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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글로벌 아이

아이펀을 응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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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성훈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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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발생을 처음 세상에 알린 리원량(李文亮) 이전에 아이펀(愛芬)이 있었다. 우한중심병원 응급실 주임의사. 그는 2019년 12월 30일, ‘사스(SARS) 코로나바이러스 양성…높은 신뢰도’라고 적힌 검사 결과지를 동료 의사들에게 공유했다. 화난 수산시장발 원인 불명 폐렴 환자들의 실체였다. 리원량이 우한의대 04학번 동기 150명이 모인 웨이신 단체방에서 이를 공개하며 외부에 알려졌다.

그는 수차례 질책당했다. 하지만 중국 잡지 ‘인물’ 3월호와 다시 인터뷰를 했다. 용기를 낸 건 의사로서의 소명감이었다. “더 많은 사람에게 경고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이란 생각을 수없이 한다.” 인터뷰 기사는 3월 10일 웨이보 게재 3시간 만에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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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아이펀의 얘기를 다시 꺼낸 건 그가 나선 또다른 ‘올곧음’에 눈길이 가서다. 지난해 5월 그는 오른쪽 눈의 시력 문제로 인공 렌즈 삽입술을 받았다. 중국 전역에 380개 지점이 있는 대형 안과 그룹 ‘아이얼아이’(愛爾EYE) 병원이 시술했다. 하지만 시력은 오히려 악화됐고 5개월 뒤 한쪽 눈을 잃었다. 망막이 안구 내벽으로부터 분리되는 망막 박리 증상 때문이었다.

아이펀은 “병원이 렌즈 삽입술을 하기 전 검사에서 망막 박리를 진단했어야 한다. 병원이 렌즈 삽입물을 파는 데 집중해 정작 오른쪽 눈의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의료 소송을 시작했다. 의사가 병원을 상대로 한 의료 소송이었다.

진단서와 진료기록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한 그의 비판은 날카로웠다. ‘응급실 해바라기’라는 이름의 그의 웨이보 계정 팔로워 수는 215만명. 이곳에 지난 1월부터 병원과의 공방 과정을 실시간 공개해 왔다. 지금 이곳은 같은 의료 피해를 본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넘쳐난다. 아이펀은 “환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은 실수 하나로도 평생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그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의료 분쟁 건수는 2006년 1만248건에서 2016년 2만1480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올 1월 항저우에서는 치료에 불만을 품고 환자가 병원에 사제 폭탄을 터뜨려 의료진이 다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의 ‘투쟁’은 이런 중국 의료사고 문제와 과실 판정, 환자의 권리 보호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14일 중국 국가보건위는 불합리한 의료검진에 대한 특별 관리 조치를 발표하고 “법률 규정을 벗어난 불합리한 의료 검사와 치료 행위는 심각하게 조사하고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펀을 응원한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