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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마저 영남 출신이면 곤란? 전대 앞둔 국민의힘 영남당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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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권을 잡으려면 영남 정당으론 어렵다.”(홍문표 의원)

“영남 일색, 대선 큰코다칠 것” 주장 #“핵심 기반 모독하는 발상” 반발도

“그럼 송영길 대표의 민주당은 호남당인가.”(성일종 의원)

6월 전당대회(잠정)를 앞둔 국민의힘이 때아닌 영남당 논란으로 시끄럽다. 내년 대선을 짊어질 차기 당 대표를 영남 출신이 맡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다. 얼마 전 영남 출신 김기현(울산 남을)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당 일각에서 “대표마저도 영남 출신이 돼선 안 된다”는 비영남 대표론이 분출하면서 논란은 한층 더 가열됐다. 당내에는 이미 대표 경쟁을 비영남 대 영남 주자 구도로 보는 시각이 널리 퍼졌다. 대표 주자로 분류되는 권영세·홍문표·김웅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이 비영남이고, 주호영·조경태·조해진 의원은 영남이 지역구다.

영남당 논란이 갑자기 나온 건 아니다. 과거에도 보수 정당이 위기에 봉착하거나 쇄신을 추진할 때 ‘영남 물갈이론’은 단골 메뉴였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TK(대구·경북) 등 영남에 눈물의 칼을 휘두르겠다”고 공언했고, 실제 영남 지역 의원 중 절반에 가까운 26명(48.1%)이 초선 의원들로 채워졌다.

국민의힘은 전통적으로 영남 의원들의 비율이 높았지만, 특히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참패하면서 영남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 의원 101명 중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54명(53.5%)으로 절반을 넘는다. 의원뿐 아니라 영남 지역 당원 비율도 높다. 당원(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 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로 승부가 결정나는 전당대회를 영남 여론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에 당내에선 “영남 일색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면 대선에서 큰코다친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남 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정치는 결국 이미지 싸움인데, 당 지도부가 영남 일색이라면 국민 눈엔 과거 회귀 정당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호남 출신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영남당 색채를 완화한 게 4·7 재·보선 승리의 한 요인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에 당 핵심 관계자는 “영남 지역은 당이 어려울 때마다 무너지지 않도록 떠받쳐 준 핵심 기반”이라며 “스스로 영남당으로 깎아내리는 건 영남 지지층을 모독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5선의 정진석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당 일부에서 나오는 영남당 운운은 자해행위”라고 주장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명직인 장관 등 인선은 지역 안배가 상식이지만, 정당의 선출직을 놓고 지역을 따지는 건 소모적인 논쟁”이라면서도 “다만 계속 제기되는 영남당 논란을 탈피하는 게 차기 당 대표의 과제라는 건 명백하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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