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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송영길 대표, 강성 친문에 끌려다니면 희망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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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가운데)과 김영배(왼쪽부터), 백혜련, 전혜숙 최고위원,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김용민, 강병원 최고위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가운데)과 김영배(왼쪽부터), 백혜련, 전혜숙 최고위원,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김용민, 강병원 최고위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로 5선의 송영길 의원이 선출됐다. 어제 전국대의원대회에서 35.6%를 득표, 친문의 홍영표 의원을 0.59%포인트 차로 제쳤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으론 첫 당 대표다. 앞서 지난달 16일 윤호중 원내대표가 뽑혔다. 이로써 내년 대통령선거를 관리할 민주당 지도부의 구성이 완료됐다.

86출신 첫 대표, “개혁과 언행일치” 강조 #민주라는 이름만 빼고 다 바꿀 수 있어야

이제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의 전열 정비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대표는 그간 “민주라는 이름만 빼고 다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어제 당선 연설에서도 “승리를 향한 변화를 위해 주저 없이 전진할 때”라며 부동산·백신·반도체·기후변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 번영의 실마리 찾기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특히 부동산을 두곤 “정부의 2·4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하고 실수요자 대책, 세제 문제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치권 금언(金言) 중엔 “야당은 승리하지 않는다. 여당이 질 뿐이다”란 말이 있다. 실제 지난 재·보선에선 야당이 잘했다기보다 여당이 못해서 졌다는 게 대체적 평가였다. 이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역대 최저치인 29%를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28%)과 ‘코로나19 대처’(17%)에 부정적이었다. 부동산 정책 자체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도 81%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송 대표의 진단이 적절했다는 의미다.

다만 민주당의 복잡한 인적 구성이 과감한 변화를 가능하게 할지 미지수다. 친문인 윤호중 원내대표가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게 한 예다. 최고위원단으로 선출된 5명의 면면은 송 대표보단 친문, 즉 윤 원내대표 쪽에 가깝다.

더군다나 최근 강성 친문 당원들의 문자폭탄에 대한 당 차원의 대처를 보면 더 회의적이다. 문재인 대통령 복심이라는 윤건영 의원은 “선출직이라면 그 정도(문자폭탄)는 감당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김용민 의원은 “적극적인 의사 표시는 권장돼야 한다”고 했다. 당의 변화를 위해선 백가쟁명식 토론과 대안 마련이 필요한데 강성 당원들이 이를 막고 있다. 그런데도 오히려 당원들을 두둔해 온 것이다. 이래선 ‘민주적이지 않은 민주당’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민심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영국의 노동당이나 프랑스의 사회당이 그렇게 ‘정치적 황무지’로 내몰렸다.

“유능한 개혁, 언행일치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송 대표의 약속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선 민주당은 결국 ‘먹고사는 문제’에 유능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 민심 이반을 초래한 정책을 과감히 수정·보완하는 게 당면 과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