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gaslighting

진짜 영어 5/1

배우 서예지가 연인을 가스라이팅(gaslighting)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자기 생각과 판단을 의심하게 하고, 결국 상대방이 자유 의지와 독립성을 잃고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심리적 지배’를 말한다.

gaslighting이라는 말은 1938년 영국에서 상연된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했다. 이 연극은 1944년 영화 ‘Gaslight’로도 만들어졌다.

gaslighting은 해외에서도 심각한 정신적 학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NBC는 ‘가스라이팅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나’라는 기사에서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뿐 아니라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직장에서도 가스라이팅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건강 정보 사이트 ‘메디컬 뉴스 투데이’는 gaslighting의 유형을 6가지로 분류했다. “네가 잘못 기억하고 있다”고 반박하거나(countering), “네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며 무시하고 반응하지 않는 것(withholding), “너는 너무 예민하구나. 별것도 아닌 걸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니”라며 상대방의 감정을 경시하는 것(trivializing), 과거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부정하는 것(denial), “그건 네 생각이 잘못된 거야”라며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리는 전환(diverting), 인종이나 성 등의 고정관념에 근거해 깎아내리는 것(stereotyping) 등이다.

미국가정폭력상담소(NDVH)는 간단한 결정도 내리기 어렵거나, 스스로 너무 예민한 건 아닌지 끊임없이 돌아보거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꺼리게 되거나, 상대에게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시달리거나, 상대를 감싸면서 원래의 가족이나 친구들과 멀어진다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보라고 권고한다.

정치적인 가스라이팅도 있다. 과거 공산권 비밀경찰들은 반체제 인사를 대상으로 가스라이팅을 활용하기도 했는데, 집에 몰래 들어가 물건 위치를 바꾼다거나 거짓 소문을 퍼뜨려 혼란스럽게 함으로써 자신감을 약화하고 무력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정치적 가스라이터(gaslighter)로 꼽힌다. 끊임없는 거짓말을 통해 미국의 가치를 의심하게 만들었고,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했기 때문이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박혜민, Jim Bulley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