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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뛰었지만 중국은 날았다"…中 약진에 K-배터리 입지 위축

중앙일보

입력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디엄셀즈가 개발한 얼티엄 배터리와 플랫폼. 사진 GM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디엄셀즈가 개발한 얼티엄 배터리와 플랫폼. 사진 GM

'한국도 달렸는데 중국은 날았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올해 1분기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47.8GWh/기가와트시)은 지난해 1분기보다 127% 증가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 덕분으로 안방을 차지한 중국 업체가 크게 약진했다. 한국 업체도 미국과 독일에서 분전했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하락했다. 한국 배터리가 달렸다면 중국은 날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국산 배터리가 우수한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모하면서 K-배터리의 입지가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에너지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3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중국의 CATL이 가장 돋보였다. CATL은 1분기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모두 5.1GWh의 배터리를 공급해 31.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7%)보다 두배 가량 증가했다. 또 중국의 BYD(비야디)·CALB·AESC·궈쉬안(Guoxuan) 등의 배터리 공급량도 각각 두배 이상 큰폭으로 늘었다. 5개 중국업체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합계는 44%에 달한다.

제조사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제조사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국, 공급량 늘었지만 점유율은 하락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3사도 1분기 배터리 공급량이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모델Y와 폭스바겐의 ID.3, 포드의 머스탱 마하-E 등에 모두 9.8GWh의 배터리를 공급해 지난해 1분기(5.2GWh) 공급량보다 89% 증가했다. 삼성SDI도 아우디 E-트론과 피아트 500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아 니로와 판매가 늘어난 유럽산 현대 코나 EV 등에 배터리를 납품했다.

그러나 한국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0.9%를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37.8%)보다 6.9%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 순위에서도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BYD에 역전당해 각각 5위와 6위로 밀려났다. 중국 업체의 선전에 일본의 파나소닉이나 PEVE 등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18%)도 지난해 1분기(28.4%)보다 급락했다.

중국 배터리의 약진은 무엇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은 바 크다. SNE리서치는 "중국 시장의 (전기차) 회복세가 급팽창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가열되면서 대부분 중국 배터리 업체가 세 자릿수 이상의 급성장했다"고 밝혔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도 잘했지만, 중국 배터리업계가 더 잘하면서 최근 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中 배터리, 안방 넘어 세계시장 진출    

중국 배터리는 또 기술력에서도 더 이상 뒤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CATL이 만드는 인산철(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ATL은 인산철 배터리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유럽에도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고 조만간 현대차 전기차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또 니오·샤오펑·리샹 등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도 대부분 CATL 배터리를 쓰고 있다.

박철완 교수는 "중국산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늘어난 건 CATL의 인산철 배터리를 비롯해 비야디의 칼날처럼 얇은 블레이드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산(MIC) 테슬라 모델3에도 CATL의 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됐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진출을 도모 중인 중국 업체와 달리 국내 기업은 현재 가장 큰 배터리 시장인 중국에는 진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과 중국 업체의 견제가 너무 심해 중국 진출을 생각조차 못 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 공산당이 테슬라를 자꾸 때리는 것도 중국산 배터리를 더 쓰라는 압박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과 공산당까지 앞장서 자국 배터리 업체를 지원하는 반면 한국이나 일본 업체는 견제하고 있어 진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SNE리서치 역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선방하던 한국 3사가 올해 중국 업체의 대대적인 공세에 다소 주춤하고 있다"며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의 비중국 시장 진출이 확대되면 한국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입지는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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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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