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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야경 비추던 네온사인 활용하면 우리 집 거실도 반짝반짝

중앙일보

입력

김민아(왼쪽) 학생기자·김려원 학생모델이 직접 만든 네온사인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김민아(왼쪽) 학생기자·김려원 학생모델이 직접 만든 네온사인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밤하늘의 별을 대신해 어둠이 내린 도시를 밝혀주는 불빛. 멀리서 보면 은하수처럼 잔잔하게 반짝이고, 가까이서 보면 형형색색의 영롱한 빛이 거리를 물들이죠. 바로 ‘네온사인(Neon Sign)’입니다. 네온사인은 네온관으로 만든 야간 점등용 사인으로, 주로 광고나 장식물 등에 이용해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행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네온사인을 이용한 인테리어 소품도 주목받고 있죠.

네온사인은 색·냄새·맛이 없고 공기보다 가벼운 비활성 기체 ‘네온(Neon)’으로 만들어요. 1898년 영국의 화학자 윌리엄 램지와 모리스 트래버스가 당시 새롭게 찾아낸 기체 아르곤(Ar)과 헬륨(He)의 성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했죠. 이들은 액화(기체가 액체 상태로 되는 현상)한 공기에서 추출한 가스에 전기를 통하게 하면 밝은 붉은색의 빛을 낸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이 희귀 가스에 ‘새롭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네오스(Neos)’를 차용해 네온이라는 이름을 붙였죠. 네온을 발견한 공적을 인정받아 램지는 190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영국의 물리학자 조셉 존 톰슨이 네온의 동위원소(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를 발견하면서 오늘날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질량분석(기체 형태의 원자 또는 분자를 이온화해 각각 분리·분석하는 수법)의 토대를 마련했죠.

네온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건 1902년 프랑스의 ‘에어리퀴드’가 공기에서 네온을 분리·생산해 판매하면서부터예요. 에어리퀴드의 창립자이자 물리학자인 조지 클로드는 1909년에 진공상태의 유리관에 네온을 충전하는 데 성공했고, 1910년에는 네온램프를, 1912년에는 오늘날의 네온사인과 유사한 네온 광고판을 선보였죠. 1912년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거리에 걸린 세계 최초의 네온 간판 ‘궁정 이발사(The Palace Hairdresser)’ 역시 에어리퀴드의 제품이었어요. 이후 북미 최초로 패커드(Packard)가 자동차 대리점에 2만4000달러(한화 약 2670만원)짜리 네온 간판을 세우고, 카지노 광고·항공 표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며 네온의 상업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네온사인은 네온과 질소·수은·아르곤 같은 기체를 가늘고 긴 유리관에 주입한 네온관으로 만들어요. 네온은 주황색, 질소는 노란색, 이산화탄소는 흰색, 산소는 주황색, 수은 증기는 청록색, 아르곤은 붉은색 등 넣은 기체에 따라 발광 색이 달라지죠. 색색의 네온관을 원하는 형태로 배열하면 우리가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네온사인이 탄생합니다. 네온은 안개 속에서도 가시거리가 약 32㎞에 달할 정도로 발광이 뛰어나고 여러 색을 활용할 수 있으며, 크기 제한이 없는 편이라 네온사인을 통해 강력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죠. 어두운 밤에 더 빛나는 네온사인은 반짝반짝 도시 야경의 일등공신이기도 해요.

네드온 명지점 박영선 선생님.

네드온 명지점 박영선 선생님.

나만의 별, 네온사인 만들기에 도전할 오늘의 소중 학생기자단은 김려원 학생모델·김민아 학생기자입니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네온사인 공방 네드온 명지점의 문을 열자 벽면을 가득 메운 색색의 네온사인이 눈을 사로잡았죠. “곰돌이 푸 캐릭터가 정말 귀여워요”(려원) “네온사인으로 이런 글자도 만들 수 있군요!”(민아) 네온사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학생기자단을 네드온 명지점 박영선 선생님이 불러 모았어요.

“네온사인 공예라고 하면 복잡하고 어려운 형태를 떠올리곤 하는데, 우리 공방을 찾는 손님 중 상당수가 여러분 같은 청소년이에요. 도안에 따라 얼마든지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기기 좋죠. 특히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며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네온을 이용한 인테리어 소품 공예가 대중화됐어요. 오늘은 네온사인 공예에 대해 알아본 뒤 각자 마음에 드는 도안을 바탕으로 네온사인 작품을 만들어볼 거예요.”

박영선(가운데) 네드온 명지점 선생님과 생애 첫 네온사인 만들기에 도전한 소중 학생기자단. 네온관을 다루는 두 사람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박영선(가운데) 네드온 명지점 선생님과 생애 첫 네온사인 만들기에 도전한 소중 학생기자단. 네온관을 다루는 두 사람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학생기자단이 사용할 네온관은 일반적으로 간판에 쓰는 유리 네온관이 아닌 실리콘 소재입니다. “유리 네온관과 실리콘 네온관의 차이점이 뭔가요?” 려원 학생모델이 질문했어요. “대형 네온사인에 쓰이는 유리 네온관은 유리 공예 하듯 불로 녹여 형태를 만들기 때문에 우리 같은 일반인은 쉽게 다룰 수 없죠. 반면 실리콘 네온은 손과 공구를 이용해 얼마든지 자유롭게 구부리고 자를 수 있답니다. 실리콘 네온을 자세히 살펴보면 네온관이 구부러지도록 돕는 철사와 빛을 내는 네온이 나란히 붙어있어요. 애써 네온사인을 만들었는데 철사 쪽이 위로 올라오면 네온 불빛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겠죠. 네온 부분이 위쪽으로 올라오도록 만들 때 신경 써야 해요.”

민아 학생기자가 네온사인의 기본 틀이 되는 네트·아크릴판을 가리키며 “두 재료가 어떻게 다른지” 물었습니다. “만드는 데 큰 차이는 없고, 네온관을 고정하는 방법이 달라요. 아크릴판은 구멍이 없고 표면이 매끄럽다 보니 본드를 이용하고요. 네트는 아주 얇은 철사로 네온관을 묶어 고정하죠. 각 재료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아무래도 본드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고정력 면에서는 네트가 조금 더 우수해요. 반면 아크릴판은 특유의 투명한 느낌 덕에 네트에 비해 깔끔해 보이죠. 여러분처럼 네온사인 공예에 처음 도전하는 친구들에게는 고정이 한결 쉬운 네트를 추천한답니다.”

박 선생님의 설명에 두 사람 모두 검은색 네트를 골랐어요. 이제 도안을 선택할 차례인데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부터 해·달·별·구름 등 자연물, 강아지·고양이 같은 동물, 감성 가득한 문구까지 만들고 싶은 도안이 가득해 고민에 고민이 거듭됐죠. 려원 학생모델은 애니메이션 세서미 스트리트의 엘모 캐릭터를, 민아 학생기자는 여행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비행기 도안을 택했습니다. 도안에 맞춰 각각 빨간색·흰색, 하늘색·흰색의 네온관도 골랐죠.

엘모 캐릭터의 얼굴 윤곽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검은색 절연 테이프를 붙이면 서로 떨어진 것처럼 연출할 수 있다.

엘모 캐릭터의 얼굴 윤곽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검은색 절연 테이프를 붙이면 서로 떨어진 것처럼 연출할 수 있다.

“우선 도안을 밑에 두고 네트 가운데 오도록 잘 맞추세요. 도안이 움직이지 않게 테이프로 붙이고요. 네온관의 스위치 부분을 도안 시작점 근처에 고정합니다.” 시작점을 정했다면 도안을 따라 네온관을 구부리면 돼요. 둥글거나 큰 곡선은 손으로 눌러주기만 해도 충분히 모양이 나죠. 한층 세밀한 곡선이나 모서리를 만들 때는 플라이어(펜치)를 이용해 지그시 누릅니다. 엘모 캐릭터의 북슬북슬한 털 때문에 어려울 법도 한데, 려원 학생모델은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금세 얼굴 부분을 완성했어요. “여기서 주의할 점 하나. 엘모 도안을 보면 얼굴 윤곽과 입의 선이 각각 떨어져 있죠. 하지만 네온관은 자르면 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선 하나로 얼굴과 입을 만들어야 해요. 검은색 절연 테이프를 잘라 얼굴 윤곽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붙이면 네온사인을 켰을 때 네온이 보이지 않아 각각 떨어진 것처럼 연출할 수 있죠.”

실리콘 소재의 네온관은 손으로도 충분히 구부릴 수 있지만, 세밀한 모양을 낼 때는 플라이어(펜치)를 사용하면 좋다.

실리콘 소재의 네온관은 손으로도 충분히 구부릴 수 있지만, 세밀한 모양을 낼 때는 플라이어(펜치)를 사용하면 좋다.

김민아 학생기자가 코로나19로 여행을 못 가는 아쉬움을 담아 완성한 비행기 네온사인.

김민아 학생기자가 코로나19로 여행을 못 가는 아쉬움을 담아 완성한 비행기 네온사인.

김려원 학생모델이 만든 깜찍한 엘모 캐릭터 네온사인.

김려원 학생모델이 만든 깜찍한 엘모 캐릭터 네온사인.

려원 학생모델의 시원시원한 작업 스타일과 달리 민아 학생기자는 꼼꼼하게 곡선 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도안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네온 구름에 려원 학생모델이 “진짜 잘했다”며 감탄했죠. 비행기의 뾰족한 날개와 꼬리 부분은 플라이어를 이용해 각을 살렸어요. 마무리할 때는 니퍼로 네온관을 깔끔하게 자른 뒤 실리콘 마개를 끼워 정리합니다. 마지막으로 얇은 철사 4~5개를 이용해 네온관과 네트 중간중간을 고정하면 쉽고 예쁜 네온사인 만들기 완료죠.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암실에 들어가 스위치를 켜니 짠! 네온사인이 마음마저 환하게 밝혀주는 듯했어요. 코로나19로 외출하지 못해 답답한 소중 친구들, 도시 야경을 그대로 옮긴 듯한 네온사인 공예로 내 방도 마음도 환기해 봐요.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이승연(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려원(서울 중대초 5) 학생모델·김민아(경기도 소하초 5)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소품 가게나 카페에서 멋지게 전시된 네온사인을 종종 봤어요. 전문 업체나 공장에서 주문 제작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저희 같은 청소년도 직접 네온사인 소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공방에 취재를 가게 돼 신기하고 설렜죠. 공방 선생님께서 네온사인 제작이 처음인 만큼 쉬운 단계부터 도전해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도안의 종류가 매우 많아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세서미 스트리트의 엘모를 골랐죠. 처음에는 네온관을 구부리는 게 손이 익지 않아 조금 당황했지만,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차근차근 만들다 보니 어렵지 않았어요. 새로운 공예를 체험하고 알아갈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언제 어느 곳에서 네온사인을 만나도 ‘나도 만들어본 소품이네’ 하면서 눈여겨볼 같아요.  김려원(서울 중대초 5) 학생모델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공예나 만들기 키트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저 역시 집에서 낡은 옷으로 인형 옷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죠. 이번 취재에서는 네온사인 공예에 도전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담아 비행기와 구름 모양의 도안을 선택했죠.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하늘색·흰색 네온관을 고른 후 본격적으로 만들기를 시작했어요. 네온관을 꺾는 작업은 조금 힘들어서 선생님께서 도와주셨고, 마무리 단계에서 얇은 철사가 자꾸 끊어져 진땀을 흘리기도 했죠. 하지만 몇 번 연습하니 금방 손에 익더라고요. 집에 돌아와 벽에 걸어놓으니 예쁜 인테리어 소품이 됐어요.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네온사인 만들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김민아(경기도 소하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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