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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절반 이상은 내집 마련 성공…무주택자 10명 중 아홉 “집 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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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등 대도시에 사는 40대 열 명 중 네 명꼴은 무주택자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 중 92%는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주택 마련을 위해 모으는 돈은 매달 36만원에 불과했다. 이런 속도의 저축으로 서울에서 중위가격 아파트(지난달 9억8667만원, KB국민은행 조사)를 산다고 가정하면 229년(2740개월)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대한민국 40대가 사는 법’ 보고서 #하나은행, 5대 도시 1000명 설문 #주택마련 위해 매달 36만원 저축 #주택대출 1.1억, 월 75만원 상환

하나은행 100년 행복연구센터는 3일 ‘대한민국 40대가 사는 법’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여론조사업체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서울과 지방 4대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의 4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40대 내 집 마련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40대 내 집 마련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이 있는 대도시 거주 40대의 평균 소득(세금 공제 후)은 월 468만원이었다. 이 중 343만원(73%)을 생활비 등으로 썼다. 저축과 투자는 월 126만원(27%)이었다.

응답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인생 과제는 은퇴자산 마련(42%)과 주거 안정성 확보(36%)였다. 자녀교육(16%)과 자기계발(6%)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6%)은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지역별로는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집을 마련한 비율에 차이가 있었다. 서울은 50%, 지방 4대 광역시는 평균 63%였다. 무주택자의 거주 형태는 전세(41%)와 월세(30%), 부모 집(29%)의 순이었다.

가장 중요한 인생 과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가장 중요한 인생 과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번 조사에선 무주택자가 집을 사지 않은 이유도 물었다. 응답자가 1순위로 꼽은 답변과 2순위로 꼽은 답변을 합산했다. 74%는 주택 자금 부족, 57%는 높은 주택 가격(57%)이라고 답했다. 비싼 집값이 내 집 마련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대출을 이용하기 싫어서”라는 응답(17%)도 적지 않았다. 무주택자의 열 명 중 아홉 명 이상(92%)은 “앞으로 주택을 사겠다”고 응답했다. 이 중 “3년 안에 집을 사겠다”는 응답은 33%였다.

무주택자의 64%는 주택 구매를 위해 저축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주택자의 절반 가까이(45%)는 더 나은 집으로 갈아타기를 희망했다. 보고서는 “40대 대부분이 아직 정착할 내 집을 찾고 있다. 내 집이 있어도 집값 걱정은 매한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0대를 “정착할 집을 찾는 주택 노마드(유목민)”라고 소개했다.

대한민국 40대의 경제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한민국 40대의 경제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는 모두 주택 관련 빚 부담이 컸다. 유주택자의 주거 관련 대출액은 평균 1억1000만원이었다. 이들은 한 달에 평균 75만원을 갚고 있었다. 전세 거주자의 주거 관련 대출액은 평균 8000만원, 월평균 상환액은 47만원이었다.

응답자들은 은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40대 스스로 매긴 중간 평가 점수는 45점(100점 만점)이었다. 은퇴자산 마련을 위한 저축액은 월평균 61만원이었다. 이들은 주택 마련 관련 지출(28%), 자녀 교육비(16%) 등으로 은퇴자산 마련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40대의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녀 교육비였다. 응답자 10명 중 9명 가까이(88%)가 자녀를 학원에 보내며 월평균 107만원을 쓰고 있었다. 중고생 자녀 가구(142만원)의 학원비 지출이 가장 많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는 월평균 102만원을 학원비로 썼다.

이원주 하나은행 연금신탁그룹장은 “40대는 경제활동 기간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만큼 은퇴자산 마련 여력은 충분하다. 장기 자산관리 수단을 통해 은퇴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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