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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무엇을 넘겨줄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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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장정훈
장정훈 기자 중앙일보 팀장
장정훈 산업1팀장

장정훈 산업1팀장

급기야 배터리마저 중국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1년 전만 해도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삼성SDI)는 세계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에 1위를 내주더니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K-배터리 3사는 근근이 세계시장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그 사이 중국 배터리 5사(CALT, BYD, CALB, Guoxuan, AESC)는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점유율을 40% 가까이까지 늘렸다(SNE리서치).

배터리뿐 아니라 우리가 자부했던 5G 통신이나 파운드리 반도체 상황도 여의치 않다. 파운드리는 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뒤쫓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삼성전자는 2년 전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하며 파운드리 1위를 기치로 내걸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세계시장 점유율은 아직 10% 중반대에 멈춰있고, TSMC는 50%대에서 60%대로 더 멀찌감치 달아나고 있다(트렌드포스). 4차산업 혁명의 핵심인 5G 통신 장비 시장에서도 중국 화웨이와 ZTE는 미국의 견제를 뚫고 40%대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또 화웨이는 5G 국제 표준 특허에서도 삼성전자나 노키아(핀란드), 퀄컴(미국) 등을 훌쩍 능가한다(WIPO). 미·일이 뒤늦게 5조원을 투자해 ‘6G 동맹’을 결성했지만, 화웨이는 이미 2030년 6G 상용화를 내걸었다.

노트북을 열며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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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3년간 글로벌 기술 패권 시장은 확 바뀌었다. 특히 우리가 미래 먹거리로 굳게 믿었던 배터리, 5G, 반도체가 기술력에서도 시장에서도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우리 청년들의 미래 일자리가 손에 움켜쥐었던 모래처럼 스멀스멀 사라지는 걸 목도하고 있다. 다급한 건 우리뿐이 아니다. 미국은 바이든 취임 이후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외치며 제조업 부흥과 경제 재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독일이나 일본 역시 정부가 직접 나서 제조 강국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각 ‘인더스트리 4.0’이나 ‘산업재생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미래 자동차, 5G, 로봇, 바이오 등에서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며 ‘중국제조 2050’에 시동을 건 게 오래전이다.

그렇다면 미·중·일에 맞설 우리의 산업 전략은 무엇인가.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를 지킬 우리의 대안은 무엇인가. 현 정부 들어 ‘20년, 50년 집권 전략’은 들어봤지만 ‘20년, 50년 산업 전략’에 관해서는 듣지 못했다. 특히 4월 기준 실업률 11.2%(전체 실업률 4.2%), 잠재 구직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이 24%를 웃도는 청년들에게 어떤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넘겨줄 것인가. 그저 모래성 쌓듯이 만든 공공 일자리와 1000조원 넘게 쌓인 나랏빚만 넘겨주는 것 아닌가.

장정훈 산업1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