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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경매된 집 전세 중개했다가 생돈 물어준 부동산 업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경영의 최소법(32)

부동산 거래를 공인중개사에게 의뢰하는 경우 공인중개사의 업무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계약만 체결되면 공인중개사의 중개 업무는 끝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계약에서 발생한 의무가 이행되도록 완료해야만 중개 행위가 끝나는 것일까요? 중개 업무의 범위가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공인중개사의 책임 범위가 넓어지게 되므로 이 문제는 공인 중개사가 책임져야 할 손해배상 범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편 공인중개사법에 정해진 수수료 범위를 넘는 프리미엄을 준 경우 이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사례1

A는 2019년 12월 10일 공인중개사 X를 통해 B 소유의 빌라를 임대차보증금 8500만 원, 기간 2년으로 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85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런데 잔금을 치르기 하루 전날 B의 채권자가 신청한 강제경매 개시결정 등기가 기입되었다. X는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A는 잔금일에 나머지 보증금 7650만 원을 B의 은행 계좌로 송금했고, 다음 날 X는 이 돈을 빌라의 종전 임차인에게 송금했다. X는 A에게 빌라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전달해 주었고, A는 빌라를 인도받아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까지 받았다. 이후 빌라는 강제 경매돼, A는 2021년 2월 4500여만 원을 배당받았다.

A는 X가 임대차보증금 잔금 지급과 관련한 공인중개사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증금 중 3900여만 원을 반환받지 못했다며, B와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39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업무 범위가 임대차 계약 체결까지라면 손해배상 책임이 없겠지만, 잔금 지급까지라면 손해 배상 책임이 발생한다. [사진 pxhere]

부동산 중개업자의 업무 범위가 임대차 계약 체결까지라면 손해배상 책임이 없겠지만, 잔금 지급까지라면 손해 배상 책임이 발생한다. [사진 pxhere]

사례에서 X의 중개 업무 범위가 임대차 계약 체결까지라면 손해배상 책임이 없겠지만, 잔금 지급까지라면 손해 배상 책임이 발생합니다.

대법원은 중개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중개업자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 통념상 거래의 알선·중개를 위한 행위라고 인정되는지 아닌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임대차계약을 알선한 중개업자가 계약 체결 후에도 보증금의 지급, 목적물의 인도, 확정일자의 취득 등과 같은 거래 당사자의 계약상 의무의 실현에 관여함으로써 계약상 의무가 원만하게 이행되도록 주선할 것이 예정된 때에는 그러한 중개업자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 통념상 거래의 알선·중개를 위한 행위로 중개행위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사례의 경우 X는 A로부터 잔금을 받아 빌라의 종전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해 주었고, A가 이사할 수 있도록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전달해 주었습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X의 중개 업무는 잔금 지급 및 전달 등에 관한 부분까지도 포함된 것입니다.

따라서 X는 계약 체결일 이후 잔금 지급일 이전에 발생한 권리관계의 변동에 대해서도 재차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습니다. X는 이러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결국 A가 임대차보증금을 모두 반환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다만 법원은 임대차계약의 체결일로부터 잔금지급일까지의 기간이 10일에 불과해 그사이에 권리변동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해 X의 책임을 50%로 제한했습니다.

사례2

C는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했다가 다른 곳에 매도해 프리미엄 시세 차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중개 보조원인 Z의 중개를 통해 분양권 28개를 매수하였다.

분양권 매수 당시 Z는 C에게 프리미엄 금액을 포함된 분양권 대금을 알려주면서 프리미엄이 포함되었음을 알리지 않았고, 이에 Z는 원고로부터 분양권 1개당 중개 수수료 100만 원과 분양대금 5억 7820만 원을 지급했다.

C는 분양권 대금으로 지급한 5억7820만 원 가운데 6700만 원이 프리미엄인 사실을 알게 되자 Z를 상대로 6700만 원을 반환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공인중개사는 중개 의뢰인으로부터 중개행위에 따른 보수와 그에 따르는 실비를 받도록 관련 법령은 규정하고 있다. 그 밖의 어떠한 명목으로도 보수 또는 실비를 초과해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사진 pixabay]

공인중개사는 중개 의뢰인으로부터 중개행위에 따른 보수와 그에 따르는 실비를 받도록 관련 법령은 규정하고 있다. 그 밖의 어떠한 명목으로도 보수 또는 실비를 초과해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사진 pixabay]

공인중개사법 제32조는 공인중개사는 중개 의뢰인으로부터 중개행위에 따른 보수와 그에 따르는 실비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구체적 범위는 하위 법령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그 밖의 어떠한 명목으로도 제32조에 따른 보수 또는 실비를 초과해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중개 수수료에 관한 규정은 강행 법규라고 하면서 공인중개사법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 약정은 그 한도를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로 보고 있습니다.

사례의 경우 Z는 중개보조원으로 분양권의 중개를 함에 있어 중개 수수료로 100만 원을 받은 것 이외에 프리미엄이라는 명목으로 합계 67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는 분양권을 중개하면서 취득한 사실상 중개 수수료로서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해 받은 것이므로 무효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Z에게 부당이득금으로 67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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