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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금슬금 300% 올랐다 “이더리움 몇 년내 비트코인 제칠 것”

중앙일보

입력

이더리움, 일주일 연속 최고가 경신

이더리움 이미지. [EPA=연합뉴스]

이더리움 이미지. [EPA=연합뉴스]

둘째의 상승세가 무섭다. 암호화폐 ‘맏형’ 비트코인이 주춤한 가운데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이 치솟고 있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개당 3000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더리움의 상승은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처럼 소란을 일으키지 않는 착실한 상승이란 평가(미국 경제지 포춘)가 나온다. 자원의 희소성이나 화제성에 기대기보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확장성’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몇 년 안에 비트코인을 제치고 제1의 암호화폐가 될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비트코인·도지코인보다 착실한 이더리움”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일 이더리움 가격은 29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3일 오전 1시 40분 현재 이더리움 가격은 개당 2935.83달러로 24시간 전보다 1.68% 증가했다. 올해 1월 1일 가격(741달러)과 비교하면 약 300% 늘었다. 반면 비트코인은 개당 5만6724달러로 24시간 전보다 1.20% 하락했다.

치솟는 이더리움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치솟는 이더리움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더리움의 상승세는 지난달 27일 이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이 유럽투자은행(EIB)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통해 1억 유로(약1343억원)어치의 ‘디지털 채권’을 발행한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EIB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주주인 국제 금융기관이다. 미 CNBC 방송은 “(EIB의 디지털 채권 소식은) 이더리움이 주류 금융권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시장에 기대심리를 작동시켰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 사이트인 중국의 바이낸스가 이더리움 망을 활용한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을 6월에 만든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더리움의 상승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세력 판도도 변하고 있다.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2일 기준 비트코인의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49.3%다. 비트코인의 시총 비중이 절반 아래로 떨어진 건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올해 1월만 해도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의 70%가 넘었다. 반면 2위 이더리움의 시총 비중은 2일 15.62%까지 올라왔다.

비트코인=디지털 금? 이더리움=디지털 원유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더리움의 상승세는 예견됐다는 분석이 많다. 발행량의 상한이 없는 이더리움은 공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진 비트코인보다 ‘희소성’에서 매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러시아 출신 캐나다인 비탈릭 부테린이 2015년 개발한 이더리움의 장점은 ‘확장성’에 있다.

비트코인은 결제나 거래 관련 시스템, 즉 화폐의 기능에 집중한다. 반면 이더리움은 거래와 결제뿐 아니라 계약서, e메일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데 쓰인다. 자체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만드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최근 디지털 저작권 시장 형성에 활용되는 NFT와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인 디파이(DeFi) 등이 바로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암호화폐 업계에선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金)’이라면 이더리움은 ‘디지털 원유(原油)’”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더리움(Ethereum)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지난 2017년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을 당시 모습.[중앙포토]

이더리움(Ethereum)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지난 2017년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을 당시 모습.[중앙포토]

확장이 가능한 건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특성 때문이다. 이더리움은 자체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지고 있다. 개발자들은 이더리움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바탕으로 코딩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할 수 있다. 개발자가 직접 계약 조건과 내용을 코딩할 수 있기에 원하면 어떠한 형태의 디지털 계약도 만들어낼 수 있다.

환경오염 우려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비트코인은 채굴 과정에서 전력이 과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주범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상대적으로 거래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도 적다. 여기에 계속해서 거래시간과 전력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이어지고 있다.

“몇 년 뒤 비트코인 자리 넘을 것”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2.0이란 평가까지 받는다. 블록체인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는 뜻이다. 암호화폐 투자자문사 펀드스트랫은 “올해 이더리움 가격은 지금보다 4배 이상인 1만 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몇 년 안에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의 자리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이토로의 사이먼 피터스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은 출시 6년째에 시총 50억 달러였지만 이더리움은 출시 6년 만에 3000억 달러로 커졌다”며 “몇 년 후면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의 시총을 제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원한 ‘디지털 은’의 지위에 머물 수도

암호화폐 종류별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암호화폐 종류별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이더리움의 향후 행보를 불안하게 보는 시선도 여전히 많다. 암호화폐가 가진 태생적 불안정성을 이더리움 역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금융서비스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수잔나스트리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야후파이낸스에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의 가치는 여전히 상상의 영역”이라며 “이더리움의 최근 상승세는 투자자들의 입소문 덕이지 실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캐나다의 유명투자자 케빈 오리어리 역시 CNBC에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의 지위를 유지할 동안 이더리움은 영원히 은의 자리에 머무를 것”이라며 “이더리움은 금융 거래 수단으로만 쓰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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