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억년 전 암흑 속에 무슨 일이…우주 최초의 별 보게 될 것”

중앙선데이

입력 2021.05.01 00:21

업데이트 2021.05.0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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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호 26면

[첨단의 끝을 찾아서] 박병곤 대형망원경 사업단장

박병곤 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 사업단장이 칠레 안데스산맥 라스 캄파나스에 설치될 거대마젤란망원경 이미지 앞에 섰다. 김성태 객원기자

박병곤 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 사업단장이 칠레 안데스산맥 라스 캄파나스에 설치될 거대마젤란망원경 이미지 앞에 섰다. 김성태 객원기자

혼돈의 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신음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지구 밖 화성까지 날아간 우주탐사선이 현지에서 헬기까지 띄우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 속도만큼이나 인류를 둘러싼 사회ㆍ환경의 변화도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현재가 혼란스러울수록 미래가 궁금하다. 대한민국은, 인류는 어디로 향해 가고 있을까. 사실, 답은 인류의 손에 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꿈꾸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기획연재‘첨단의 끝을 찾아서’는 현재의 혼돈 속에서도 미래를 열어가는 첨단 과학기술의 현장ㆍ인물을 찾아가 본다.

지구 최대 망원경 프로젝트 참여
구경 25.4m, 허블 망원경 10배 성능
400㎞ 밖 동전까지 알아볼 수 있어

GMT 예정보다 늦어져 2030년 완성
외계 행성·생명체 단서 포착할 수도

서경 70도 41분 09초, 남위 29도 1분 42초. 한반도의 지구 반대편인 남미 안데스산맥 칠레 북부, 해발 2500m 라스 캄파나스에 인류 최대 프로젝트 중 하나가 진행되고 있다. 거대마젤란망원경(GMT·Giant Magellan Telescope)이다. 구경이 25m가 넘는 이 초거대 반사망원경은 고도 540㎞ 지구궤도에 떠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성능이 10배 이상 뛰어나다. 최소 135억 광년, 빅뱅 이후 우주 최초의 별을 볼 수 있는 광학망원경이다.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GMT 프로젝트에는 한국 천문연구원(KASI)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23일 대전 천문연구원을 찾아 박병곤(57) 대형망원경 사업단장을 만나 관측 천문학의 최첨단에 대해 들었다.

대형 망원경 없으면 눈 감고 보는 것 같아

GMT는 어떤 망원경인가.
“인류가 도전하고 있는 차세대 초거대 반사망원경 중 하나다. 지름 8.4m, 두께 40㎝, 무게 20t에 이르는 오목거울 7장을 모은, 주경 25.4m의 반사망원경이다. 가시광선뿐 아니라 근적외선까지 볼 수 있다. 주경 2.4m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분해능이 10배 뛰어나다. 분해능이란, 쉽게 말하자면 떨어져 있는 두 개의 불빛이 멀리서 보면 하나로 보이는데, 그걸 둘로 구분해서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반사망원경에 쓰는 오목거울의 현실적 한계가 8.4m다. 거울을 만든 뒤 최소 폭이 10m 이상인 무진동 차량에 싣고 도로를 지나 천문대가 있는 산꼭대기까지 가야 한다. ”
뭘 보기 위한 건가.
“연구주제가 뭐냐는 것과 같은 얘기다. 허블 망원경으로 본 가장 먼 우주가 100억 광년이다. 이런 우주를 봤다는 것은 100억 년 전 우주를 봤다는 거다. 우리가 추정하는 우주의 나이는 137억 년이다. 빅뱅 이후 우주 최초로 별이 생긴 시점이 2억 년쯤 지나서다. 그럼 적어도 135억 광년을 봐야 우주 최초의 별을 볼 수 있는 거다.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100억 광년을 봤다면, 차세대 우주망원경은 그보다 더 먼 우주에 있는 ‘최초의 별’(First Star)을 관측하기 위한 것이다. 이 밖에도 외계행성과 외계생명체를 찾는 임무도 있다. 지름 1m의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그간 수많은 외계행성을 발견했는데, GMT는 외계행성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을지 없을지까지 분석해낼 수 있다. 가시광선 초정밀 분광기와 근적외선 고분산 분광기가 그 역할을 한다. 분광기는 빛을 파장별로 퍼뜨려 스펙트럼을 만드는데, 특정 부분을 자세히 보면 가운데 빛이 없는 부분이 있다. 관측 대상의 원소들이 빛을 흡수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수소·산소·탄소 등 모든 원소는 에너지를 깎아 먹는, 즉 흡수하는 고유의 위치가 있다. 스펙트럼의 어느 위치가 새까맣게 됐는지를 보면 그에 맞는 원소와 분자까지 알아낼 수 있다. 즉 어느 행성에 탄소나 메탄·물과 같은 것이 있는지 알 수 있어, 생물이 있다는 직접적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왜 별을 보나. 인류에 무엇이 유익한가.  
“천문학을 왜 하느냐와 비슷한 말이다. 우리 인류가 지금까지 과학을 발전시켜온 원동력이 호기심, 즉 미지의 것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우주를 연구하는 이유는 그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기 때문에 잘 알기 위해서 하는 거다. 그것이 수많은 과학기술과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다. 필름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디지털카메라의 촬상소자(CCD)는 우주망원경에서 출발한 거다. 전파망원경에 사용한 자기공명 기술은 이후 병원의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진화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GMT를 국내 최대 보현산천문대의 망원경하고 비교하면 어떤가
“1996년에 만든 보현산천문대의 반사망원경은 1만원권 지폐 뒷면을 장식할 정도로 한국의 자랑이지만, 구경이 1.8m에 불과하다. GMT는 구경만 10배 이상이고 분해능은 14배, 집광력(빛을 모아 더 밝게 보이게 하는 힘)은 200배에 달한다. 보현산천문대 망원경이 인근 영천시의 100원짜리 동전을 식별할 정도라면, GMT는 400㎞ 밖 금강산에 떨어진 동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국내에선 보현산 이후 더 큰 망원경을 왜 안 만드나.
“한국은 천문관측 환경이 좋지 못하다. 최적지인 보현산만 하더라도 맑은 날이 연중 150일이 넘지 않는다. 별의 상(像)도 선명하지 못하다. 별은 한 점으로 보여야 하는데 대기 환경 때문에 흐릿하게 퍼져 보인다. 빛공해도 계속 커지고 있다. 도시 불빛도 점점 밝아지지만 동해 오징어잡이 배 불빛이 굉장히 세다. 하와이 마우나케아나 칠레 라스 캄파나스는 대기가 건조하고 안정돼 있다. 날씨도 연중 300일 이상 맑아 강수량이 1㎜밖에 안 되는 사막 같은 곳이다.”
GMT 프로젝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보현산천문대를 준공하고 나서 보니 일본조차도 오래전에 1.88m 구경 천체망원경이 있었고, 1996년에는 이미 8m 망원경을 건설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수준에 엄청나게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주관측에서 제대로 된 망원경이 없다는 것은 눈을 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8m 망원경으로는 우리 은하 안의 별을 보는 정도의 수준이다. 경쟁 자체가 안 된다. 우리나라도 대형 망원경을 확보하는 것이 대한민국 천문학자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하지만 국내 기술만으로는 그런 망원경을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나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게 GMT다.”
GMT는 언제 완성되나.
“프로젝트 시작은 2004년,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참여했다. 당시엔 2019년이면 완공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의 대형프로젝트는 도중에 난관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지금 추정하기에는 2030년이 돼야 완공이 될 수 있다. 지상에서 우주를 관측하자면 대기권의 공기가 별빛을 왜곡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적응광학, 즉 대기교란을 상쇄하는 기술이다. 거울 한 장 표면 뒤에 피스톤이 700개가 붙어서 흔들리는 공기를 통과한 빛의 광파면에 맞춰 거울 표면을 반대로 왜곡시킨다. 1초에 1000번 정도 피스톤이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쉽지 않은 기술이다. 이런 게 구현돼야 우주망원경처럼 심우주를 제대로 관측할 수 있다. 우주망원경은 공기가 없는 우주에 있어 훨씬 더 선명한 상을 얻을 수 있지만, 크기를 키우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천문연은 GMT 프로젝트의 지분 10% 확보를 목표로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터무니 없는 상상, 50년 뒤 현실 되기도

지상망원경과 우주망원경은 뭐가 다르나
“우주에서 오는 빛(전자기파) 중에는 감마선·X선, 원적외선 등도 있는데, 이런 것들은 지구 대기권에 가로막혀서 지상까지 오지 못한다. 이럴 때 각 파장에 맞는 우주망원경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이 별빛이라면 가시광선만 생각하는데,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은 전체 전자기파 대역의 극히 일부다. 우주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걷다가 부딪힐 수 있는 장애물 같은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게 블랙홀이다. 블랙홀이 주위의 물질을 빨아들일 때 이 물질이 굉장히 큰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 에너지가 X선이다. 찬드라X선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하면 블랙홀의 존재를 알 수 있다.”
천체 사진을 보면 총천연색이다. 별의 색깔이 있나.
“허블 우주망원경 등 광학망원경으로 찍은 천체 사진의 색깔은 진짜다. 다만 사진을 찍을 때 여러 개의 필터를 이용해 빛의 3원색인 빨강(R)·녹색(G)·파랑(B)을 각각 따로 찍은 뒤에 합치는 거다. R·G·B를 따로 찍어야 정확하게 대상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당연한 얘기지만 X선이나 자외선 등 가시광선 바깥의 파장을 찍은 천체망원경 사진의 색은 가짜다. 어차피 사람 눈이 감지할 수 있는 색이 아니니, 비교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임의로 색을 입힌다. 물론 그 속에도 원칙은 있다.”
50년, 100년 뒤의 관측 천문학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 내가 생각하는 터무니없는 상상도 50년 뒤엔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 중력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에 지름 100m짜리 망원경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지구 여러 곳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지름만 한 전파망원경의 효과를 만들어 블랙홀 영상을 찍지 않았나. 지구와 달의 망원경을 이어 지름 38만㎞의 전파망원경을 만들면 상상도 못 할 천체를 찍고 우주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거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이 진행되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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