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베 좀 눌러주세요"···이말 들은 與인턴이 끌어낸 착한 법안

중앙일보

입력 2021.05.01 10:53

업데이트 2021.05.01 13:10

서울 중구 한 건물 승강기 버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항균필름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서울 중구 한 건물 승강기 버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항균필름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엘리베이터 버튼 좀 대신 눌러주세요.”

지난해 11월 어느 날의 오후, 인천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허지완씨(24)는 승강기에 함께 탄 오피스텔 주민으로부터 이 같은 부탁을 받았다. 그 주민은 시각장애인이었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승강기 버튼에 부착된 항균필름 때문에 층마다 표기된 점자를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허씨에게 부탁을 했던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에서 대학생 인턴으로 활동하던 허씨는 다음 날 국회에 출근해 선배 보좌진들에게 이 같은 경험을 털어놨다. 허씨는 “항균필름에 덮여 있는 점자를 만져보니 시각장애인의 점자 인식을 충분히 방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입법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이에 선배 보좌진들이 호응하면서 ‘점자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법 개정 끌어낸 대학생 인턴의 경험

지난해 9월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에서 대학생 인턴으로 활동한 허지완씨. 현재 인턴 활동을 종료한 허씨는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성만 의원실 제공

지난해 9월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에서 대학생 인턴으로 활동한 허지완씨. 현재 인턴 활동을 종료한 허씨는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성만 의원실 제공

이성만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점자법 개정안은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은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사용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도록 점자사용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ㆍ보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현행 점자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은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사용해 모든 정보에 접근ㆍ활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수립ㆍ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19 확산 방지 목적으로 승강기 버튼에 부착한 항균필름이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에 불편함을 준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허씨의 경험에서 나온 이른바 ‘착한 법안’에 여야는 모두 한마음으로 동참했다.법안은 지난 2월 24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문턱을 넘었고, 본회의에선 재적 243명 가운데 242명이 찬성했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탈석탄 정책에 따른 고용정책과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탈석탄 정책에 따른 고용정책과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개정안의 통과로 항균필름 뿐 아니라 식당 등의 업소에서 주로 사용되는 QR코드와 전자출입명부, 긴급재난문자 등의 경우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불편 해소 조치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개정안은 강제성이 아닌 권고적 성격을 지녀 실질적 효과를 내기 위해선 관련 정부부처와 시민단체 등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법안이 강제성을 가지려면 구체성을 지녀야 하는데, 시각장애인들의 권리 침해는 생활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라 구체성을 부여하기 힘들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담당 정부부처에서 장애인 단체의 의견을 들어 시각 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정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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