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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맛 나는 증편, 짠맛 고트 치즈 ‘찰떡궁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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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호 18면

코로나19로 ‘혼술족’ ‘홈술족’이 늘면서 안주에 대한 관심, 그중에서도 치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자체로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어떤 재료와 함께 먹어도 고루 어울리는 게 치즈의 매력이다. 덕분에 국내로 수입되는 치즈 종류도 훨씬 다양해졌다. 이젠 와인 종류를 잘 아는 사람보다 치즈 종류를 잘 아는 사람이 진정한 미식가로 보일 정도다.

맛있는 치즈 페어링 #구운 주꾸미, 브리와 먹으면 별미 #미나리·모차렐라 조합 봄 맛 가득 #누룽지·체다 치즈, 막걸리에 최적 #꿀 꽈배기에 블루 치즈 맛도 환상

서양인들이 우리의 청국장 냄새를 힘겨워하듯, 사실 우리에겐 서양의 치즈 냄새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둘 다 오랜 시간 천천히 또 충분히 인간의 삶 속에 스며들었던 음식이라 일단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친숙해질 만한 요소들이 많다.

200여 종의 치즈를 수입하는 구르메F&B의 조성춘 대표는 “우리나라 김치와 된장이 지역마다 맛이 다르듯, 치즈도 나라와 지역별로 만드는 방법과 맛이 달라서 알면 알수록 호기심이 생긴다”며 “농경 생활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칼슘을 공급해온 주요 식재료로 건강에 이롭다는 점도 우리의 장과 많이 닮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치즈를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한국인의 소울 푸드인 삼겹살부터 나물, 떡,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우리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들과 어울리는 치즈는 어떤 것들일까. 홍신애 요리 연구가로부터 “다년간의 경험에서 터득한 최상의 ‘단짠’ 궁합”을 들었다.

증편+고트 치즈. 떡과 치즈는 동서양의 완벽한 만남으로 궁합이 좋다. 특히 짠맛 도는 고트 치즈랑 술맛 나는 증편 또는 팥앙금이 있어 단맛 나는 바람떡이 잘 어울린다. 박종근 기자, [촬영협조 구르메F&B]

증편+고트 치즈. 떡과 치즈는 동서양의 완벽한 만남으로 궁합이 좋다. 특히 짠맛 도는 고트 치즈랑 술맛 나는 증편 또는 팥앙금이 있어 단맛 나는 바람떡이 잘 어울린다. 박종근 기자, [촬영협조 구르메F&B]

◆증편+고트 치즈=염소젖으로 만든 고트 치즈 중 프랑스 뽀아또-샤헝뜨 지방에서 만드는 ‘일 드 프랑스 샤브루’는 매우 부드러워서 숟가락으로 떠먹거나 디핑소스로 사용하기 좋다. 특유의 새콤한 맛과 콤콤한 향이 매력. 여기에 술맛 나는 떡 증편을 조합하면 술과 안주를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홍씨는 “떡과 치즈는 동서양의 완벽한 만남으로 궁합이 아주 좋다”며 “살짝 짠맛이 나는 치즈랑 증편처럼 산도가 있는 떡 또는 팥앙금이 있어서 단맛이 강한 바람떡이 특히 잘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주꾸미+브리 치즈. 크리미한 치즈 특유의 단맛과 주꾸미의 짠맛이 어우러져 별미가 된다. 박종근 기자, [촬영협조 구르메F&B]

주꾸미+브리 치즈. 크리미한 치즈 특유의 단맛과 주꾸미의 짠맛이 어우러져 별미가 된다. 박종근 기자, [촬영협조 구르메F&B]

◆주꾸미+브리 치즈=프랑스 일 드 프랑스 지방의 브리(Brie) 마을에서 소젖으로 만든 게 브리 치즈다. 견과류와 과일 향이 풍부하고 크림처럼 부드러운 게 특징. 샤를 8세, 앙리 4세 등 프랑스 왕실에서 즐겨 먹었다고 해서 ‘왕들의 치즈’라고 불리며, 샴페인과 잘 어울린다고 알려졌다. 브리 치즈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구워 먹었을 때 더 맛있다. 흰 곰팡이가 핀 외피 부분이 녹으면서 속살이 크림처럼 흘러내리면 색다른 시각적 즐거움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구운 주꾸미를 퐁듀처럼 치즈에 푹 찍어 먹으면 크리미한 치즈 특유의 단맛과 주꾸미의 짠맛이 어우러져 별미가 된다. 주꾸미 다리 빨판을 아래로 향하게 해서 구우면 다리가 위로 말리면서 왕관처럼 예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주꾸미를 먼저 굽고 한 프라이팬에 브리 치즈를 같이 구워 먹어도 좋다.

미나리+모차렐라 치즈

미나리+모차렐라 치즈

◆미나리+모차렐라 치즈=쫀득쫀득, 말랑말랑한 모차렐라 치즈는 숙성 치즈 특유의 냄새가 없어서 초심자들에게 부담이 덜하다. 치즈에 올리브 오일과 후추만 뿌려 먹어도 맛있지만, 여기에 미나리를 조합하면 봄 느낌 물씬 나는 한 접시가 된다. 물에 깨끗이 씻은 미나리를 다진 마늘·참기름·설탕 등을 넣은 양념간장으로 무친다. 모차렐라 치즈는 물기를 뺀 후 손으로 찢어서 미나리 무침 위에 툭툭 얹는다. 여기에 루꼴라와 홍고추까지 곁들이면 주말용 브런치로 제격이다.

바게트+리코타 치즈

바게트+리코타 치즈

◆바게트+리코타 치즈=리코타(Riccota)는 이탈리아어로 ‘두 번 데웠다’는 뜻. 치즈를 데워 나온 유청에 신선한 우유나 크림을 첨가해 한 번 더 데워 만들기 때문이다. 하얗고 촉촉하며, 담백하면서도 우유의 단맛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생 치즈로 음식 위에 얹을 때 모양 잡기에도 좋다. 담백한 바게트 빵과 잘 어울리는데, 여기에 잼을 얹고 소금과 후추까지 살짝 뿌려주면 완벽한 ‘단짠’ 조합이 된다.

바닐라 아이스크림+빔스터 치즈

바닐라 아이스크림+빔스터 치즈

◆바닐라 아이스크림+빔스터 치즈=빔스터 치즈는 네덜란드 빔스터 간척지에서 낙농업자 협동조합이 만들기 시작했다. 약 10개월 간 숙성시킨 고다 타입의 치즈로, 단단한 텍스처와 장기 숙성한 고다 특유의 진하고 풍부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잘라서 그냥 먹거나 풀 바디 레드 와인과 함께 먹어도 좋지만,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강판으로 갈아 뿌려주면 자꾸만 손이 가는 궁극의 ‘단짠’ 조합이 어떤 것인지 만끽할 수 있다.

막걸리+누룽지+체다 치즈

막걸리+누룽지+체다 치즈

◆막걸리+누룽지+체다 치즈=동서양의 만남 조합이다. 누룽지를 튀겨 설탕을 뿌린 다음 조각을 내서 체다 치즈를 한 조각씩 얹어 먹는 방법이다. 탄수화물·단백질·무기질 등 영양적으로도 균형 잡힌 조합이지만 극과 극으로 다른 식감의 조합이 재밌다. 함께 조합한 ‘캐시 밸리 마일드 체다’는 영국 정통 체다 치즈는 아니지만 은은하게 느껴지는 우유 향과 부드러움이 특징이다.

꿀 꽈배기+블루 치즈

꿀 꽈배기+블루 치즈

◆꿀 꽈배기+블루 치즈=푸른곰팡이가 대리석 무늬처럼 퍼져 있는 블루치즈는 꿀이랑 궁합이 좋다. 꿀을 푹 찍어 먹는 고르곤졸라 피자가 대표적이다. 고르곤졸라 자체가 세계 3대 블루치즈 중 하나다. 푸른곰팡이의 강렬한 냄새를 꿀의 달콤함이 잡아주기 때문에 한 번 손을 대면 결코 멈출 수 없다.

삼겹살구이+라클레트 치즈

삼겹살구이+라클레트 치즈

◆삼겹살구이+라클레트 치즈=프랑스어 ‘긁다(Racler)’에서 유래한 라클레트 치즈는 반으로 갈라 단면을 불에 쬐어 녹여 먹는 스위스 정통 치즈다. 보통 슬라이스 타입으로 판매되며 녹였을 때의 녹진한 우유 풍미, 크리미한 질감, 고소한 맛의 밸런스가 좋다. 잘 구운 삼겹살 위에 살짝 구운 라클레트 치즈를 이불처럼 덮고 먹을 만큼 찢어 먹거나 아예 전용 그릴에 구워 퐁듀처럼 찍어 먹으면 맛있다. 이때 아삭한 파프리카 또는 사과를 곁들여도 좋다.

과일+프로마쥬블랑 치즈

과일+프로마쥬블랑 치즈

◆멜론·키위·산딸기+프로마쥬블랑 치즈=숟가락으로 떠먹는 생 치즈 프로마쥬블랑은 프랑스에서 요거트 대신 그래놀라·과일·견과류·잼·꿀을 넣고 아침 식사 대용으로 많이 먹는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솔트’에선 디저트로 튀김을 낼 때 소스로 함께 낸다. 멜론을 그릇처럼 파서 제철 과일을 담고 치즈를 얹은 다음,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리면 근사한 디저트가 된다.

에스프레소 커피+에멘탈 치즈. 쌉싸름한 커피와 고소하면서도 짠맛을 가진 치즈는 의외로 잘 어울린다. 박종근 기자, [촬영협조 구르메F&B]

에스프레소 커피+에멘탈 치즈. 쌉싸름한 커피와 고소하면서도 짠맛을 가진 치즈는 의외로 잘 어울린다. 박종근 기자, [촬영협조 구르메F&B]

◆에스프레소 커피+에멘탈 치즈=추억의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 수시로 등장했던 구멍 숭숭 뚫린 치즈가 바로 에멘탈이다. ‘스위스의 한 조각’이라고 불릴 만큼 스위스를 대표하는 치즈로, 스위스 대표 음식인 퐁듀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쌉싸름한 맛과 고소한 맛의 밸런스가 좋아서 에스프레소처럼 강렬한 쓴맛과 어울렸을 때 부드러운 여운을 남긴다. 구르메F&B의 플래그십 스토어 ‘메종 드 구르메’에선 커피를 주문하면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사탕처럼 포장한 조각을 1개씩 매치해준다.

서정민 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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