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흙수저 격차, '행정 빅데이터'로 본다…새 통합지표 개발

중앙일보

입력

사회적 격차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사회적 격차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금수저와 흙수저, 서울과 지방, 여성과 남성,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서로 다른 집단 간 격차를 구체적 숫자로 보여주는 사회통합 지표가 개발된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데이터를 연결해  ‘지방과 수도권 청년의 소득이동 추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유병률 차이’ 같은 실질적인 지표가 이르면 내후년 말에 나온다.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고 있는 교육부에서 새 사회통합지표를 만든다. 교육부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사회통합지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려면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새 지표체계는 격차와 통합 수준을 ▷소득‧자산 ▷고용 ▷교육 ▷주거 ▷건강‧위험 영역으로 나누어 들여다본다.

지금도 ‘국가발전지표’와 ‘국민 삶의 질 지표’ 같은 국가지표체계가 있긴 하지만, 사회통합에 중점을 둔 지표는 아니다. 국가발전지표에서는 16개 영역 중 하나로 사회통합이 포함돼 있고, 그 내용으도 부패인식·사회단체 참여율 등이다. 국민 삶의 질 지표는 11개 차원 중 시민참여를 포함하는데, 투표율·대인 신뢰도 등이다.

‘단순 소득 격차’ 아닌 ‘성별+지역별 소득 격차’…행정 빅데이터 활용 

새 사회통합지표, 어떤 세부지표 만드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새 사회통합지표, 어떤 세부지표 만드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교육부가 개발에 나서는 사회통합 지표는 소득·자산·고용·임금·교육·주거수준·주거자산·건강 수준·건강위험 격차가 다른 조건과 결합했을 때 어떤 유의미한 불평등이 보이는지를 진단하고자 한다. ‘소득 5분위 배율(최상위 20%의 평균소득을 최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 같은 단일수치에선 와 닿지 않던 ‘OO 지역 40대의 소득’을 심층 분석하는 식이다.

각 부처의 행정 빅데이터를 결합하면, 다양한 변인에 따른 분석을 해볼 수 있다. 교육부는 세부 지표의 예시로 국세청의 소득 표본정보와 통계청의 인구·가구 정보를 결합해 ‘지방과 수도권 청년층의 소득 격차’를 만들거나, 일자리 행정통계 DB(통계청)·고용보험 DB(고용부)·재정지원일자리사업 정보(고용부)를 연결해 ‘지역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소득정보(국세청)에 주택소유통계 DB(통계청)를 엮으면 ‘개인소득 분위별, 지역별 소유 주택 수 추이’를, 건강보험 빅데이터(복지부)를 엮으면 ‘주요질병별 소득수준에 따른 유병률 차이와 변화’를 나타낼 수 있다.

이르면 2023년 말 공개…‘계층이동 사다리’ 확인은 더 기다려야

교육부는 “형평성과 공정기회 보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확인하고 맞춤형 정책지원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입체적‧심층적 정보 제공하고자 새 지표 개발을 추진하게 됐다”며 “설문자가 스스로 적어내는 방식이 아닌 행정데이터를 활용해 응답 오차를 줄이고 정확성이 높은 자료 수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개인정보 문제로 다른 기관의 보유정보를 가져다 쓸 수 없어 사회통계를 만들려면 설문에 기댈 수밖에 없었으나, 데이터 3법·데이터기반 행정법이 마련되며 행정 데이터 간 연계·결합이 가능해졌다.

교육부는 9월까지 세부지표를 마련한 뒤 데이터 입수를 위해 연말까지 각 부처와 협의를 마칠 계획이다. 이후 2년간의 지표 개발 과정에는 오류 검증·보완 과정이 포함된다. 먼저 개발되는 지표 순으로 2023년 말부터 차례로 선보이게 된다.

다만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을 보려면 이보다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혜원 교육부 사회정책분석팀장은 “가구와 소득 DB를 연계시킬 때 10년 이상의 중장기 데이터가 모이지 않는 이상 세대 간 이동성을 보기엔 한계가 있다”며 “지표체계 개발을 단기와 중단기로 나누고 (이동성 부분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