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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만에 상륙작전 개념 파괴···헤엄치던 해병대, 하늘 난다 [박용한 배틀그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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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작전 개념이 완전히 바뀐다. 헤엄만 치던 해병은 이제 날개를 달고 비행한다. 상륙장갑차를 타고 모래사장을 뛰어 다니던 보병부대에서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기습하는 공중 강습 기동부대로 탈바꿈한다. 지금보다 입체적인 상륙작전과 전략적 임무를 펼치게 된다.

해안 상륙에서 공중 기동으로 #초수평선 작전으로 개념 변화 #중·일, 항공기·함정 먼저 갖춰

지난달 26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는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도입 계획을 결정했다. 2031년까지 1조 6000억원을 투입해 국내 방산 업체가 개발하는 공격헬기 24대를 구매한다. 무인기와 함께 작전하는 유ㆍ무인복합체계(MUM-T)도 연구하기로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마린온에 무장을 추가한 개조형이 해병대 상륙공격헬기에 선정됐다. 무장을 추가한 가상의 그림 [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마린온에 무장을 추가한 개조형이 해병대 상륙공격헬기에 선정됐다. 무장을 추가한 가상의 그림 [KAI]

이날 결정으로 해병대 항공전력 설계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는 평가다. 해병대는 2019년 11월 항공대대를 창설했다. 해병대 1항공대대는 기존 1ㆍ2사단 항공대를 해체해 새로 편성했다. 올해 해병대 항공단을 창설하기 전까지 해병대 항공작전을 담당한다.

해병대 창설 45년 만에 항공 전력을 보유하며 해병대 변화를 시작했다. 상륙기동헬기는 해병대 병력을 싣고 상륙작전에 투입된다. 상륙공격헬기는 상륙 병력이 탑승한 기동헬기를 호위하고 지상과 공중의 위협을 타격하는 임무를 맡는다.

지난해 10월 호국훈련에 참여한 해병대 KAAV(한국형상륙돌격장갑차)가 해안으로 돌격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호국훈련에 참여한 해병대 KAAV(한국형상륙돌격장갑차)가 해안으로 돌격하고 있다. [뉴스1]

공격헬기 도입에 앞서 기동헬기는 이미 실전 배치를 시작했다. 2018년 1월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1호기를 인수한 뒤 실전 배치에 들어갔다. 해병대는 우선 2023년까지 기동헬기 마린온 28대를 확보할 예정으로 매년 4~6대씩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이후 총 36대까지 늘려갈 예정이다.

해병대는 2026년부터 상륙공격헬기를 도입하면 항공작전의 완전성을 갖추게 된다. 2030년대 초반 실전 배치가 끝나면 해병대 항공단에 상륙기동헬기 대대 2개와 상륙공격헬기 대대 1개의 편성이 완료된다.

해병대, 상륙작전 개념 바꾼다…항공단 창설 앞둬

상륙장갑차로 상징되던 해병대가 변화를 꾀하는 이유가 있다. 상륙작전 개념에 일대 변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상륙장갑차 타고 해안선에 진입하던 방식에서 공중 진입하는 입체적 항공작전으로 변하는 추세를 반영했다.

미 해군 상륙 강습함 와스프함에 착륙하는 F-35B 스텔스 전투기 [미 국방부]

미 해군 상륙 강습함 와스프함에 착륙하는 F-35B 스텔스 전투기 [미 국방부]

미국 해병대는 해안선에 상륙하는 병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초수평선 상륙작전(OTH) 개념을 마련했다. 기존의 상륙작전은 대규모 전상자가 발생하는 ‘소모전’으로 병력 생존 가능성을 중시하는 현대전 개념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상륙에 앞서 먼 바다에서 보낸 전투기와 공격헬기로 상륙 지역의 벙커와 핵심시설을 파괴한다. 동시에 기동헬기에 탑승한 병력을 해안선 후방에 투입한다. 이처럼 상당한 공격 효과를 거둔 뒤 안전이 확보된 조건에서 고속 상륙정과 공기 부양정으로 대규모 병력을 신속하게 해안으로 상륙한다.

해병대가 그리고 있는 초수평선 상륙작전 개념도. [해병대]

해병대가 그리고 있는 초수평선 상륙작전 개념도. [해병대]

미군은 해상 상륙전력보다 공중 상륙전력의 비율을 두배 더 많이 배정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초수평선 상륙작전에서 항공전력은 비중은 커진다. 미 해병대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 스텔스 전투기 80대를 비롯한 400여대의 전투기를 보유한 배경이다.

해병대 임무는 다양하다. 서부지역 휴전선 일대를 비롯해 서북도서와 제주도ㆍ울릉도 등에 배치돼 전략적 요충지를 방어한다. 전시에는 적 지역 깊숙한 곳에 상륙해 전쟁의 흐름을 바꾸거나 대량살상무기(WMD) 접수와 같은 전략적 임무도 맡는다. 독도와 같은 도서 지역에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대응기동부대로 투입된다.

2016년 3월 경북 포항 인근 해상에서 열린 한미 연합상륙훈련에 참가한 미국 해군의 강습상륙함 본험 리차드함에서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MV-22)가 출격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3월 경북 포항 인근 해상에서 열린 한미 연합상륙훈련에 참가한 미국 해군의 강습상륙함 본험 리차드함에서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MV-22)가 출격하고 있다. [중앙포토]

해병대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입체기동작전을 위한 항공 전력을 갖추기 시작한 배경이다. 주변국은 이미 해병대에 날개 달았다. 한국과 분쟁이 일어나면 당장 투입할 준비를 마쳤다.

중국, 공중돌격대대 신설·강습상륙함 배치

중국 해군 소속 ‘육전대’는 최근 ‘항공병(航空兵)여단’과 ‘공중돌격대대’를 신설했다. 항공병여단은 남부전구에만 배치돼 헬기와 함재기를 운용한다. 공중돌격대대는 남부전구와 북부전구 등에 포진해 있다. 새로 개발한 Z-10ㆍZ-19 무장 헬기 외에 Z-19 수송 헬기를 대거 배치하고 있다. 강습상륙함에 탑재해 상륙전을 펼치게 된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075급 하이난 강습상륙함.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075급 하이난 강습상륙함.

중국은 헬기 이착륙이 가능한 강습상륙함도 실전 배치했다. 미 해병대 초수평선 상륙작전을 해보겠다는 복심에서다. 지난달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하이난성 싼야(三亞) 해군기지에서 075형 강습상륙함 1번 함 하이난(海南) 취역식이 열렸다. 앞서 2019년 9월 진수한 뒤 지난해 8월부터 항해시험을 했다.

이날 실전 배치된 하이난함은 중국 해군의 첫 4만t급 강습상륙함으로 길이 230mㆍ폭 33m, 헬기 30대와 상륙정ㆍ수륙양용 전차ㆍ대규모 병력을 실을 수 있다. 미 해군의 와스프급과 규모가 비슷하다.

중국은 지난해 4월 075형 2번 함을 진수한 뒤 해상시험을 하고 있는데 연내 취역할 전망이다. 3번 함도 지난 1월 진수했고 2025년까지 총 8척의 강습상륙함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2040년까지 항모 6척도 배치할 전망이다.

중국판 해병대인 해군 육전대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판 해병대인 해군 육전대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해군 육전대는 대만 침공에 투입될 핵심전력이다. 아프리카 지부티와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에 세워진 중국 인민해방군 해외 군사기지를 지키는 ‘일대일로’의 첨병 역할도 맡는다. 또한,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 파라셀 군도(시사 군도),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에서 상륙작전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한반도와 가까운 산동 반도에 주둔한 제77여단과 칭다오(靑島) 경비구 해양방어연대를 제5여단과 제6여단으로 바꿔 북부전구(北部戰區)에 포진시켰다. 유사시 한반도에 가장 먼저 투입될 부대로 평가된다. 육전대 병력은 3만~4만명(3~4개 여단) 수준이다. 중국은 2017년 4월 군단급 부대로 승격시켰다.

일본, 오스프리ㆍF-35B 탑재 ‘경항모’ 도입 

주변국 중 가장 강력한 날개를 단 해병대는 일본이다. 대형 수직이착륙 항공기 ‘오스프리’을 배치했다. 미국을 제외하면 유일한 오스프리 보유국이다. 일본판 해병대인 수륙기동단은 중형헬기 CH-47J 3대와 틸트로터 수송기 MV-22 오스프리 16대를 운용한다.

일본 헬기 항공모함 가가함은 곧 경항모 개조를 마칠 예정이다. [로이터=뉴시스]

일본 헬기 항공모함 가가함은 곧 경항모 개조를 마칠 예정이다. [로이터=뉴시스]

틸트로터는 헬기(회전익)와 일반 항공기(고정익)의 장점을 섞어 만들었다. 헬기처럼 좁은 공간에서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하다. 또한 일반 헬기보다 빠른 속도로 먼 거리를 날 수 있다. 오스프리에는 병력 24명이 탑승한다. 최대 속도는 시속 565㎞, 최대 비행거리는 1627㎞ 수준이다.

오스프리 16대가 동시에 투입되면 병력 408명을 동북아 지역 어디라도 급파할 수 있다. 순식간에 작은 섬 하나 정도는 점령할 수 있다. 일본 평화헌법은 선제 공격개념의 전투부대 보유를 금지했다. 해병대는 일본의 평화 헌법을 위반한 성격이 짙다. 그런데도 일본은 2012년 센카쿠 열도 분쟁을 계기로 섬 탈환 능력을 갖춘 부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자위대 수륙기동단과 수륙양용차가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위대 수륙기동단과 수륙양용차가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2018년 3월 육상자위대 아래 해병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수륙기동단을 창설했다. 2023년까지 병력 3200명 규모의 여단급 부대로 키워간다. 3개 상륙돌격연대(대대급), 1개 수송대대, 1개 포병대대, 1개 지원부대를 편성한다.

일본은 대형 함정을 경항모로 개조하는 작업에도 이미 착수했다. 이즈모함(DDH-183)과 가가함(DDH-184)을 개조한다. 미 의회는 지난해 일본 경항모에 탑재할 F-35B 42대 판매를 승인했다. 빠르면 올해 첫 이즈모함 개조가 끝난다는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일본은 조만간 경항모 2척을 새로 건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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