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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이름값은 46억···法 "팝 제왕을 20년 중고차와 비교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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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팝의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잭슨의 이름값을 두고 법원이 약 46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판결했다. AP=연합뉴스

팝의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잭슨의 이름값을 두고 법원이 약 46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판결했다. AP=연합뉴스

기네스북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 기록을 보유한 팝 스타이자 아동 성추행이라는 추문 속에 사망한 비극의 인물. 드라마틱한 삶의 궤적만큼 그의 이름값을 둘러싼 논쟁도 치열하다. 팝의 황제 고(故) 마이클 잭슨(1958~2009) 얘기다.

그의 이름값을 둘러싼 지난한 재판이 최근 일단락 됐다. 뉴욕타임스(NYT)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조세법원이 판결한 잭슨의 이름값은 415만달러(약 46억8000만원)다. 판결문은 217쪽에 달했다. 고인의 이름값을 두고 세금 당국과 유족이 수년 동안 첨예한 공방을 벌인 결과다.

마이클 잭슨의 유족 측은 "그가 사망 당시 아동 성추행 등 추문에 시달려 평판이 산산조각났다"며 이름값을 낮게 추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포토

마이클 잭슨의 유족 측은 "그가 사망 당시 아동 성추행 등 추문에 시달려 평판이 산산조각났다"며 이름값을 낮게 추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포토

핵심 쟁점은 2009년 그가 51세로 세상을 떠났을 당시 가치를 어떻게 환산하느냐였다. 이름값은 성명권과 초상권 등을 포함한 개념으로, 유산 평가와 상속세를 추산하는 기준이 된다. 미 국세청(IRS)은 그가 전설적인 가수였다는 점을 들어 1억6100만달러(약 1813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잭슨의 유산 관리인은 2105달러(약 237만원)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잭슨 측은 사망 당시 아동 성추행 의혹 등 평판이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잭슨이 생애 마지막 6개월 동안 번 이름값 관련 수익은 24달러(2만7000원)밖에 안 됐다고 주장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이들이 재판 과정에서 금액을 300만달러(약 34억원)로 정정하긴 했지만, 이 수치가 판결의 주요 근거가 됐다.

“팝 제왕을 20년 된 중고차에 비교?” 

1987년 마이클 잭슨이 낸 앨범 '배드(Bad)'. 수록곡 모두가 미국 빌보드 핫 100 싱글 정상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중앙포토

1987년 마이클 잭슨이 낸 앨범 '배드(Bad)'. 수록곡 모두가 미국 빌보드 핫 100 싱글 정상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중앙포토

마크 홈스 판사는 “마이클 잭슨이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긴 하지만, 사망 당시 인기 절정기를 이미 지난 데다 명성에 흠이 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망 직전 10년 동안 초상권 관련 수익은 거의 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산 관리인 측이 내세운 금액은 터무니없다”며 “팝의 제왕을 20년 된 중고차 혼다 시빅에 비교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법원이 세무 당국의 주장을 상당 부분 기각하면서 유족의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마이클 잭슨의 유산 관리는 그의 오랜 변호사였던 존 브랜카(71)와 음반 제작자인 존 매클레인이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성명을 내고 “판결에 일부 동의하지 않지만 공정하고 정의롭게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2016년 사망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 프린스. 마이클 잭슨, 마돈나와 함께 1980년대 팝 중흥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중앙포토

2016년 사망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 프린스. 마이클 잭슨, 마돈나와 함께 1980년대 팝 중흥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중앙포토

포브스 등은 이번 판결이 유명인들의 재산 평가와 세금 부과의 지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큰 주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재산 평가의 논쟁에 휘말린 대표적인 인물은 가수 고(故) 프린스다. 그는 마이클 잭슨, 마돈나와 함께 1980년대 팝의 중흥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미 국세청은 그의 재산을 1억6300만달러(약 1835억)에 달한다고 보지만, 그의 재산을 관리하는 코메리카 은행은 절반 수준을 주장하고 있다.

포브스 선정 ‘사후 수입 1위’

마이클 잭슨이 살던 네버랜드의 2003년 모습. 그는 이곳에 아이들을 초대하곤 했는데, 성 학대를 한 장소라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EPA=연합뉴스

마이클 잭슨이 살던 네버랜드의 2003년 모습. 그는 이곳에 아이들을 초대하곤 했는데, 성 학대를 한 장소라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EPA=연합뉴스

마이클 잭슨은 사후 수입이 가장 높은 유명인 1위에 꼽힌다. 지난해 포브스가 집계한 그의 1년간 수입은 4800만달러(약 540억5000만원)이다. 어린이 책 작가 닥터 수스와, 스누피를 그린 만화 작가 찰스 슐츠, 로큰롤의 왕으로 불리는 엘비스 프레슬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가 사망할 당시 채무 등 적자가 5억달러(약 5630억원)에 달했지만, 약 4개월 뒤 개봉된 마지막 리허설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디스 이즈 잇’이 개봉하면서 전 세계에서 2억6120만달러(약 2941억원)을 벌어들였다. 그가 살던 ‘네버랜드’는 지난해 잭슨의 친구이자 억만장자인 론 버클에게 2200만달러(약 248억원)에 팔렸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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