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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의 뉴스뻥] 2030 열받은 '코인 稅폭탄'…스텝 꼬인 정부 뒤 '유시민 착각'

중앙일보

입력

비트코인은 사기다?

 “bitcoin.org에서 걸고 있는 게 다 사기다. 사기를 치려고 했다 해서 사기가 아니고... 현실적으로 사기다.”
- 유시민 작가. 2018년 1월 18일. jtbc 뉴스룸 긴급토론.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가 폐지될 수 있다...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다... 많이 투자한다고 관심을 갖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은성수 금융위원장. 2021년 4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와 여권의 입장은 급변했습니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정부가 가상자산은 가치가 없다고 하면서 세금을 매긴다는데, 이는 결국 실체가 있다는 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도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다는 금융당국의 태도부터 잘못됐다, 인정 못하면 왜 법으로 규제하고 세금을 매기는 건지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실명 계좌는 250만갭니다. 투자 예탁금은 4조6000억원으로 1년 사이 2.5배가 됐습니다. 하루 거래대금만 20조원이 넘어 코스피 거래액을 웃돌기도 합니다. 내년부터 정부는 암호화폐 소득에 세금을 매긴답니다. 기획재정부는 기본공제 250만원, 그 이상은 22%를 과세할 예정이죠. 그러나 달라지는 주식 양도세 기본공제는 5000만원입니다. 암호화폐와 큰 차이가 있죠.

암호화폐는 진짜 화폐? or 디지털 자산? 

 정부의 스텝이 꼬인 건 암호화폐를 진짜 화폐처럼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주식 못지않은 디지털 자산이 돼버렸는데, ‘화폐’라는 말에 매몰돼 있는 거죠. 앞서 유시민 작가가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화폐는 원래 물건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수단입니다. 그 때문에 화폐 가치는 고정돼 있어야 하죠. 하루에도 몇 십 프로씩 등락하면 교환 수단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2030대가 비트코인을 사는 이유는, 암호화폐를 디지털 자산으로 보고 있단 뜻입니다. 특히 아파트값 폭등으로 멘붕에 빠진 젊은층이 패닉 바잉하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장난삼아 만든 도지코인도 엄청나게 폭등했습니다. 가장 안전한 비트코인 역시 한 달 새 수천만 원이 왔다 갔다 하고 있죠. 잘못된 암호화폐 투자로 극단 선택을 한 젊은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겐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습니다. 정부가 암호화폐 자체를 제도권으로 인정하지 않고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법과 규정·제도가 전무한 상태에서 당국은 손을 놓고 있습니다. 2017년 박용진 의원이 거래소 인허가제와 불공정 거래 처벌 법안을 냈지만 논의도 없이 사장됐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230개의 암호화폐가 상장됐고, 97개가 상장 폐지됐습니다. 정말 투기판이 돼버린 거죠.

권리 없이 의무(조세) 없다 

“하루에 20%씩 올라가는 자산을, 그걸 가지고 보호해 주고 해줘야 된다고 하는 그 자체가… 그거는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된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 은성수 금융위원장. 2021년 4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다’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30대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현재의 4050대는 부동산으로 쉽게 돈을 불려놓고, 이제는 투기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2030대에겐 기회조차 오지 못하게 규제를 쏟아냈다고 지적합니다. 이 글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3년 전에도 가상화폐 투기 논란이 일었고, 그 때도 제도권이 아니라며 그냥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2030대의 쌈짓돈이 막대하게 들어간 상황에서 계속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코인 상장 후 자전거래로 급등시키는 세력도 있습니다. 자전거래는 주식시장에선 불법입니다. 하지만 코인시장은 정부의 수수방관으로 얼마든지 작전세력의 놀이터가 될 수 있죠.
 납세자 동의 없인 과세할 수 없다는 게 1215년 영국 대헌장, 즉 마그나 카르타의 원칙입니다. 하물며 800년이나 지난 지금은 어떤가요. 정부가 세금을 걷겠다면서 계속 방치해도 되는 걸까요. 당국이 관리와 보호를 해야할 때는 나 몰라라 하더니, 막대한 소득이 발생하니 그 때서야 세금만 떼가겠답니다.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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