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서 원격으로 4단 컨테이너 쌓았다…“이게 5G의 힘”

중앙일보

입력 2021.05.02 09:00

업데이트 2021.05.02 13:50

지난달 29일 오전 부산광역시 남구에 있는 부산항 신감만부두 동원부산 컨테이너터미널. 길이 약 30m의 대형 크레인이 대형 컨테이너 박스를 옮기고 있었다. 크레인에서 집게가 내려와 컨테이너의 좌우 지점을 인식하고, 바로 옆에 있는 야드크레인으로 옮기는데 3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25m 높이에 매달려 있는 조종석 자리는 비어 있었다. 현장 기사 없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크레인 기사가 아니라 관제실에서 원격으로 조종하는 것”이라며 “기존엔 네 명이 번갈아가며 하던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LG유플러스가 부산항 신감만부두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 구축한 5G로 원격제어되는 크레인. [사진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가 부산항 신감만부두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 구축한 5G로 원격제어되는 크레인. [사진 LG유플러스]

카메라 8대가 눈 역할, 영상 실시간 전송  

LG유플러스가 국내 최초로 스마트항만 구축을 위해 5세대(5G) 네트워크를 도입하면서 달라진 항만 모습이다. 현재는 크레인 두 대에 시범 도입했다. 과거 크레인 기사가 허리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모든 과정을 실내 관제실로 옮겨왔다. 크레인에 8대의 카메라를 달고 5G 통신을 활용해 관제실로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내면, 이 영상을 확인한 후 원격으로 컨테이너를 옮기는 방식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이제는 혼자서 크레인 4대를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5G 기반으로 크레인을 원격 제어하는 관제실의 모습. 권유진 기자

5G 기반으로 크레인을 원격 제어하는 관제실의 모습. 권유진 기자

컨테이너를 쌓아두는 야적장은 항만 터미널에서 병목 현상이 가장 잦은 곳이다. 하루 24시간 가동하는 터미널 운영시스템(TOS)을 도입했지만 컨테이너를 옮기는 크레인은 수동으로 운영돼 기대만큼 효율이 개선되지 않았다.

원격제어 통해 생산성 40% 이상 높아져 

5G 크레인 원격제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우선 크레인 한 대당 생산성이 이전보다 40% 이상 향상됐다. 조종석의 시야각 제한으로 3단까지만 쌓을 수 있던 컨테이너를 4단까지 쌓을 수 있어서다. 조종사 한 명당 3~4대의 크레인을 동시에 제어할 수도 있다. 

크레인 기사들의 작업 환경도 개선됐다. 이제는 25m 상공에서 허리를 숙여 아래를 바라보며 하루 8시간씩 근무할 필요가 없다. 안전사고 위험이나 목디스크·근육통 같은 근골격계 질환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효과 덕분에 싱가포르·로테르담 등 해외의 컨테이너 터미널들이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칭다오항은 이미 2017년 5G와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을 기반으로 크레인 원격제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마켓앤마켓은 세계 스마트항만 시장이 연평균 25% 성장해 2024년 52억7200만 달러(약 5조87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칭다오는 2017년 도입, 한국은 이제 걸음마 

국내 항만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가 2030년까지 항만을 자동화·디지털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물류 자동화 분야에선 속도가 더디다. 핵심은 5G를 이용한 ‘초저지연’ 기술이다. 관제실에서 실시간으로 컨테이너를 옮기려면 영상에 최대한 끊김이 없어야 하는데, 4세대(LTE) 통신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했다. LG유플이 벤처기업 쿠오핀에 지분 투자를 통해 확보한 ‘저지연 영상전송 솔루션’은 초고용량 영상을 최대로 압축·전송해 지연 시간을 최소화한다. 실제로 전송시간은 LTE를 이용할 때보다 84%가량 단축(약 10Mbps→90Mbps)했다.

원격제어로 작동하는 크레인의 세부적인 구조 [사진 LG유플러스]

원격제어로 작동하는 크레인의 세부적인 구조 [사진 LG유플러스]

LG유플은 신감만부두에 5G 시범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최근 2년여 동안 40억원을 투입했다.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항만공사·쿠오핀 등과 손잡고 부산항 신선대 터미널, 광양항 등에 원격제어 크레인을 확대 구축할 예정이다. 이 회사 서재용 스마트인프라사업담당은 “5G는 초고속 네트워크에 다양한 정보기기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자율주행 야드트랙터·인공지능(AI) 영상 분석, 사물인터넷(IoT) 센서 및 드론 등을 활용해 스마트항만 기반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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