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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김오수총장 임명과정보니..개혁 멀었다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새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8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 이성윤 검찰국장으로부터 '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당시 검찰총장 윤석열은 빠졌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새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8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 이성윤 검찰국장으로부터 '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당시 검찰총장 윤석열은 빠졌다.연합뉴스

검찰총장 추천위원회 구성과 투표과정 들여다보니..문제점 투성이 #결국 '김오수 총장-이성윤 중앙지검장..대통령 뜻'이란 예측 맞아

1.문재인 대통령이 3일 김오수 전 법무차관을 새 검찰총장에 지명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정확히 말하자면 우려했던 그대로입니다. 4월 29일 총장추천위원회 이후를 복기해보면 왜 예상됐고, 왜 우려했던 사안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검찰의 독립성 보장 장치가 ‘총장임기제’와 ‘총장추천위원회’입니다. 총장임기제는 1988년 시작됐지만 거의 지켜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총장 역시 임기 4개월을 앞두고 물러났습니다.
총장추천위원회는 2011년 도입됐습니다. 대통령이 맘대로 임명하지 못하게 막는 권력견제장치입니다. 그런데 이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합니다. 추천위원을 법무부장관이 임명하니까요. 장관은 대통령 의중을 관철하는데 적합한 추천위원을 임명하면 됩니다.

3.그런데 이번엔 추천위원 구성에서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추천위원은 당연직 5명, 비당연직 4명입니다. 당연직은 변호사협회장, 법원행정처 차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법무부 검찰국장입니다. 장관의 뜻과 무관하게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당연히 위원이 됩니다. 비당연직은 ‘학식과 덕망, 전문분야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 아닌 사람’으로 장관이 그때마다 임명합니다.

4.그래서 비당연직이 정치적 방향타로 더 주목을 받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비당연직은 손원제 한겨레기자입니다. 그는 윤석열을 비판하는 글을 써왔습니다. 그런데 손원제가 위원직을 자진사퇴합니다. 윤석열 총장 추천 당시에도 김이택 한겨레기자가 위원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워낙 민감해져 맡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5.한겨레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겨레 현장기자 41명은 지난 1월 ‘(한겨레 신문의) 친정부 편향, 특히 법무부 검찰 관련기사의 친여 성향’에 ‘자괴감을 느낀다’는 내부비판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편집국 내부 진통이 상당했다고 합니다.
손원제의 자진사퇴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친문재인 성향을 보여왔던 진보매체 내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셈입니다. 한겨레 내부의 문제제기와 논쟁은 건설적입니다. 다만 전례없는 이 사태는..그만큼 문재인 정부와 친여 매체의 일방통행이 심각했다는 방증으로 풀이됩니다.

6.손원제 후임으로 뽑힌 위원은 원혜욱 인하대 부총장(형법학 교수)입니다. 그는 윤석열 추천 당시 추천위원입니다. 검찰개혁위원도 지냈습니다. 역시 무리한 인선입니다. 추천위원과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사람을 또다시 추천위원으로 임명한 것은..‘공정한 총장추천, 다양한 위원회 구성’취지와 맞지 않습니다.

7.다른 비당연직 위원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위원장에 임명된 박상기는 현 문재인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사람입니다. 이런 예가 없습니다.
안진 전남대교수는 추미애 장관이 임명한 윤석열징계위원이며, 민주당공천심사위원 출신입니다. 물론 장관이 대통령 뜻에 맞추고자 가까운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관행이라지만.. 너무 노골적입니다.

8.추천위원회에서 결국 사달이 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믿는다고 알려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탈락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투표결과입니다. 9명 위원이 1차 후보대상 13명 중 두 명씩 이름을 써냈습니다. 재적과반수가 의결(추천)입니다. 1차 표결에서 이성윤은 3표, 김오수는 4표..둘 다 탈락. 2차 투표에서 이성윤 1표, 김오수 5표..이성윤 탈락, 김오수 턱걸이 통과입니다.

9.처음 이성윤을 찍은 사람은 3명에 불과했습니다. 박상기 위원장과 현직 법무부 검찰국장은 당연히 정부몫이고, 안진 위원이 정부입장과 가까운 성향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한겨레기자 후임으로 들어온 원혜욱까지 이성윤을 찍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변호사 판사 법학교수 등 당연직은 물론 무리해 뽑은 우군세력(?)까지 반기를 든 셈입니다.

10. 그러자 1차 투표에서 이성윤을 찍었던 두 사람이 2차 투표에서 김오수로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애 후보는 이성윤이었지만..도저히 불가능하니..플랜B로 김오수를 통과시키기위해 전략적 투표를 한 것이죠.
결국 김오수는 이성윤의 대안이자 보호막인 셈이죠. 민변출신 권경애 변호사가 ‘(이성윤 총장임명이 무산된 상황에서) 김오수 총장과 이성윤 서울지검장(유임)이 대통령이 원하는 그림’이라고 예언했던 그대로입니다. 대통령이 이성윤에게 마음의 빚이 많답니다.

11.이젠 이성윤이 정말로 중요한 인물이라는 느낌이 확 듭니다. 그가 정말로..김오수 총장 체제에서 중앙지검장에 그대로 유임되는지 지켜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겠죠.
안타깝지만..이번 총장추천과정만 보자면 검찰개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