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식비 3540원…중국 30대 ‘프리건족’의 무소비 극한 실험

중앙일보

입력 2021.05.03 17:39

소비주의에 반대하는 중국판 ‘프리건’ 차오쌍(喬桑·31, 가명)의 웨이보. 프리건 112일째 야채와 계란 구입에 7.9위안(1365원)을 썼다고 기록했다. [웨이보 캡처]

소비주의에 반대하는 중국판 ‘프리건’ 차오쌍(喬桑·31, 가명)의 웨이보. 프리건 112일째 야채와 계란 구입에 7.9위안(1365원)을 썼다고 기록했다. [웨이보 캡처]

#불소비주의(不消費主義)#

소비 중독서 벗어나려는 中 신세대
부족함 없는 삶 대신 자기 찾기 나서
"무소비는 수전노 아닌 필요한 소비"

♻️프리건(Freegan) 데이 112일
지출: 7.9위안(1365원), 야채+계란
얻은 것: 흙
독서: 『요가 수행자의 자서전』
나눈 것: 바닥 깔개

물질 만능주의에 반대하며 반(反)소비주의 실천에 나선 여성 차오쌍(喬桑·31, 가명)이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마지막 게시물이다. 지난달 25일이다. 차오는 이날 자신이 겪은 무소유의 삶을 동영상으로 기록해 공유했다. 중국에서 ‘불소비주의(不消費主義)’라고 번역되는 ‘프리건(Free+gan)’ 차오를 통해 중국 젊은 층의 최신 라이프 스타일을 신경보가 3일 소개했다.

프리건(free+gan)은 ‘자유롭다(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구에서 생활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만큼만 기본 소비로 돌아가자며 비이성적인 과소비에 반대해 시작된 운동이다.
차오는 지난해 11월 30일 ‘프리건’ 생활을 선언했다. 이후 화장을 끊었다. 매일 똑같은 회색 후드티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에 에코백을 멘다.
중국에서 프리건의 선구자는 뉴질랜드의 중국인 딩훙(丁紅)이다. 백팩을 매고 6년간 집도 없이 회사에서 잠을 자고, 잔반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헬스장에서 샤워하면서 매달 평균 생활비 500위안(8만6000원)으로 유명해졌다.
차오도 처음에는 딩훙을 따라 철저한 무소비를 추구했다. 곧 돈을 쓰지 않는 데에만 집착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소비와 생활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다.

물질 만능주의에 반대하며 반(反)소비주의 실천에 나선 차오쌍(喬桑·31, 가명). [웨이보 캡처]

물질 만능주의에 반대하며 반(反)소비주의 실천에 나선 차오쌍(喬桑·31, 가명). [웨이보 캡처]

‘동냥’으로 시작한 프리건 첫 달 

프리건 첫날, 차오는 먹거리부터 문제였다. 냉장고 재고를 조사했다. 유통 기한이 지난 라면 열 봉지를 모두 버렸다. 양문 냉장고 안에는 우렁국수(우렁 가루로 면을 뽑은 국수) 네 봉지, 칵테일 음료 몇 병, 각종 곡물, 간식용 비스킷, 사과와 육류 조금과 견과류가 보였다. 소비를 포기했으니 물물교환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렁이 국수와 칵테일 음료를 중국판 중고거래 단톡방에 올렸지만 찾는 이가 없었다.
이튿날 밥솥에 남은 죽을 먹고 출근한 그는 사무실에 남아 두유와 사과로 점심을 대신했다. 동료들에게 프리건 생활을 시작했다고 알렸다. 남는 먹거리로 돕겠다는 동료들이 나왔다.
외국의 프리건을 따라 대형 마트를 찾아 버려지는 공짜 먹거리를 알아봤다. 점장은 매일 팔고 남은 야채와 과일을 싸게 팔 수 있지만, 공짜는 없다고 거절했다. 차오는 근처 야채 시장에서 팔다 남은 우유를 회수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동냥’을 시작했다.
먹거리가 없어 배고픔을 겪자 음식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영양소와 식이 균형을 우선 고려했다.
먹거리를 넘어 옷·집·교통 모두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옷은 단벌 생활을 시작했다. 손빨래했고 세탁기는 탈수만 이용했다. 머리카락도 거울 앞에서 혼자 잘랐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여동생이 도와줬지만 이제 혼자 자를 수준이 됐다.
차오쌍의 80여㎡ 아파트는 하루하루 비어갔다. 우선 소파를 버렸고 새로 장만했던 선반도 처분했다. 침대도 매트리스와 널판도 버렸다. 깔개만 남았다. 전기를 아끼려고 전등도 거의 켜지 않는다.

소비주의에 반대하는 중국판 ‘프리건’ 차오쌍(喬桑·31, 가명)의 아파트. [신경보 캡처]

소비주의에 반대하는 중국판 ‘프리건’ 차오쌍(喬桑·31, 가명)의 아파트. [신경보 캡처]

일상용품도 최대한 쓰지 않는다. 화장지 대신 비데의 건조기능을 사용한다.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찻가루를 세제 대용으로 쓴다. 샴푸와 비누 대용품도 마련했다.
프리건 첫 달. 차오는 먹거리와 과일을 사는 데에 20.5위안(3540원)을 썼다. 생활비는 2884위안(49만8000원). 치과 치료비와 인터넷·전기·수도료가 2000위안을 차지했다. 한 달 만에 몸무게가 6㎏ 빠졌다.

쇼핑 ‘중독자’에서 프리건이 되기까지

차오는 수입이 적지 않았다. “쓰고 싶은 대로 썼다”고 회상한다. 돈을 벌고 쇼핑에서 삶을 즐거움을 찾았다. 대학 시절에는 베이징 여행 가이드로 많은 돈을 벌었다. 도매 시장에서 양말·소품 등을 사 지하철역 노점상을 했다. 졸업 후에는 인터넷 기업에 들어가 영업과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996 근무제(아침 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주 6일 근무)도 경험했다. 자가용도 벌써 세 번 바꿨다. 1박에 3000위안(54만원)인 고급 호텔에도 묵었고, 터키·일본·필리핀 등 해외여행도 즐겼다. 패러글라이딩이 하고 싶으면 태국에 갔다. 마사지샵, 헬스센터, 칵테일바 등 곳곳에 선납한 적립 회원권도 여럿 갖고 있었다. 2만 위안(346만원)짜리 요가 교실도 수강했다.

소비주의에 반대하는 중국판 ‘프리건’ 차오쌍(喬桑·31, 가명)의 아파트. [신경보 캡처]

소비주의에 반대하는 중국판 ‘프리건’ 차오쌍(喬桑·31, 가명)의 아파트. [신경보 캡처]

몇 년 전 싱글 데이로 불리는 쇼핑 명절인 11월 11일에 결혼했다. 짧았던 결혼 기간 모든 기념일은 곧 쇼핑 기념일이었다고 한다. “쇼핑몰 판촉 행사를 볼 때마다 이것저것 빼놓지 않고 사들였다. 내가 쓸 것을 넘어 친지에게 주려고 사고 또 샀다.” 차오의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차오는 부동산 구매를 두고 남편과 입장차로 헤어졌다. 전남편은 집을 갖고 있었다. 혼인신고 뒤에도 경제적으로 각자 생활했다. 어느 날 차오가 자신 명의의 아파트를 사겠다고 했다. 전남편이 반대했다. 아파트 대출을 받느니 예금하고 차를 사자고 했다. 다툼은 커졌고 둘은 이혼했다.

거부하는 신체와 ‘유랑서점’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차오가 사는 허베이(河北)를 엄습했다. 프리건 생활 두 달째였다. 도시가 봉쇄됐다. 친구들로부터 음식 조달이 힘들어졌다. 한 달 만에 채소와 과일에 188.2위안을 썼다. 대신 냉장고에 식재료가 없어도 초조하지는 않았다.
프리건 석 달째 어느 날 아침에 구토와 설사가 엄습했다. 부모에게 연락해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 의사는 상한 음식 탓이라고 말했다. 몸이 보내는 신호였다. 차오는 프리건 생활 패턴을 바꿨다.

소비주의에 반대하는 중국판 ‘프리건’ 차오쌍(喬桑·31, 가명) 아파트의 벽. 팔로워들이 보내온 책들이 ‘유랑서점’을 이루고 있다. [신경보 캡처]

소비주의에 반대하는 중국판 ‘프리건’ 차오쌍(喬桑·31, 가명) 아파트의 벽. 팔로워들이 보내온 책들이 ‘유랑서점’을 이루고 있다. [신경보 캡처]

차오는 신체의 ‘항의’를 존중했다. 117일만인 3월 26일 동영상 공유를 멈췄다. 차오는 신경보 기자에게 “돈을 써야 할 때는 쓰기로 했다. 돈 자체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당한 소비를 받아들였다.
이때 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집을 꼭 사야겠다는 집념이 있었어요. 집이 있어야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갖게 된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정반대다. 집이 자신을 속박한다고 차오는 생각한다. “무언가 원하는 생활을 바꾸니 집이 텅 비건 아니건, 크건 작건 상관이 없다. 집에 돌아와서 책을 보고 밥 먹고 잠을 잘 수만 있으면 된다. 반(反)소비주의를 따르니 이제는 어디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SNS에 영상 공유를 멈춘 차오는 ‘유랑서점’을 시작했다. 10만 명의 팔로워를 대상으로 자신의 집을 책을 바꿔 읽을 수 있는 중계소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쑹쑤훙(宋素紅) 베이징사범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물질에 대한 집착은 자신을 무시하는 데서 시작된다. 자기를 남이 응시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다른 사람의 평가나 안목을 의식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소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프리건’의 목적은 자신을 수전노로 바꾸는 게 아니라 돈을 써야 할 곳에 쓰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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