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못 참겠다" 日연휴 다들 뛰쳐나왔다…'긴급사태' 연장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까지 이어지는 장기 연휴인 '골든위크' 기간 동안 코로나19 감염자를 최대한 줄여 올림픽 개최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일본 정부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東京)를 비롯한 4개 도시에 긴급사태가 선언된 상황에도 골든위크 기간 중 외출 인파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 상황이 진정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일본 정부는 당초 11일까지였던 긴급사태를 2주가량 연장할 계획이다.

골든위크 중 관광지 인파 15배까지 급증 #도쿄 등 긴급사태 5월 하순까지 연장될 듯 #감염 억제 후 올림픽 준비하려던 구상 차질

골든위크 첫날인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붐비고 있다. [AP=연합뉴스]

골든위크 첫날인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붐비고 있다. [AP=연합뉴스]

5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연휴 중 외출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지속적인 권고에도 불구하고 '자숙 피로감'을 느낀 시민들이 골든위크 기간 중 관광지를 가득 메웠다. 요미우리 신문이 1~4일 외출 인파를 지난해 연휴 기간과 비교한 결과 도쿄역은 1.84배, 도쿄 인근 관광지인 다카오(高尾)산은 4.74배, 에노시마(江の島)는 4.68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사태가 선언되지 않은 지역은 더 북적였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미에(三重)현의 대표 관광지인 이세진구(伊勢神宮)의 1∼3일 정오 무렵 인파는 작년 비슷한 시간대의 15.4배에 달했다. 나가노(長野)의 산악지대인 가미코지(上高地) 방문자도 지난해보다 10.5배 증가했다.

긴급사태 연장 불가피

한편 일본 내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4일 전국에서 4199명 발생해 연휴 전의 5000명대 후반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연휴 중 검사 건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걸 고려하면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내 PCR 검사수는 지난 1일 3만9000여 건, 2일에는 1만3000여 건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도쿄도, 오사카부(大阪府), 교토(京都)부, 효고현(兵庫縣) 등 4개 도시에 11일까지 내려진 긴급사태 선언은 연장이 불가피하게 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5일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 담당상 등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7일 연장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3일 연휴를 맞아 도쿄 인근 관광지인 가마쿠라 해변을 찾은 여행객들. [AFP=연합뉴스]

3일 연휴를 맞아 도쿄 인근 관광지인 가마쿠라 해변을 찾은 여행객들. [AFP=연합뉴스]

앞서 4일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 지사는 "지극히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에 긴급사태 연장을 요청했다. 이외에도 감염이 퍼지고 있는 홋카이도(北海道)와 후쿠오카(福岡)현에는 긴급사태 전 단계인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가 새로 적용될 전망이다. 이바라키(茨城)·기후(岐阜)·미에(三重)·도쿠시마(德島)현도 현재 정부에 만연방지 조치를 요청한 상태다.

미국 언론, "올림픽, 열리면 안 돼" 

당초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 기간을 11일까지로 정한 건 오는 17일로 예정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방일 전 코로나19 상황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긴급사태가 연장되면서 올림픽을 강행하려는 IOC와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5일 오전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도쿄올림픽 테스트를 위한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5일 오전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도쿄올림픽 테스트를 위한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가운데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5일 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테스트하기 위한 '삿포로(札幌) 도전 하프 마라톤'을 예정대로 실시해 논란을 빚었다. 마라톤 선수들이 달리는 길가에는 '올림픽은 무리다. 현실을 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사람들이 모여 "올림픽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가 올림픽 취소를 주장하는 기사를 실은 데 이어, 미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도 3일 '긴 코로나19의 그늘 하에 올림픽은 열리지 말아야 한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일본은 현재 백신 접종이 느리고 변이 바이러스도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사람들의 건강보다 경제를 우선하는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고 IOC와 일본 정부에 올림픽 취소를 촉구했다.

관련기사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