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지스 집단 입수 허용…"총리가 수퍼전파자" 궁지몰린 모디

중앙일보

입력 2021.05.02 05:00

업데이트 2021.05.0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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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브 멜라(Kumbh Mela) 축제에 참석한 힌두교인들이 지난 4월 12일 옷을 벗고 갠지스강에 입수하며 참회 의식을 치르고 있다.[AP통신=연합뉴스]

쿰브 멜라(Kumbh Mela) 축제에 참석한 힌두교인들이 지난 4월 12일 옷을 벗고 갠지스강에 입수하며 참회 의식을 치르고 있다.[AP통신=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현지에서 50년래 가장 인기 있고 힘 있는 총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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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취임(2019년 재선) 이래 재임 기간 지지율은 늘 70%대를 웃돌았다. 힌두 민족주의와 우파적인 자국 이익 우선 정책이 힌두교 비율이 80%인 인도인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지지율을 정기적으로 추적하는 미국 기업 모닝컨설턴트의 지난 2월 조사 때만 해도 인도 성인 응답자의 75%는 모디 총리의 국정 운영에 지지 의사를 보였다. 모닝컨설턴트는 "다른 어떤 지도자보다 높은 지지율"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불과 2개월여 만에 이 '스트롱맨'이 역풍을 맞고 있다.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며 인도가 통제 불능 상황에 놓이면서다. 밀려드는 사망자에 종일 화장터를 가동해도 역부족이다. 시신은 쌓이는데 화장에 필요한 목재마저 부족해 산림청에 SOS를 치는 상황이다. 유족은 화장 순서를 기다리기 위해 티켓을 사고 대기한다. "인도 전역에 울부짖음이 가득하다"고 CNN은 현지 상황을 전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델리의 한 화장장. [EPA=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델리의 한 화장장. [EPA=연합뉴스]

각국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당장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일(현지시간) 기준 인도의 하루 확진자 수는 40만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24시간 동안 나온 사망자는 3523명이다.

피해가 커질수록 모디 인도 총리에 대한 민심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등 복수의 외신이 전했다. 인도를 '생지옥'으로 만든 대규모 집회와 모임을 모디 총리가 사실상 방조했다는 비판이 들끓으면서다.

확진자 20만 나온 날 대규모 군중 집회  

인도 힌두교 민족주의 정당 BJP 지지자들이 지난 3월 7일 서벵골주 집회에서 모디 총리 가면을 쓰고 모디 총리를 연호하고 있다.[AP통신=연합뉴스]

인도 힌두교 민족주의 정당 BJP 지지자들이 지난 3월 7일 서벵골주 집회에서 모디 총리 가면을 쓰고 모디 총리를 연호하고 있다.[AP통신=연합뉴스]

대표적인 장면으로 지난 17일 열린 서벵골주(州) 아산솔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가 꼽힌다. 모디 총리는 당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집회를 이끌었다. "내 눈이 닿는 모든 곳에 군중이 있다"며 "이 정도 규모의 군중을 본 적이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이날은 인도에서 20만여명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나온 때였다. 마하라슈트라주(州) 서쪽에서는 이미 병상이 포화 상태인 데다 응급 치료용 산소마저 부족해져 곳곳에서 중환자가 죽어가고 있었다. 모디 총리의 고향인 구자라트 지역에서는 화장장이 죽은 사람들로 꽉 차 이미 수용 능력을 넘기고 있었다.

모디 총리는 또 매년 4월 한 달 동안 열리는 힌두교 최대 축제인 쿰브 멜라(Kumbh Mela)를 열도록 허용했다. 인도 보건 당국은 수많은 인파가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는 쿰브 멜라가 집단감염을 일으킬 것이라며 축제 허용을 반대했지만 모디 총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네이브이조 타야 인도의학협회 전국 부회장은 이런 모디 총리를 '슈퍼 전파자'라며 공개 비판했다.

'생지옥' 상황에도 "나가서 투표하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지난 1월 화상 연설을 통해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지난 1월 화상 연설을 통해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개월여간 모디 총리는 이같은 '방역 패착'을 연발했다. 대규모 지방 선거를 승리로 이끌려는 정치적 야심 때문이었다. 인도에서는 웨스트벵갈주를 비롯해 타밀나두주·케랄라주·아삼주·연방직할시 푸두체리 등 5개 지역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1억8500만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선거다.

모디 총리는 인도의 두번째 대유행 이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29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나가서 투표하라"고 말했다. 그는 "서벵골 선거의 마지막 단계가 오늘 열린다"며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나가서 투표해 민주주의 축제를 풍요롭게 하자"고 독려했다.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서는 최근에서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인도가 감염의 폭풍에 흔들리고 있다"는 정도의 언급만 했다.

철옹성 같은 지지율이 이런 독선적 행보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그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는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워 힌두교가 80% 이상인 인도에서 굳건한 인기를 유지해왔다. 모디 총리가 취임할 당시 BJP는 총선에서 전체 하원 543석 중 절반을 훌쩍 넘긴 337석을 차지하며 단독정부를 구성했다. 60년 넘는 수권정당이었던 네루-간디 가문의 통일진보연합을 밀어낸 것이다.

이후 힌두교 주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바탕으로 일방통행식 정책을 밀어붙였다. 2019년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유일한 무슬림 지역인 카슈미르의 특별 지위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주의 후퇴가 바이러스 확산 배경" 

지난 4월 12일 힌두교도들이 갠지스강 참회 의식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월 12일 힌두교도들이 갠지스강 참회 의식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 대해 스웨덴의 연구소 브이뎀(V-Dem)은 인도를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이자 '선거 독재 국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프리덤하우스는 '세계의 자유' 보고서에서 지난해 인도가 누리는 자유의 수준을 '부분적 자유'로 하향 조정했다. 파키스탄에 버금가고 방글라데시보다도 떨어진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여론의 기류가 다소 변하는 조짐도 보인다. SNS에는 현지의 참상과 함께 "모디는 반드시 사임해야 한다"(#ModiMustResign) "모디가 재난을 만들었다"(#ModiMadeDisaster)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페이스북은 한때 "'ResignModi'라는 해시태그를 단 1만2000개의 게시물을 숨김 처리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고 복구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측은 "인도 정부의 요청 때문이 아닌 실수"라는 해명을 내놨다,

지지율 최저치도 67%…선거 결과는?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인도인들이 델리의 한 거리에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인도인들이 델리의 한 거리에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이처럼 실망감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모디 총리의 권력 장악력은 강하다는 평가다.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모디 총리의 지지율은 67%를 기록했다. 집권 후 최저치라곤 하지만 여전히 높다. 여기에 총선은 3년이 더 남았고 힌두교도들의 지지는 여전히 강하며 모디 총리에 맞설만한 도전자도 눈에 띄지 않는다.

당장 관심은 지방선거 결과다. BBC에 따르면 서벵골주 사람들은 코로나19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투표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서벵골 주 정부는 몇 안 되는 야권 텃밭 중 한 곳이다. 출구 조사에선 여당이 절반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며 선전했다는 결과도 나온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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