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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고개’ 맞닥뜨린 한반도 '봄'대신 '위기'로 치닫나

중앙일보

입력

임기 말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목표로 하는 문재인 정부가 ‘세 고개’를 맞닥뜨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판문점 선언(4ㆍ27선언) 3주년을 전후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줄기차게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일부 탈북자의 대북전단 발송과 미국의 대북정책에 반발해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때리며 맞서는 모양새다.

전날 대북전단 살포, 미국의 대북정책 문제 삼더니 #3일엔 국내 출간된 김일성 회고록 논란으로 위협 #북, "상응행동" 주장으로 한미 정상회담 앞둔 정부 곤혹

특히 북한은 3일 대외 선전 매체인우리민족끼리를 동원해 한국 사회에서 출간된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논란을문제 삼았다. 우리민족끼리는 “최근 남조선에서 ‘세기와 더불어’가 출판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며 “상식을 초월하는 비정상적인 사태들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조계와 보수 언론들은 그 무슨 ‘보안법’ 위반이니 ‘이적물’이니 하고 법석 고아대며 히스테리적인 대결 광기를 부려대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자들도 해당 출판사에 대한 조사 놀음을 벌여놓고 회고록의 출판과 보급을 막아보려고 비열하게 책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일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세기와 더불어’를 원전 그대로 출간하면서 국내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한 비판에 나선 것이다.

북한이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김일성 주석을 신(神)적인 존재로 여기며 그의 회고록에 대한 비판을 최고 존엄 모독으로 여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논란이 지속될 경우 북한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전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상응조치”로 위협하고, 같은 날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 외무성 대변인이 동시에 등판해 미국의 대북정책을 염두에 두고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 직후 이런 반발이 나온 것에 정부는 당혹스러운 눈치다.

익명을 원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국가에서 주민들의 행동을 일일이 통제할 수 있지만 한국은 사후에 법적인 적용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걸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를 문제 삼고 나선 배경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조치에 한계가 있는 부분을 북한이 주장하고 나선 것이 향후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오는 21일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한반도의 ‘봄’이 아닌 ‘위기’로 전개될 우려도 나온다. 김 부부장은 2일 자 담화에서 “우리가 어떤 결심과 행동을 하든 그로 인한 후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더러운 쓰레기들에 대한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6월에도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는 담화 사흘 뒤 개성공단 내남북공동 연락 사무소를 폭파하고, 남북관계를 차단했다. 군 당국은 3일 오후 현재 북한의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열린 남북 재생에너지 협력방안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탈북민 단체들이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한 데 대해 "용납못할 도발행위로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북한의 한반도 위기 조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열린 남북 재생에너지 협력방안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탈북민 단체들이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한 데 대해 "용납못할 도발행위로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북한의 한반도 위기 조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스1]

한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한반도 평화와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남북 재생에너지 협력방안 토론회’에서 “어떤 순간에도 한반도 긴장 조성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 관계 진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도를 안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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