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임대 공급"에도…무주택 40대 92%는 "집 사겠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03 17:22

업데이트 2021.05.03 18:28

서울 등 대도시에 사는 40대 10명 중 4명은 무주택자였다. 이들 중 92%는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있지만, 주택 마련을 위해 모으는 돈은 매달 36만원에 불과했다. 자녀가 있는 40대의 경우 사교육비로 매달 107만원을 쓰는 등의 지출이 만만치 않아서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하나은행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이런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40대가 사는 법’ 보고서를 3일 내놨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1월 서울과 4대 광역시(대전ㆍ대구ㆍ부산ㆍ광주)에 사는 40대 소득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40대에게 ▶자녀교육 ▶주거 안정성 ▶은퇴자산 마련 ▶자기계발과 관련된 지출 규모와 향후 계획 등을 물어 보고서에 담았다.

대한민국 40대의 경제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한민국 40대의 경제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이 있는 대도시 거주 40대의 평균 세후소득은 월 468만원이었다. 이들은 소득 중 343만원(73%)을 생활비 등으로 지출하고, 126만원(27%)을 저축과 투자에 사용했다.

이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인생과제는 은퇴자산 마련(42%)과 내 집 마련 등 주거 안정성 확보(36%)다. 자녀교육(16%)과 자기계발(6%)이 뒤를 이었다. 은퇴 자산 마련을 꼽은 이유로는 ‘금융자산이 부족해서’가 가장 많았고, 주거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한 것은 ‘미뤄질수록 내 집 마련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한 40대는 응답자의 56%였다. 서울 지역은 50%였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63%가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의 주택을 갖고 있었다. 무주택자의 거주 형태는 전세(41%)와 월세(30%), 부모집(29%) 등으로 나뉘었다.

무주택자가 집을 사지 않은 이유로는 주택 자금 부족(74%ㆍ1,2순위 합산)이 가장 많았다. 높은 주택 가격(57%)과 대출 이용이 싫어서(17%) 등이 뒤를 이었다. 비싼 집값이 주택 마련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인 셈이다.

무주택자 10명 중 9명(92%)은 ‘앞으로 주택을 사겠다’고 응답했다. 3년 내 집을 사겠다는 응답자도 33%나 됐다.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주택 자금 마련 계획으로는 대출(78%)과 저축(68%) 등을 꼽았다. 다만 주택구매를 위해 저축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무주택자의 64%였고, 이들의 월평균 저축액은 36만원에 그쳤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8667만원이다. 중위가격은 표본주택을 가격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값이다. 이들의 저축만으로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경우 229년(2740개월)이 걸린다.
유주택자도 더 나은 집으로 갈아타기를 희망했다. 절반가량(45%)이나 됐다. 특히 자녀교육을 위해 이주계획을 세우고 있는 40대 부모의 71%가 더 나은 주택을 찾기 위해 현재 집을 팔고 싶다고 응답했다.

40대 내 집 마련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40대 내 집 마련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보고서가 40대를 ‘정착할 집을 찾는 주택 노마드족(유목민)’으로 소개한 이유다. 보고서는 "40대 대부분이 아직 정착할 내 집을 찾고 있다”며 “내 집이 있어도 집값 걱정은 매한가지다”고 설명했다.

비싼 집값은 이런저런 이유로 40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대출금 부담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노후 대비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모두 집 관련 빚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주거 관련 월평균 대출 상환액은 유주택자 75만원(평균 대출액 1억1000만원), 전세 거주자 47만원(8000만원), 월세 거주자 59만원(2400만원) 등이다. 유주택자의 56%, 전ㆍ월세 세입자들은 각각 60%, 77%가 월 상환액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은퇴자산 마련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겼지만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40대 스스로 매긴 중간 평가 점수는 45점(100점 만점)이었다. 은퇴자산 마련을 위한 저축액은 평균 월 61만원이었다. 주택 마련 관련 지출(28%), 소득 공백 시기 발생(18%), 자녀 교육비(16%) 때문에 은퇴자산 마련이 쉽지 않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인생 과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가장 중요한 인생 과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실제 40대의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녀교육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9명 가까이(88%)가 자녀를 학원에 보내며 평균 월 107만원을 쓰고 있었다. 중고생 자녀 가구(각 142만원)의 학원비 지출이 가장 많았고, 초등학생 자녀를 가진 40대도 월 102만원을 학원비로 썼다. 사교육비가 부담스럽다는 응답은 61%였는데, 상위소득 가구 중 절반 이상(51%)도 교육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원주 하나은행 연금신탁그룹장은 “40대는 경제활동 기간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만큼 은퇴자산 마련 여력은 충분하다”며 “퇴직연금과 ISA 등 경쟁력 있는 장기 자산관리 수단을 통해 은퇴자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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