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宋 "아파트 환상 버려야" 논란 진선미 교체로 부동산정책 시동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현황 관계부처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현황 관계부처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당 부동산 특위 진선미 위원장(국토교통위원장)을 교체했다. 송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현황 관계부처 보고’에서 “진선미 위원장이 특위 위원장을 맡아서 해왔으나 여러가지가 업무가 과중해 교체를 하고 유동수 의원이 대신해 (회의에)참석한다"며 "이번 만큼은 부동산 대책의 미흡한 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서 잘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위원장 교체엔 전당대회 기간 동안 '쇄신'을 강조해온 송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 위원장의 경우 자신은 지역구인 서울 강동구의 유명 브랜드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지난해 11월 서울 동대문구 임대주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이 따라다녔다. 송 대표가 위원장 교체로 이런 논란의 씨앗을 잘랐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도부가 구성되면 기존 기구도 새로 출범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얘기"라며 "송 대표가 '교체'라고 표현했지만 '보강ㆍ재구성'이란 말이 적절하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후임 특위 위원장으로는 거론되는 회계사 출신의 유동수 의원은 그동안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맡아왔고, 부동산ㆍ금융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의에는 민주당 지도부 외에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성원 국토부 1차관 등 관계부처 장ㆍ차관들도 참석했다. 회의 멤버들의 면면을 볼 때 당이 향후 부동산 정책의 방향타를 쥐겠다는 송 대표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송 대표는 전날(3일) "봉하마을과 5ㆍ18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6일로 미루는 대신, 부동산ㆍ백신 정책을 리뷰하려고 한다. 현 정부가 ‘민주당 정부’라고는 했지만 정책 주도권은 당보다 청와대가 쥘 때가 많았다"고 정책 주도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현황 관계부처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현황 관계부처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비공개 회의에선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송 대표가 주장했던 정책들이 논의됐다고 한다. 송 대표는 그간 ①실수요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90%까지 완화 ②장기보유 1주택자 종부세 공제한도 상향 ③공시가 속도조절론 등 실수요자의 편익에 초점을 맞춘 규제완화 정책을 강조해왔다. 한 회의 참석자는 "LTV를 상향할 경우 50ㆍ60ㆍ70% 등 각 비율마다 가계부채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또 얼마나 풀어줘야 사람들이 집을 살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데이터 요구가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다만 첫 회의인 만큼 결론을 내진 못했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몇몇 의원들이 디테일한 정책을 언급했지만 이제 논의를 시작한 것"이라며 "무주택자, 서민의 주택안정이 시급한 만큼 전반적으로 그쪽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의 참석자도 "LTV와 관련된 얘기는 있었지만 숫자를 구체적으로 협의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를 앞세워 시험대에 오른 ‘송영길표’ 부동산 대책 앞에 놓인 변수는 당 안팎의 반발 가능성이다. 이날 민주당에선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8%에 가깝다. 가계 대출 관리가 중요한 과제"(홍익표 의원)라며 LTV 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더해 친문(親文ㆍ친문재인) 의원들 사이에서도 "임대사업자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강병원 최고위원) 등 규제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LTV 완화와 관련해선 정부에서도 신중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잠재적 위험요소인 가계부채 관리와 실수요자 금융지원 사이에서 조화롭고 균형된 절충점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영익ㆍ남수현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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