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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 넌 하늘이 준 선물이었다"…한강 의대생 눈물의 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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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 정말 고마웠다. 아직 꿈만 같다. 너의 그 백만불짜리 미소가 아른거린다. 우리가 너의 몫까지 웃으면서 다닐 거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의 고별식이 5일 오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 8시 20분부터 진행된 고별식에서 한 친구는 울먹이며 정민씨를 향한 마음을 담아 이런 내용의 편지를 읽었다. 정민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가족과 친구들, 시민 등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 손현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 손현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 행복이 뭔지 알려줬다" 

이날 오전 발인에 앞서 진행된 고별식에는 가족과 친구 등 5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빈소에는 게임 캐릭터 피겨, 인형, 유니폼, 꽃다발, 음료 등 생전에 정민씨가 좋아했던 물품들이 놓여 있었다. 고별식이 시작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정민씨의 어머니는 "정민아 가지마"라며 오열했다.

아버지 손현(50)씨는 고별식에서 편지를 읽으며 "우리 부부에게 왔다 간 기간이 너무 짧은데, 그 짧은 기간 참 많은 걸 주었다"며 "지금의 이별이 너무 아쉬운데, 언젠가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이젠 너를 보내주려고 한다. 엄마는 걱정하지 마 아빠 믿지? 정민아 정말 고맙다"고 눈물을 흘렸다.

앞서 이날 새벽 손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정민아.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 내가 착한 너를 얻으려고 아무것도 한 게 없기에 넌 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우리에게 왔다 간 기간이 21년밖에 안 돼서 너무 서운하지만,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줬다. 사랑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정민씨를 추모하는 글과 손씨를 위로하는 내용의 글 등 5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 손현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 손현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장례미사 진행 "정민아 잘 가" 오열 

고별식과 헌화가 끝난 뒤 유가족과 친구들은 영정을 들고 장례식장에서 안치실로 이동했다. 안치실에서 나온 정민씨의 관은 운구 차량에 실렸다. 정민씨의 부모는 차량 문이 닫히기 전까지 관을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장례식장을 떠난 차량은 서초구의 잠원동 성당을 향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는 성당에서 장례미사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지하 강당부터 1층까지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장례미사를 마치고 나온 관이 운구 차량에 실리자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지인과 시민 등은 떠나는 차량을 바라보며 "정민아 잘 가" "이게 무슨 일이냐" "아까워라" "나도 잠을 못 자는데 부모 마음은 오죽하겠나"라고 오열했다.

정민씨의 사연을 들은 시민도 이날 추모에 나섰다. 성당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전날 장례식장에도 다녀왔다. 정민씨가 실종된 날 한강 공원 인근에 있었다. 이들을 직접 목격한 건 아니었지만, 그날 바람이 엄청 불고 추웠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아는 것을 편지에 적어 정민씨 어머니께 전달했다"고 말했다.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경찰 조사 진행 중…민간구조사 "휴대폰 탐색 계속할 것" 

앞서 정민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부터 다음 날 새벽 2시쯤까지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 오전 4시 30분쯤 잠에서 깬 A씨는 귀가했으나 정민씨는 실종됐다. 이후 지난달 30일 오후 정민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정민씨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3시 전후 반포한강공원을 방문한 자동차들의 블랙박스(운항기록장치)와 공원 일대 폐쇄회로(CC)TV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한편 민간구조사 차종욱(54)씨가 전날 정민씨가 실종된 한강 반포공원 인근을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탐색하던 중 수중에서 파손된 휴대전화를 발견했으나, 경찰은 A씨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차씨는 계속해서 탐색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는 전날 서초경찰서에 방문해 파손된 휴대폰을 제출하며 "휴대폰을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물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5일에도 차씨는 A씨의 휴대폰을 찾기 위해 수중 수색에 나섰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오늘 11시부터 2~3시까지 수색 작업을 했는데, 물이 차오르고 현장 시야 확보가 안 돼 철수했다"며 "자원봉사자 3명이 왔고 2명은 육상에서 보조를, 저랑 나머지 1명은 금속탐지기로 수중을 수색했다. 내일 수색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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