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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닭’ 워런 첫 여성 대통령 재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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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 대선 후보로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 대선 후보로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2019년은 미국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의 정치인생에서 최고의 해였다. 여성으로서 첫 백악관 입성이라는 꿈에 성큼 다가섰기 때문이다. 10대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갔던 소녀는 어느덧 가장 높은 유리천장을 깨려 하고 있었다.

경선 패인 분석책 『퍼시스트』 출간 #바이든과 대선 경쟁하다 중도포기 #“힐러리 그림자 못 벗어났다” 반성 #WP “미래 위한 싸움 준비하는 책”

당시 워런이 승기를 잡은 계기는 방송 토론이었다. 최후의 승자인 현 대통령 조 바이든을 쩔쩔매게 한 워런의 화법은 그에게 ‘싸움닭’이란 별명을 안겼다. 지난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9년 어느날 유세를 마치고 그의 남편 브루스 만이 이렇게 속삭였다고 한다. “자기야, 해낼 수 있을 거 같아. 자기가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겠는 걸.”

그러나 달콤한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지율의 상승세가 꺾였고, 다시 비상할 동력을 찾지 못했다. 결국 그는 중도 포기하고 바이든 후보를 지지 선언했다. 그에겐 당시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쫓아내는 것이 지상 최대 과제였기 때문이다.

이달 출간 예정인 『퍼시스트(Persist)』에서 그는 자신의 패인을 분석했고 자성하며, 잘못을 후회한다. 제목을 ‘집요하게 계속하다, 끈기있게 나아가다’라는 뜻의 ‘persist’로 지은 것으로 봐선 앞으로도 그의 정치 여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보는 패인은 간단하다. 워런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확신을 주고 회의적인 이들의 마음을 돌리며, 내게 희망을 가진 이들을 더 강력히 모으지 못한 건 스스로 훌륭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WP는 “강철과 같은 자신감에 차 있는 워런에게 이런 고백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2019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TV토론에서 맞붙은 조 바이든(오른쪽)과 워런. [로이터=연합뉴스]

2019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TV토론에서 맞붙은 조 바이든(오른쪽)과 워런. [로이터=연합뉴스]

워런의 고백은 감상적인 후회에 그치지 않는다. 냉철하게 자신의 패인을 조목조목 분석한다. 그는 “건강보험 개혁안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고 했다. 이어 “힐러리 (클린턴)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이유도 들었다. 워런은 “우리 당 지지자들은 ‘다시 여성후보를 냈다가 트럼프가 또 승리하면 어쩌나’라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실패의 고백은 미래를 위한 포석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워런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번 책은 그 관심의 불씨를 되살리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WP는 “책 표지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인데, 한때 민주당 유권자들을 열광시켰던 워런이 이 책으로 미래를 위한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런 본인도 “이 책은 앞으로 다가올 싸움에 관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WP는 “워런은 남성중심의 워싱턴 정계에서 자신의 경쟁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다가간 여성”이라며 “이 책으로 그는 앞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를 노리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평했다.

WP가 꼽은 워런의 또 다른 강점은 여성으로서 갖는 확장성이다. 워런은 교사를 꿈꾸다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대학을 중퇴했고, 로스쿨에 들어갔지만 역시 육아를 위해 휴학을 택했던 경험이 있다. 이혼 후에는 법학자로 승승장구 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도 교편을 잡았고 ‘경단녀(경력단절 여성)’의 경험을 살려 『맞벌이의 함정』 등 대중서도 냈다. 대선에서 그가 다시 출사표를 낼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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