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않고 앉아서 2억대 차익···노형욱도 누린 '특공 재테크'

중앙일보

입력 2021.05.03 17:24

업데이트 2021.05.03 17:57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정부과천청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정부과천청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인의 절도 전력에 차남의 실업급여 부정 수급 의혹까지 불거진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관련 논란은 일명 ‘관사 재테크’ 의혹으로 요약된다. 공무원 자격을 이용해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분양 받은 뒤 실제 살지 않고 세를 놓거나 팔아 이윤을 남기는 식이다. 세종시 중앙부처 공무원 사이에서 만연한 사례라 관심을 끈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노 후보자는 2011년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를 통해 세종시 어진동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2억7000여만원에 분양받았다. 이후 실거주하지 않고 전세만 놓다가 2017년 5억원에 팔았다.

노 후보자는 이 과정에서 해당 아파트에 부과된 취득세 1100여만원, 지방세 100여만원을 전액 면제받았다. 지방세특례제한법상 ‘중앙행정기관 공무원이 해당 지역에 거주할 목적으로 주택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 등을 감면받는다’는 조항에 따라서다. 노 후보자는 또 2013년 1월~2014년 12월 매달 20만원씩 세종시 이주 지원비도 받았다. 김 의원은 “특별 공급은 서울에 살다가 세종시로 이사한 공직자를 위한 제도지만, 노 후보자는 세종시 아파트에 살지 않고서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고위 공직자의 관사 재테크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청와대가 지난해 연말 임명한 차관급 인사 12명 가운데 6명도 세종시에 공무원 특별공급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한 번도 실거주하지 않고 매각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후보자 6명 모두 “개인 사정, 수도권 근무 등 사정으로 실거주하지 않고 임차 등으로 운영하다가 매각했다”고 해명했다.

세종정부청사와 인근 아파트 단지 전경. 세종시

세종정부청사와 인근 아파트 단지 전경. 세종시

공무원 특별 공급은 일반 국민 입장에서 혜택으로 간주할 만한 제도다. 수도권에 집이 있더라도 청약 기회를 준다. 세자릿수에 이르는 일반공급 청약 경쟁률과 달리 공무원 특별 공급 경쟁률은 통상 2~3대 1 수준이다. 경쟁을 뚫고 당첨되면 취득세 감면ㆍ면제, 이주 지원금 지급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2010년 도입한 이 제도로 10년간 세종시에 지은 아파트 10만여채 가운데 2만5000여채를 공무원이 가져간 것으로 추산된다.

주거난 해소와 보상 차원에서 배려인 특별 공급을 실제 취지와 달리 공무원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문제다. 특별 공급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하루도 살지 않고 팔아 수억 원의 차익을 남기거나, 세를 놓는 식이다. 2016년엔 전매 금지 기간에 세종시 아파트를 불법으로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긴 공무원 2085명이 적발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에 사는 공무원이 수도권에 ‘똘똘한 한 채’는 남겨 둔 채 세종시 아파트까지 특별 공급받아 2주택자로서 편의만 누리는 건 전형적인 ‘체리 피킹(Cherry Pickingㆍ좋은 것만 골라서 챙기는 행위)’”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사이에선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2012년 특별 공급을 받은 농림축산식품부 한 서기관은 “중학생 자녀 교육 문제가 걸려 세종으로 갑자기 이사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었다”며 “지금이야 세종 집값이 많이 올라서 그렇지 특별 분양받을 당시에는 대단한 혜택도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기획재정부 한 사무관은 “투자 목적이 아니라 다 특별 분양을 받는 분위기였다”며 “주로 세종에서 일하지만 서울을 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많아 무조건 서울 집을 팔고 내려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백하게 거주할 목적이 없었는데도 일단 특별 분양을 받아 임대한 경우가 많아 수년간 공무원만 특혜를 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반 분양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을 경우 5년 실거주 의무를 두는 등 제한을 두고 있다”며 “청약 시장에서 ‘특별 분양’ 자체가 혜택인데 감시가 소홀했다”고 꼬집었다. 한성수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장은 “주택법 개정안에 따라 7월부터 특별 공급에 대한 5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등 특별 공급 취지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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