략 이렇다. 시범대상인 200가구를 선정해 중위 소득에 미달하는 금액의 절반을 지원한다. 4인가구 중위소득이 6000만원일 때, 어떤 가구의 소득이 3000만원이라면 부족분의 절반인 1500만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3년간 진행되는 사업에 시 예산 40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안심소득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숙제가 적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이 현재 받는 생계급여나 자활급여, 근로장려금 등 기존 지원과 중복되는 부분을 조정하기 위해서 중앙정부와 협의가 필수다. 이 과정에서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시범사업에는 많은 돈이 들지 않지만, 대상을 확대하면 큰 돈이 든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불안한 청춘들이 암호화폐에 뛰어들어 벼락부자를 꿈꾼다. 최저임금 인상에 기댄 소득주도성장론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안심소득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겠지만, 기본소득만이 정답도 아니다. 진영논리에 갇힌 양자택일 논쟁보단 정책의 현실성과 효과를 따지는 편견없는 논의가 필요하다.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