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승효상, 비닐 방독면을 얼굴에 쓴 까닭은

중앙선데이

입력 2021.05.01 00:20

업데이트 2021.05.03 17:53

지면보기

734호 19면

[사진 박경호]

[사진 박경호]

‘엄근진’한 건축가 승효상이 호텔 방에 있던 비닐 방독면을 얼굴에 쓰고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사진) 현대 무용가 차진엽은 철조망 거울 앞에서 불안한 듯 온몸을 비튼다. 대한민국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비무장지대(DMZ) 200m 앞에 아트호텔로 새롭게 변신한 ‘리 메이커(Re:maker)’ 안에서 벌인 예술가들의 퍼포먼스 중 하나다.

강원도 고성 DMZ 낡은 숙박시설
아트호텔 ‘리 메이커’로 대변신
예술가들 개관 기념 퍼포먼스

실향민과 관광객들이 머물던 폐 숙박시설이 아트호텔로 바뀐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 고성군이 공동주최하고 강원문화재단이 주관한 ‘DMZ문화예술삼매경 Re:maker’(감독 홍경한) 덕분이다.

‘리 메이커’는 영국 작가 뱅크시가 이스라엘 베들레헴에 세운 ‘벽에 가로막힌 호텔(The Walled Off Hotel)’에 이은 세계 두 번째 탈이념 지향의 예술 호텔. 뱅크시는 2017년 팔레스타인 분리장벽에 불화를 넘어선 평화를 기원하는 호텔을 만들어 주목 받았다.

2층짜리 2개 건축물에 있던 8개의 객실은 오묘초(미디어·설치), 류광록(설치), 스포라_스포라(설치·회화), 박경(설치·회화), 스튜디오 페이즈(설치·회화), 박진흥(회화), 신예진(설치), 홍지은(공예·설치) 등 8명의 예술가가 각각 맡아 평화·생태·미래를 주제로 인테리어부터 소품 하나에 이르기까지 개성 넘치는 아트룸으로 꾸몄다.

2020년 수림미술상 대상 수상자인 오묘초 작가가 맡은 ‘오묘초 룸: Weird tension’의 경우, 단순한 아트룸 개조를 넘어 DMZ가 갖는 장소성을 대중들에게 강조하기 위해 ‘팝업형 아티스트 컬렉티브’를 활용했다. 보다 창의적이고 다원적인 예술을 만들기 위해 작가·음악가·감독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협업을 위해 결성한 소규모 모임이다.

당초 예정에 없던 이같은‘아트 해프닝’을 기획한 김포그니씨는 “DMZ가 정치적으로만 해석될 경우 젊은 세대의 관심이 줄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DMZ라는 특별한 공간에 예술계 인사가 갑자기 방문해 ‘종전이 아닌 휴전 중에 있는 시민으로서’ 자신만의 공간 해석을 선보이는 퍼포먼스를 동영상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1995년 영국 런던 서펜타인 미술관과 이탈리아 로마 바락코 미술관에서 영화배우 틸다 스윈튼이 7일 연속 하루 8시간씩 유리 상자 안에 들어가 잠을 잔 퍼포먼스에 착안한 것이다.

아트호텔 ‘리 메이커’는 로비와 복도 에도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설치해 작은 미술관을 표방했다. 지난달 30일 정식 오픈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막이 5월 중으로 연기됐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