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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시작은 커뮤니티…몸값 2.5조 무신사, 취향을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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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니콘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무신사가 지난 3월 기업가치 2조 5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세콰이어캐피탈,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300억원을 추가 투자받으면서다. 이를 통해 무신사는 창업 20년 만에 기업가치, 입점사 수, 연간 거래액, 누적 투자유치액 등에서 패션 이커머스 분야 국내 1위가 됐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걸까.

팩플레터 94호의 요약본

그래픽=한건희 인턴

그래픽=한건희 인턴

#1 무신사는 무신 기업?

무신사는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열광하는 패션 브랜드가 모여있는 ‘온라인 편집숍’. 회원 800만명 중 40세 이상은 10%에 불과하다. 70%가 10~20대. 학창시절부터 무신사와 함께 큰 ‘무신사 키즈’들이 주 이용자다.

· 3세대 대표주자 : 국내 이커머스는 3세대로 나뉜다. 네이버·쿠팡 등 가격 경쟁 위주의 1세대 코모디티(Commodity), 컬리·쓱 등 식품·신선배송의 2세대 그로서리(Grocery), 패션·뷰티 등 한 분야를 좁고 깊게 파는 3세대 버티컬(Vertical). 버티컬은 많은 브랜드를 다루면서도 ‘일관된 스타일’을 판다는 특징이 있다. 이중 패션 버티컬은 쿠팡 등 종합몰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 이용자가 가격보다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해서다. 무신사는 이 시장 1인자다.

· 거래액 1.2조원 : 무신사의 지난해 매출은 3319억원, 영업이익은 456억원이다. 거래액은 1조 20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6배 늘었다. 같은 기간 입점 브랜드 수도 2000개에서 5700개로 급증하며 파죽지세의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카카오에 인수된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거래액 7500억원·입점사 4000개)를 큰 차이로 앞선다.

#2 무신사, 뭐가 특별하길래

버티컬 플랫폼에는 취향이 같은 사람이 모인다. 이들끼리 떠들고 어울리는 놀이터가 된다면, 플랫폼 확장도 수월하다. 탄탄한 사용자 커뮤니티 기반은 지금도 무신사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경쟁력.

· 선(先) 커뮤니티, 후(後) 상거래 : 무신사의 전신은 2001년 당시 고3이었던 조만호 현 무신사 대표가 만든 프리챌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이다. 여기에 2005년 패션 웹진 ‘무신사 매거진’, 2009년 물건을 파는 ‘스토어’가 붙었다. 팬덤에 가까운 충성고객이 많은 이유.

· 디자이너 우대 :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외면받던 시절부터 무신사는 이들을 위한 플랫폼을 고민했다. 신진 디자이너 키우기에 적극 나섰고 커버낫(연매출 600억원), 디스이즈네버댓(연매출 200억원), 쿠어(연매출 120억원) 등이 무신사와 함께 성장했다.

· 이색 콜라보 : 과자, 주류, 게임. 모두 무신사 입점사들과 콜라보 상품을 선보인 업계다. 2019년 진로와 만든 ‘참이슬 백팩’을 시작으로, 이종산업과도 활발히 협업하며 상품의 재미와 경험을 구매하는 ‘펀슈머(Funsumer)’ 마음을 사로잡았다.

쿠키런(데브시스터즈)와 무신사 입점사 '이벳필드' 콜라보 제품 [사진 무신사]

쿠키런(데브시스터즈)와 무신사 입점사 '이벳필드' 콜라보 제품 [사진 무신사]

#3 무신사vs지그재그

패션 커머스는 많지만, 사업모델은 미묘하게 다르다. 대표적인 두 곳 무신사와 지그재그를 비교해 보면.

· 무신사가 백화점 편집숍 같은 ‘프리미엄 취향’을 강조한다면, 지그재그는 AI가 사용자 취향에 맞게 추천해주는 ‘기술’을 강조한다. 무신사는 입점사에 물류·마케팅 전반을 지원하는 대신 20% 중후반대의 입점 수수료를 받는다. 이 수수료로 번 돈이 지난해 매출의 37%(1228억원). 59%(1968억원)는 자체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 등의 매출이다.

· 반면 지그재그는 주로 앱 내 광고로 돈을 번다. 입점사에게 받는 수수료는, 지그재그 결제시스템(Z결제)을 쓰는 경우에 한해 받는 5.5%(PG사 수수료 포함)가 전부다.

여성 쇼핑몰 모음 앱 '지그재그'는 1020에게 인기다. [사진 지그재그]

여성 쇼핑몰 모음 앱 '지그재그'는 1020에게 인기다. [사진 지그재그]

#4 앞으로도 잘 될까?

여성 패션은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등 여러 주자가 있지만, 남성 패션은 무신사 독주 체제다. 무신사 월 사용자(MAU)는 400만 명으로, 라이벌인 29CM(240만 명)이나 W컨셉(30만 명)을 압도한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는 수익률 면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대문에서 옷을 떼오는 쇼핑몰은 통상 원가의 1.2~1.4배 밖에 못 받지만, 브랜드 제품은 원가의 3~4배를 받는다"며 "디자인·생산·유통을 직접 하는데다 소비자도 ‘부르는 게 값’인 시스템에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5 성장한 플랫폼, 책임도 커져

온라인 플랫폼 ‘갑질’ 논란, ‘갑’에 해당하는 무신사도 도마에 올랐다.

· 국회 정무위원회는 네이버·쿠팡 같은 대형 플랫폼의 갑질을 예방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만드는 중이다. 지난달 22일 정무위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 부장은 “(무신사가) 입점 디자이너들에게 무료배송 정책을 강제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무신사는 “무료배송은 2009년부터 유지해온 정책이고 동의한 브랜드들만 입점한다”고 반박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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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4월 27일 팩플 뉴스레터로 구독자들에게 발송된 '무신사는 무신 사업해?'의 요약본입니다. 팩플 구독자들이 '가장 궁금한 유니콘'으로 꼽아주신 무신사를 다뤘습니다. 무신사의 성장 동력과 사업 방향을 뜯어본 뉴스레터 전문을 읽고 싶으시면 이메일로 구독 신청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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