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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마지막 검찰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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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박진석 기자 중앙일보 기획취재담당
박진석 사회에디터

박진석 사회에디터

그는 ‘정권의 검사’였다. 김대중 정권의 출범 직후부터 그 정권의 핵심 세력과 동향이었던 그는 이미 ‘검찰총장 내정자’였다. 하지만 정권은 서둘지 않았다. 그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총장급’ 대검 차장으로 3년여를 보낸 뒤에야 정점에 오를 수 있었다. 정권의 잔여 임기가 1년 10개월로 총장의 임기(2년)보다 짧았던 시점이었다.

정권은 안온한 정권 말기와 평온한 출구 전략을 보장할 ‘마지막 총장’으로 그, 다시 말해 신승남 총장을 세웠다. 하지만 계획이 무너지는 데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신 총장의 가족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고, 검찰 조직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 꼼수를 쓰다가 적발되면서다. 정권은 3년여 동안 아껴뒀던 칼을, 뽑아 든 지 1년도 안 돼 버려야 했다. 그의 공백 속에서 최고 권력자의 두 아들을 포함한 권력 실세들이 속속 구속됐고, 정권은 무너져내렸다.

정권이 두 번 바뀐 뒤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최고 권력자와 같은 대학을 나온 한상대 총장이 ‘정권의 검사’가 됐다. 그 역시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부터 공인된 총장 후보였다.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총장이 된 건 정권 임기 만료 1년 7개월 전. 그 또한 마지막 총장의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다. 하지만 정권의 계획은 재차 어긋났다. 이번에는 총장의 과도한 정치적 편향성이 문제였다. 후배들이 들고일어나 검란이 촉발되면서 그는 정권보다 먼저 내쫓기듯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공교롭게도 또다시 정권이 두 번 바뀐 뒤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다. 지난 3일 현 정권의 ‘유력한’ 마지막 총장 후보가 된 이 역시 법무차관 시절부터 ‘정권의 검사’라는 인(印)을 받은 인물이다. 그가 결과까지 재연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비리와 정치적 편향성이라는 선배들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말고 무사히 마지막 총장으로서의 소임을 마치라는 얘기다.

물론 어디까지나 현 정권에서의 마지막 총장을 말하는 거다. 그가 집권 세력 일각의 검찰 수사권 박탈과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 전환 주장에 동조해 말 그대로 ‘마지막 총장’이 되려 할까 봐 하는 말이다. 설마하니 그들이 공소청의 수장에게 ‘공소총장’ 직위를 부여해주겠는가. 웃자고 하는 말로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이 더욱 씁쓸하다.

박진석 사회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