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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더 건강하게, 더 오래…내 몸을 유기농법으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환의 면역보감(100)

면역보감 100회째 글이다. 지금까지 동의보감 한 챕터씩을 곱씹으며 현대인의 건강에 적용할 부분을 살펴보았고, 여러 약초와 이를 활용한 음식, 그리고 건강한 생활습관에 관한 이야기로 풍성하게 채웠다. 많은 분의 응원 말씀과 격려 덕에 지금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나의 글을 읽는 모든 분이 건강해지기를 바란다.

약초 재배는 아주 크지는 않지만 일일이 쟁기질과 삽질로 이랑과 고랑을 만들고 모종을 심고, 자주 물을 주면서 잡초 뽑으며 가꾸는 고된 일이다. [사진 pixnio]

약초 재배는 아주 크지는 않지만 일일이 쟁기질과 삽질로 이랑과 고랑을 만들고 모종을 심고, 자주 물을 주면서 잡초 뽑으며 가꾸는 고된 일이다. [사진 pixnio]

100회를 기념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고민하다 약초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점이 생각났다. 농부가 짓는 어마어마한 농사는 아니고, 지인이 200평 남짓한 땅을 빌려줘 코로나 전 몇 해 동안 약초를 심어 보았다. 한의사다 보니 약초에 관심이 많았고, 직접 약초를 보면서 주변 분도 씹고 뜯고 맛보게 해 주고 싶었다. 더불어 약초쌈을 먹는다는 핑계로 회식할 명분도 생기고.

아주 크지는 않지만 일일이 쟁기질과 삽질로 이랑과 고랑을 만들고 모종을 심고, 자주 물을 주면서 잡초 뽑으며 가꾸는 일은 참 고된 일이다. 손바닥만 한 텃밭이라도 가꿔본 분은 농사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고, 밥상에 올라온 반찬 하나 허투루 못할 것이다.

가을 초입, 잡초를 제거하러 갔는데 벌레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김매기도 힘든데 벌레라니. 농사 경험이 많은 형님께, “아 이래서 농약을 살포하나 봐요”라고 하니 “그렇긴 하지. 실제로 농사를 지어보면 농약이 아예 없으면 너무 힘들어. 그런데, 박 원장, 그거 아나? 농약을 많이 뿌린다고 해서 해충들이 잡히는 게 아냐. 오히려 농약 때문에 해충이 더 늘어나기도 해”라고 말한다. “어? 그래요? 왜 그럴까요?” 물으니 “아마 해충을 먹는 놈들까지 죽여서겠지?”라고 한다.

이걸 들으며 한의학의 이론들이 떠올랐다. 한의학의 치료과정은 몸속 토양에 농사짓는 과정과 비슷하다. 장이라는 토양에 삽질해 거름을 뿌리면 오장이 뿌리를 내리고, 그 양분을 얼굴, 머리, 팔다리라는 가지와 열매까지 가게 해 잘 자라게 한다. 좋은 거름을 잘 주는 것은 균형 잡힌 식단, 적절한 운동, 충분한 수면, 행복한 마음이다. 그렇지만 살다 보면 좋은 것만 들어오지 않는다.

해충을 물리치기 위해 농약을 쓰다 보면 적군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아군인 유익균과 면역력까지 같이 죽는다. [사진 pxhere]

해충을 물리치기 위해 농약을 쓰다 보면 적군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아군인 유익균과 면역력까지 같이 죽는다. [사진 pxhere]

시도 때도 없이 독소 같은 수많은 해충이 들어오고, 몸속에는 유익균이 방어한다. 잘 방어가 되면 면역력이 좋다고 하지만, 때로 방어력이 무너지기도 한다. 힘이 센 바이러스나 균 앞에서는 훌륭한 면역 군대도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정비해서 물리치는 힘을 가지게 만드는 힘 역시 면역력이다. 좋은 거름과 평소 가지고 있는 유익한 기운이 그 힘이다. 해충이 들어올 때 농약을 살포할 것인가 스스로 가진 생명력으로 치유하게 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을 때가 많다. 자, 당신의 몸에 해충이 있다. 농약을 쏠 것인가, 아니면 유기농법을 할 것인가!

둘 다 장단점이 있다. 농약은 단기적인 효율은 참 좋은 편이다. 하지만, 해충을 물리치기 위해 농약을 쓰다 보면 적군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아군인 유익균과 면역력까지 같이 죽는다. 논밭에는 해충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고, 포식자의 숫자는 적기 때문에 비슷한 숫자를 죽이다가는 오히려 해충 숫자가 더 늘어나는 역전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게다가, 해충 중에는 농약에 적응해 버리는 돌연변이까지 생겨난다.

유기농법을 하려고 하면 참 어렵다. 좋은 물을 대고, 해충을 잡아먹는 거미나 오리가 잘 있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하다 보면 이게 맞나? 그냥 싹 갈아엎어 버리는 게 속 편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그게 더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몸에 대한 유기농법은 본연의 생명력을 일깨우는 치료법으로 장기적으로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진 pixabay]

몸에 대한 유기농법은 본연의 생명력을 일깨우는 치료법으로 장기적으로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진 pixabay]

세계 의학계에 자연의학, 통합의학이 트렌드다. 한국은 한의학이 남아 있는 덕에 이미 체계적으로 적용한 지 오래라 그런 행보에 도움이 될 부분이 매우 많다. 천연 약초의 힘으로 거름을 주고, 경락치료로 몸속 에너지를 스스로 움직이며, 추나 같이 인체의 균형을 바로 잡아 순환을 도와주며, 생활습관을 교정하려는 치료는 마치 유기농법으로 몸을 돌보는 것과 닮았다. 전통의학에서 유래한 해독요법, 영양제 처방, 기능 의학도 다 비슷한 시스템이다. 방법도 까다롭고 쉽지 않지만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시대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의학은 세계화하면서 세상에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한의학에 대한 나의 글은 몸에 대한 유기농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본연의 생명력을 일깨우는 치료법으로 장기적으로 건강관리를 하고자 함이다. 100회를 지나 다음 글들에서도 이런 정신으로 쭉 이어나가고자 한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사는 날짜만 늘이는 게 아니라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지내도록 내 몸에 유기농법을 시행해 보자.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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