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5월이 제철인 키조개…홍콩선 말린 관자 인기

중앙일보

입력 2021.04.30 10:00

[더,오래] 강병욱의 우리 식재료 이야기(14)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조개구이집이 아주 큰 호황을 누렸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그 시절 편의점보다 조개구이집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싱싱한 조개가 불에 올려져 익어가는 모습이 너무너무 먹음직스러웠다. 그중 키조개, 관자를 가장 좋아했던 것 같다. 아마도 다른 조개에 비해 크기도 크고 씹는 맛이 남달라 좋아했던 것 같다. 봄을 위한 겨울 보양제라고도 불리는 키조개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키조개는 7~8월 산란기를 앞두고 영양분을 축적한 4~5월이 제철로 어느 때보다 맛있다. 키조개는 점점 넓어지는 삼각형으로, 곡식을 걸러내는 ‘키’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치조개나 도끼조개, 가래조개라고도 불린다.

키조개는 점점 넓어지는 삼각형으로, 곡식을 걸러내는 ‘키’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4~5월이 제철로 어느 때보다 맛있다. [중앙포토]

키조개는 점점 넓어지는 삼각형으로, 곡식을 걸러내는 ‘키’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4~5월이 제철로 어느 때보다 맛있다. [중앙포토]

수심 5~10m의 진흙에 주로 서식하는데, 잠수부가 직접 하나하나 손으로 따는 까닭에 가격이 다른 것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다. 키조개는 여느 조개와 달리 큼직한 패주(관자)를 가지고 있다. 관자는 조개가 자신의 껍데기를 열고 닫기 위해 만들어 놓은 근육이다. 생물학적 용어로는 폐각근이다. 보통의 조개 패주는 작고 질기다. 보통의 조개는 ‘발’이라 부르는 근육을 껍데기 바깥으로 내밀어 이동하므로 관자와 같은 기타의 근육도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키조개는 붙박이 생활을 하니 강한 근육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키조개에는 ‘발’이 안 보이며 관자는 작고 질긴 근육보다는 큼직하고 부드러운 근육으로 발달해 있다.

국내에서는 충남 보령이 전국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키조개 산지다. 연간 6500t 정도 채취되며, 키조개의 관자는 1138t 정도 생산된다. 충남 보령 앞바다는 갯벌에서 나오는 각종 미네랄과 영양소가 풍부해 그것을 먹고 자란 키조개가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 일본에서 그 상품성을 인정받아 매년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정약전이 조선 순조 때 지은 『자산어보』에는 키조개에 대해 “큰놈은 지름이 대여섯 치 정도이고, 모양이 키와 같아 평평하고 넓으며 두껍지 않다. 실과 같은 세로무늬가 있다. 빛깔은 붉고 털이 있다. 맛이 달고 산뜻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키조개의 손질은 어려우면서도 쉽다. 우선 키조개를 위로 세워 껍질 사이에 칼을 넣은 후 관자를 중심으로 저미듯 아래로 잘라준다. 이때 칼이 손을 찌를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 키조개를 벌려준다. 가끔 키조개에 칼을 집어넣을 때 순간적으로 입을 다무는데 그 힘이 매우 세기 때문에 주의해 손질해야 한다.

키조개를 반으로 가르면 관자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날개 살, 관자, 내장, 꼭지 살이 보인다. 내장은 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내장만 제거하고 관자, 날개 살, 꼭지 살은 모두 먹어도 좋다. 키조개의 꽃인 관자는 아이보리색이 감돌면서 윤기가 나는 것이 신선하며 맛이 좋다. 관자를 손질할 때, 관자 주위에 너덜너덜하게 붙어 있는 얇은 막을 벗겨 내고, 결 반대 방향으로 모양을 그대로 살려 두께에 따라 편으로 2~3등분 해 먹는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키조개에 대해 “실과 같은 세로무늬가 있다. 빛깔은 붉고 털이 있다. 맛이 달고 산뜻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 영화 '자산어보' 스틸]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키조개에 대해 “실과 같은 세로무늬가 있다. 빛깔은 붉고 털이 있다. 맛이 달고 산뜻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 영화 '자산어보' 스틸]

관자는 자양과 강장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에 윤기를 주어 노화를 방지하고 혈압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고혈압에 효과가 아주 크다. 필수 아미노산과 철분이 풍부하여 피로한 시신경을 회복시켜 줄 뿐만 아니라 시신경의 약화로 인한 두통과 현기증, 어깨 결림에도 효과가 있다. 날것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말린 것이 영양가나 약효 면에서 훨씬 더 우수하다. 홍콩 거리를 걷다 보면 많은 해산물을 말려서 판매하는데, 그중 관자의 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

그럼 관자를 가지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개인적으로 관자는 해산물 중에 가장 맛있는 재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싱싱한 관자를 얇게 썰어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으면 야들야들한 맛 속에 담백하면서도 짭짭한 바다 냄새가 난다. 관자는 구워 먹으면 그 맛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돌판에 참기름을 둘러 노릇노릇하게 구우면 씹히는 맛이 훨씬 더 좋아진다. 살짝 익혀 깨소금을 묻혀 입에 넣으면 더욱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오래 익히면 고무처럼 질겨 살짝 익혀 먹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관자 버터구이다. 키조개를 직접 손질한 뒤, 껍질은 버리지 않고 접시로 활용한다. 손실한 관자를 다시 얇게 썰어 키조개 위에 올려준다. 그리고 버터와 편으로 썬 마늘과 양파를 올려주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집에 있는 오븐에서 살짝 버터만 녹여주는 느낌으로 구워주고, 오븐이 없으면 토치를 활용해 익혀줘도 맛이 좋다.

키조개는 참으로 인기가 많은 식재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오동통한 관자 요리를 싫어하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처럼 금방 지나 가버리는 봄에 가장 맛이 좋은 관자를 잊어버리지 않고 꼭 챙겨 먹어봤으면 좋겠다.

넘은봄 셰프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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