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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의 펜톡]메르켈 독일 총리, 권위를 버리면 권위가 더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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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난 가을에 집에 갈껴. 잘들 살어. 싸우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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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생 말띠. 동독 카를 마르크스 대학교(현 라이프치히대학교) 물리학 전공. 양자화학 박사.

독일 기독민주당 소속. 2005년부터 총리로 만16년. 11년 7개월 집권한 대처 영국 전 총리를  제치고 유럽 최장수. 독일 첫 여성총리. 동독 출신으로도 처음. 재임 기간 독일을 유럽 최강의 반석에 올려놓았다. 가을 총선이 끝나면 정계 떠나겠다고 선언.

‘엄마 리더십’으로 다른 정파의 정책까지 포용해 정적들과 큰 싸움이 없었다. 자신을 만나러 온 사람들에게 직접 차를 따라준단다.

일부러 사진 찍히려고 폼 재지 않는다. 찍힌 사진을 보면 배꼽 부근에 두 손을 모아 하트모양을 만든 자세가 많다. 손을 접착제로 붙였다는 우스갯소리를 달고 다닌다.

축구광. 총리 하며 직접 본 A매치가 12번. 11승 1패.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독일 대표팀이 한국에 2대 빵으로 지고 가방을 싸자 SNS에 다음 글을 남겼다.
Schade. Wir sind heute alle miteinander traurig. /am (안타깝습니다.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슬픈 날이군요.)

2015년 3월에 일본에 갔을 때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과거사 관련 질문을 받고서 "독일은 과거를 직시했으며, 주변국들의 관용이 있어서 국제사회로 복귀할 수 있었다. 모든 관계국이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 평화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답했다

어느 러시아 사람이  썼다는 글이 SNS상에서 화제다. 아래는 그 일부를 짜깁기한 것.

기자 회견에서 기자가 메르켈에게 물었다.  
-당신은 항상 같은 옷만 입고 있는데 다른 옷 없나요?
“나는 모델이 아니라 공무원인데요.”
-집 청소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가사 도우미가 있나요?
“아니요, 저는 그런 도우미는 없고 필요하지도 않아요. 집에서 남편과 저는 매일 이 일들을 우리끼리 합니다.”
-누가 옷을 세탁하죠, 당신? 남편?
“나는 옷을 손보고, 남편이 세탁기를 돌려요. 대부분 이 일은 무료 전기가 있는 밤에 합니다.”  
"그런데요. 여러분이 우리 정부의 성과와 실패에 대해 질문해 주면 좋겠네요."

푸틴 대통령을 비꼬기 위해 메르켈을 칭송하는 글이다. 믿거나 말거나 한 내용이지만 그의 소탈함을 보여준다.

화학자인 남편 오아힘 자우어도 메르켈 못잖다. 부부 동반 모임에 나가지 않고 자기 일만 한다. 2005년 아내의 총리 취임식도 텔레비전으로 봤단다. 1년에 한 번 바이로이트 오페라 축제에만 함께 참석해 별명이 ‘오페라의 유령’이라고.

권위를 버리면 권위가 더 커진다. 그러니 목의 깁스 풀 것, 어깨에 힘 뺄 것.

 안충기 오피니언 비주얼에디터·화가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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