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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30m 길이 300m ‘옹벽뷰’ 판교 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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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다음달 입주 예정인 경기 성남시의 한 아파트. 아파트 건물 바로 뒤 거대한 옹벽이 있다. 함종선 기자

다음달 입주 예정인 경기 성남시의 한 아파트. 아파트 건물 바로 뒤 거대한 옹벽이 있다. 함종선 기자

다음 달 입주 예정인 경기 판교신도시 인근의 유명 브랜드 아파트 단지가 높이 30m, 길이 300m의 거대 옹벽 바로 앞에 지어져 있다. 아파트 11~12층 높이까지 옹벽이 있는 것으로 국내 아파트 단지 옹벽 중 유례를 찾기 어렵다. 거대 옹벽으로 삼면이 둘러싸인 이 단지에는 전용면적 84~129㎡ 중대형 아파트 1223가구가 들어섰다. 국내 10대 건설사 중 하나인 A건설이 지었다.

고도제한 탓에 30m 땅 파서 지어 #법 규정엔 옹벽 높이 최대 15m #전문가 “안전 우려, 인허가에 의문” #이재명 시장 때 허가, 회사 “특혜없어”

아파트 사업을 할 수 있게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토지의 용도가 변경됐고, 사업자는 부지를 넓히기 위해 산을 수직으로 깎아 옹벽을 만들었다. 대지면적은 5만2428㎡이고 용적률은 316%다.

아파트 내 옹벽은 무너질 경우 큰 인명피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설치 기준을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다. 산지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비탈면(옹벽포함)의 수직높이는 15m 이하가 되도록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절토(땅을 깎는 작업)시 시가화(市街化) 용도(아파트 용도 포함)의 경우는 비탈면의 수직 높이를 15m 이하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옹벽을 직접 보거나 옹벽의 사진을 본 토목과 교수, 기술사, 건축사 등의 관련 전문가는 “보기에도 아찔한 위협적인 크기의 옹벽이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인허가를 받아 설치됐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2019년 부지 조성 공사 당시의 현장 항공 사진.거대한 포크레인이 장남감처럼 보일 정도로 옹벽이 거대하다. 네이버 항공뷰

2019년 부지 조성 공사 당시의 현장 항공 사진.거대한 포크레인이 장남감처럼 보일 정도로 옹벽이 거대하다. 네이버 항공뷰

대한건설협회의 한 간부는 “요즘 조성되는 아파트에서 옹벽의 높이가 15m를 넘는 사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아파트를 지은 B건설 담당자는 “우리 회사가 시공한 아파트의 옹벽 높이는 2~12m”라고 전했다. 이렇게 옹벽을 만든 이유는 사업 부지가 비행기 운항과 관련한 고도제한을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높이 짓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30m가량 땅을 파서 부지를 조성했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해당 부지 매각이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몇 차례 유찰되자, 성남시가 기부채납을 받는 조건으로 용적률을 올려줬다”고 설명했다.

인허가권자인 성남시 도시주택국 관계자는 “사실 성남시에서 이렇게 옹벽이 높은 아파트 단지는 없다”며 “이전 담당자가 인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주택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문가인 심의위원의 심의 회의를 거쳐 인허가가 난 상태”라며 "준공검사 때 안전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말 ‘경기도 산지지역 개발행위 개선 및 계획적 관리지침’을 마련해 각 지자체에 시달했다. 이 중 옹벽 높이는 6m 이하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토목공학과 교수는 “옹벽이 가로 방향으로 길기 때문에 중간중간 보강 장치가 있어야 하고 옹벽 붕괴 조짐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벽체 변위 계측기라는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 관계자는 “보강 장치는 없지만 벽체변위계측기는 4대 설치했다”고 말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단지 옆 R&D센터 등 성남시에 기부채납하는 부지가 많아 특혜는커녕 이 사업에서 손해를 볼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8억원 안팎이었고, 현 호가는 16억원 안팎이다. 이 아파트 인허가는 2017년 2월에 났고,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였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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