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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자격증 없는 전문가 채용…교사95% 반대, 부모83% 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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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교사 자격증은 없지만 특정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을 교사로 채용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자는 제안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2일 “교사의 95%가 반대했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사실상의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더불어민주당·인천 연수갑) 의원은 특정 교과에 한해 해당 분야 전문인력을 시간제로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지난달 9일 발의했다. 지난 2월 교육부가 밝힌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에서 담긴 내용이 동일하다.

전문인력을 기간제 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달 발의돼 심사가 진행중이다. 국회 홈페이지 캡쳐

전문인력을 기간제 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달 발의돼 심사가 진행중이다. 국회 홈페이지 캡쳐

정부가 구상하는 고교학점제에선 고등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한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진로에 필요한 과목이 없으면 개설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전통적인 교과목 외에 새로운 과목이 많이 생길 텐데, 인공지능·소프트웨어·로봇 등 신산업분야처럼 기존 교사들이 맡기 어려운 과목도 많을 테니 ‘학교 밖 전문가’를 기간제 교원으로 활용하자는 게 교육부의 취지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기간제 교원도 교사 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 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강사로 채용할 수는 있지만, 자격증을 가진 교사와 함께 수업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올해까지 연구·선도학교를 지정해 시범 운영 중인데, 지역 전문가를 초빙해도 특강 형태로 진행할 뿐 전문가가 교사처럼 단독 수업·평가·기록 등은 할 수 없었다.

교총 "무자격 교사 반대"…교육부 "기준 거친 전문가만 채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달 22~25일 전국 교사 92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자료 한국교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달 22~25일 전국 교사 92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자료 한국교총

이에 대해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무자격 기간제교사 도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총은 지난달 22일 ‘교육에 대한 특수성을 무시한 개정안을 즉시 철회하라’는 입장문을 낸 데 이어 교사 대상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 9210명 중 8738명(94.88%)이 반대했다고 교총 측은 밝혔다. 반대한 교사들은 ‘전문지식을 가진 것만으로 교사 역할을 할 수 없다’ ‘정규 교원 자격이라는 최소한의 검증이 필요하다’ ‘무자격자가 가르친다면 학교가 학원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 교사는 “경기도는 경기꿈의대학·주문형 강좌 등을 통해 일부 대학 교·강사를 경험해봤는데 이들이 고교 교육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학생들과 부조화·갈등이 있었다”고 적었다. 또 다른 교사는 “뮤지컬·연극 강사들이 수업에 지각하거나 당일 펑크를 내는 일이 잦았다”며 교원 자격 없는 이들이 책임감 없이 수업에 임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교사는 333명(3.62%)에 그쳤다. 찬성 이유로는 ‘특정 과목은 자격증 소지자 교사를 채용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특정 분야는 교원 자격증과 거리가 먼 분야도 있을 것’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등이 나왔다.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선 83%가 찬성 

또다른 교원단체인 교사노조에서도 지난달 26일 반대 성명을 내는 등 교사 사이에선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생각은 다르다. 국가교육회의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미래교육체제 대국민여론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내용을 배울 수 있도록 전문가에게 교사 자격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는 설문에 학부모의 83.4%, 일반 국민의 80.5%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반면 교사 중 67.7%는 반대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지원체제 구축을 위해 전문가를 교사로 채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표는 지난 2월 16일 발표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중 일부.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지원체제 구축을 위해 전문가를 교사로 채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표는 지난 2월 16일 발표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중 일부.

교육부는 엄격한 기준을 통해 충분한 자격을 갖춘 이만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겠단 입장이다. 교육부가 준비 중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박사학위 소지자로 2년 이상의 교육경력이 있거나 ▷특정 분야 전문가로 교육감이 정하는 자격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 기간제 교원 임용 자격을 제한하도록 한다. 또한 채용 뒤에도 보수 교육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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