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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산불 뛰어든 마흔여섯 졸리 “푸시업 매일 300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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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에서 소방관 한나가 된 안젤리나 졸리는 20m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와이어 액션까지 소화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에서 소방관 한나가 된 안젤리나 졸리는 20m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와이어 액션까지 소화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팔굽혀펴기를 매일 300개씩 했어요. ‘한나’는  땅에 발붙인 현실적인 캐릭터에요. 남자일 수도 여자일 수도 있어요. 성별을 초월했다는 점에서 지금껏 한 번도 없었던 캐릭터죠.”

졸리·생고르 단독 전화인터뷰 #5일 세계 첫 개봉 ‘내가 죽기를…’ #킬러와 맞서는 공수소방대원 역 #액션까지 하는 임신부 역 생고르 #“힘든 촬영 각오하고 체력 단련”

스릴러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감독 테일러 쉐리단)에서 공수소방대원 ‘한나’가 된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말이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5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 개봉한다. 마흔여섯의 졸리는 판타지 게임 원작의 ‘툼 레이더’와 총격·카체이싱이 난무한 ‘원티드’, CIA 공작원이 된 ‘솔트’ 등을 통해 할리우드의 손꼽는 액션 스타로 자리매김했지만, 낙하산을 타고 산불 복판에 뛰어드는 소방관 역은 처음이다. 졸리와 함께 이 영화에서 강인한 임산부 앨리슨을 연기한 메디나 생고르 두 사람을 지난달 21일과 24일 각각 전화로 인터뷰했다.

영화에서 한나는 제목처럼 죽자고 그를 쫓는 킬러들에 맞선다. 범죄 증거를 갖고 쫓기는 소년 코너(핀 리틀)를 구하기 위해, 한나는 킬러들이 지른 거대한 산불 속에서 목숨 건 추격전을 펼친다. 한나를 돕는 앨리슨은 과거 한나와 함께 일한 법집행관인 에단(존 번탈)의 아내다. 본지와 통화에서 생고르는 앨리슨이 “기존 영화들 속 임산부와 다르다”면서 이 영화가 강인한 여성들로 채워져 있음을 강조했다. 졸리는 “남녀 성별을 떠나 극한직업인 소방관 캐릭터 그 자체에 끌렸다”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촬영 전 실제 여성 공수소방대원들을 만났다고.
안젤리나 졸리(이하 졸리): “확실히 헌신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직업은 매우 위험하고, 신체적, 감정적으로 힘들다. 며칠간 공수소방대원 장비를 찬 채 뛰어내리고 움직이며 나는 장비 무게보다 더 묵직한 마음가짐을 얻었다. 바로 죽음에의 공포다. 직업 이전에 누군가의 집과 삶이 걸린 일이다. 그저 존경스러웠다.”
테일러 쉐리던 감독은 각본을 맡은 영화 ‘시카리오’ 시리즈, 직접 연출한 ‘윈드 리버’에서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하는 여성 정부 요원 캐릭터를 그려왔는데, 이번 영화에서 어땠나.
졸리: “테일러는 나를 실제 공수소방대원처럼 대했다. (여느 배우에게 하듯) 소중하게 대하는 태도라곤 없었다(웃음). 직접 나무를 자르고, 호수에 뛰어들고…, 꽤 극한 촬영이었다. 살면서 자기 자신을 밀어붙이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쪽이라, 즐거웠다.”
실제 6남매의 엄마지만, 한나는 아이에게 익숙하지 않은 소방관이란 설정이다.
졸리: “이 영화에서 나는 아이를 향한 나의 본능적인 모성애에 도전해야 했다. 한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감독님은 종종 내가 아이에게 너무 상냥하거나 엄마처럼 굴면 바로잡곤 했다. 불이 나고 몸이 뒤집히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액션 장면에서 아이가 안전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은 사실 내 천성이다. 아역 핀 리틀 또한 아주 터프한, 좋은 동료였다.”
배우 메디나 생고르가 한나를 돕는 강인한 임산부 앨리슨 역을 맡았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우 메디나 생고르가 한나를 돕는 강인한 임산부 앨리슨 역을 맡았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뉴욕에서 판타지 액션 ‘해피!’ 등 TV 시리즈에 출연하다 이번 영화 배역을 꿰찬 생고르는 “자연의 힘을 느끼게 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쉐리던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해 왔다”고 했다.

임신한 몸으로 액션까지 해내는 앨리슨 역을 어떻게 준비했나.
메디나 생고르(이하 생고르):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쉐리던의 영화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촬영 현장에서 뭐든 해낼 수 있도록 몸을 단련했다.”
안젤리나 졸리와의 호흡은.
생고르: “졸리는 모든 매력의 결합체다. 그의 캐릭터는 장르를 넘나든다. 이번에 보니 뭐든 몸소 증명해내는 사람이더라.”

졸리는 기억에 남는 명장면으론 “공중에서 하는 모든 액션이 신났다”고 꼽았다. “물속에 잠기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에선 뭐든 재밌었다”고 했다.

예전 화재 때 세 아이를 못 구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한나는 코너에게 더 헌신한다. 졸리 당신에게도 한나처럼 극복하기 힘들었던 트라우마가 있나.
졸리: “오, 나는 지금도 트라우마를 겪는 중이다. 말하자면, 우린 여러 다른 방법들로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않나. 많은 사람이 힘들지만,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깊은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은 종종 매우 강해 보인다. 그들은 물러질 수 없다. 그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해 보이려고 한다. 요즘은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현실에서 당신이 극 중 한나처럼 목숨을 건다면 무엇을 위해서일까.
졸리: “인권과 평등이다. 우리가 모두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항상 의식하고 그것을 위해 싸워야 한다. 개인적으론 내 아이들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냥 내 온몸이 반응한다.”

UN 난민기구 특사인 졸리는 지난 2월 연세대가 진행한 글로벌 포럼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특별 대담을 했다. 졸리의 큰아들 매덕스는 2019년 연세대에 입학했다.

개봉 예정인 마블 히어로 영화 ‘이터널스’에선 배우 마동석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 ‘노매드랜드’로 지난달 오스카 작품상·감독상을 차지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다. 마동석과의 협업에 관해 묻자 졸리는 유쾌하게 답했다. “돈(마동석의 영어 이름)과 나는 멋진 시간을 함께했죠. 그는 정말 소중한 친구예요. 다시 볼 날을 고대하고 있어요. 정말, 곧이요.”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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