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에 눈돌리는 주민들, 그리고 대형 건설사들

중앙일보

입력 2021.05.03 17:38

쌍용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한 경기도 광명시 철산한신아파트 리모델링 후 조감도. [쌍용건설]

쌍용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한 경기도 광명시 철산한신아파트 리모델링 후 조감도. [쌍용건설]

1기 신도시 등 수도권 노후 아파트 단지에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는 재건축과는 달리 골조(뼈대)를 유지한 채 증축하는 방식이다.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한 데다 준공 15년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이에 맞춰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형 건설사도 관심갖는 리모델링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경기 군포시 산본동 우륵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고 3일 밝혔다. 현재 15개 동, 총 1312가구인 이 단지는 수평·별동 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17개 동, 총 1508가구로 탈바꿈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리모델링이 된 아파트 단지는 수도권에 총 14곳, 2301가구다. DL이앤씨는 2003년 국내 첫 아파트 리모델링 단지인 마포구 용강동 강변그린(옛 용강시범)을 시공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대림아크로빌(압구정 현대사원아파트), 용산구 이촌동 로얄맨숀 등 국내 1~3호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가 짓는 경기 군포시 산본동 우륵아파트 리모델링 후 조감도. [DL이앤씨]

DL이앤씨(옛 대림산업)가 짓는 경기 군포시 산본동 우륵아파트 리모델링 후 조감도. [DL이앤씨]

아파트 리모델링 준공 실적으로 보면 쌍용건설이 가장 앞선다. 쌍용건설은 2000년 업계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렸다. 2007년 서초구 방배동 궁전아파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개 단지 974가구의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쌍용건설은 지난 3월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경기 광명시 철산한신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됐다. 1992년 준공한 이 단지는 리모델링 후 235가구(1568 → 1803가구)가 늘어난다. 쌍용건설에 따르면 리모델링 누적 수주실적이 14개 단지에 1만1000가구,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동훈 무한종합건축사무소 대표(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는 "2010년을 전후로 부동산 침체를 겪으면서 리모델링 추진 자체가 어려웠다"며 "2014년 주택법 개정으로 수직 증축이 허용되는 등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보완되면서 대형 건설사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 유인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2014년부터 전담 부서를 꾸린 포스코건설도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이다. 현대건설은 기존에 리모델링 사업을 담당하던 태스크포스(TF)를 지난해 11월 정식 부서로 재편했다. 대우건설도 지난 3월 전담팀을 꾸렸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등 대형사들도 입찰에 나서고 있다. 리모델링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 가락쌍용1차 리모델링 사업 입찰에는 주관사 쌍용건설이 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해 수주를 앞두고 있다. 1997년 준공한 가락쌍용1차는 14개 동 2064가구의 대단지다. 예상 공사비는 8000억원 정도이며, 지금까지 리모델링을 추진한 단지 중 가구 수가 가장 많다.

2013년 대우건설이 리모델링한 워커힐 푸르지오. 대우건설

2013년 대우건설이 리모델링한 워커힐 푸르지오. 대우건설

3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마친 단지는 총 62개 단지의 4만5527가구다. 2019년 말(37개 단지·2만3935가구) 대비 60%가량 늘었다. 아직 조합 설립이 안 된 단지까지 포함하면 실제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더 많을 전망이다.

리모델링에 적극적인 1기 신도시  

리모델링의 가장 큰 장점은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하다는 점이다. 재건축은 준공 후 30년 이상이 지나고 안전진단에서도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이 지나면 추진할 수 있다. 안전진단도 수직증축은 B등급, 수평증축은 C등급을 받으면 된다.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도 66.7%로 재건축(75%)보다 낮다.

최근에는 분당(성남시), 일산(고양시), 산본(군포시), 평촌(안양시), 중동(부천시)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2026년이면 1기 신도시 내 30년 이상 된 주택이 28만 가구에 도달한다. 기존 단지의 용적률이 200%를 넘으면 재건축 수익성이 떨어지는데, 1기 신도시 아파트 대부분이 용적률 200%를 초과한다. 지난 2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가 1기 신도시 최초로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1기 신도시 계획 현황. [자료 경기연구원]

1기 신도시 계획 현황. [자료 경기연구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리모델링 사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1기 신도시 지역인 고양시와 성남시는 리모델링 기금을 적립하고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조례 등을 개정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는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단지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시범단지 선정 공모에는 경기도 내 111개 단지가 신청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재건축보다 일반 분양 가구가 작아 조합원 분담금이 높은 편이다. 층수를 높이는 수직 증축으로 일반 분양 가구를 늘릴 수 있지만 수평 증축보다 안전진단 절차가 까다롭다. 지금까지 수직 증축을 허가받은 곳은 서울 송파구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아파트 무게를 지탱하는 내력벽 철거가 쉽지 않아 평면 구성 등에 제약도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력벽 관련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에서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 부임 후 재건축 규제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재건축의 사업성이 좀 더 낫기 때문이다. 이동훈 대표는 "리모델링 추진은 준공 후 15년, 재건축은 30년 이후로 다르고, 안전진단 등급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사업에도 차이가 있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재건축을 위해 불편함을 감내하며 10년을 더 기다리는 것보다 좀 더 빨리 리모델링을 하자는 입장이 강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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