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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개인 파산 5만명”…法 "파산낙인법 개정해야"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 개선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해 개인 파산 신청자가 5만명을 넘은 가운데 개인 파산 경력이 취업 결격 사유가 되는 등 '파산 낙인'을 찍는 200여개 법규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간담회’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경환 서울회생법원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박형근 변호사 등 12명이 자리에 참석했다

국회 법사위원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관련 시민단체?박주민 의원?서울회생법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법사위원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관련 시민단체?박주민 의원?서울회생법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박 의원은 모두 발언에서 “작년 연초부터 코로나19 확산이 지속하면서 1년이 넘어가 역경 시기가 길어졌고 지난해 개인파산 신청만 5만건이 넘어 최근 5년간 가장 많았고 올해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막다른 길에 시민들이 몰리고 있는데 관련해서 국회법이 필요하면 발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 원장도 “코로나19로 인한 사정과 경제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한계상황에 도달했고 자영업자 고통 심화 되는 상황에서 한자리 모여 논의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법원은 법적 테두리 안에 최선을 다할 테니 입법을 통해 해결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박 의원과 서 원장의 모두 발언 후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 시간가량 이어진 간담회에는 ▶파산 선고에 따른 자격 제한 규정 삭제 ▶간이조사 보고서 개선 ▶서울회생법원의 관할 확대를 위한 법안 개정 ▶개인도산 재판 실무 개선 내용 등에 대해 논의했다.

’파산선고 낙인법’ 개정해야

이날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간담회에서 “파산선고에 의한 차별적 취급 금지 규정이 신설됐음에도 불구하고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채무자회생법(제32조의2)에 따르면 회생절차·파산절차 또는 개인회생 절차 중에 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 제한 또는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이 규정은 미국 연방파산법(Protection against discriminatory treatment)을 본따 2006년에 신설됐다.

하지만 파산선고를 직업상 ‘결격사유’로 규정하는 200여개의 법 규정에 따라 채무자들은 여전히 차별적 취급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위와 같은 법 규정들은 파산선고 자체를 불성실 징표 또는 사회적 신뢰의 상실로 이해하고 징벌이나 불이익을 주는 전근대적 인식의 산물”이라며 “현대 도산제도의 목적에 정면으로 반하고 법 제32조의2 신설 취지와도 모순돼 개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서울회생법원. 연합뉴스

서울회생법원.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효율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원은 특수한 현 상황을 고려해 한계기업을 신속히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채무자회생법(제3조 제4항)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조항에 따르면 채권자 수가 300인 이상인 동시에 500억원 이상의 채무를 부담해야 서울회생법원이 법인에 대한 재판 관할권을 갖는데 조건이 너무 엄격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앞서 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선 “채무자회생법 개정 입법 논의와 관련해 사회·경제적 약자인 채무자의 회생을 최우선 사항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실태 공유를 요청한다”며 상환 능력이 없는 한계채무자 구제 강화를 위한 개인회생·파산 제도 개선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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