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국립대 무상대학으로" 與 법안, 사립대 죽음 앞당긴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30 05:00

최근 신입생 모집난으로 지방대학의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 국립대에 등록금을 파격적으로 지원해 '무상대학'으로 만드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방 국립대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오히려 지방 사립대가 더 빨리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국공립대본부 조합원들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대 위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국공립대본부 조합원들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대 위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은 최근 지방 국립대 등록금을 면제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 및 지자체가 지방 국립대 등록금의 전액 또는 50% 이상 부담하는 내용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지역인재 유출 등으로 인한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취지다.

소요 예산은 등록금 전액 지원 기준 5년간 2조 6020억원 또는 1조 7473억원이 들 것으로 계산했다. 전자는 국가·지자체 장학금 지원액을 빼고 나머지를 지원했을 경우, 후자는 교내 장학금지원액까지 제외한 뒤 나머지를 지원했을 경우다. 해마다 3500~5200억원 정도가 드는 셈이다.

지방국립대 등록금 싼데도 ‘인서울’ 쏠림 못막아

하지만 등록금 지원만으로 지방대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지방 국립대 등록금이 다른 대학보다 싼데도 경쟁력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교육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대 연간 평균 등록금은 418만460원으로 사립대(749만2100원)보다 저렴했다. 지역별로도 비수도권(619만2600원)이 수도권(760만9000원) 대학보다 싸다. 특히 수도권 이외 지역 국립대 평균 등록금은 381만원으로 서울 소재 사립대 평균(748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별 국·사립대 평균등록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역별 국·사립대 평균등록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등록금이 비싸도 수도권 쏠림은 가속하고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지역 대학이 예전보다 위력을 못 발휘하고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은 이제 불가항력적”이라면서 “등록금 부담 완화가 하나의 마케팅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학생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대학 경쟁력이다”고 말했다.

지역거점 국립대 살려야 VS 사립대 죽이는 정책

국립대 측은 무상대학 법안으로 경쟁력 있는 지방 대학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순기 경상대 총장은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를 매주 하고 있는데, (안 의원의 발의안이) 하나의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수도권의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는 지방대를 지원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지방 거점 국립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인 남중웅 한국교통대 교수는 “등록금 지원으로 지방국립대 무상교육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근본적 해결은 아니다”며 “정주 여건·교육환경·졸업 후 취업 등에서 지방대학이 여전히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입학생이 줄어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의 대학에선 학교끼리의 통합도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전국교육대학총동창회가 부산교대-부산대 통합에 반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입학생이 줄어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의 대학에선 학교끼리의 통합도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전국교육대학총동창회가 부산교대-부산대 통합에 반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반면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국립대가 아닌 사립대 지원이 시급하다고 했다. 송 교수는 “지금도 국립대와 사립대가 등록금 격차가 큰데 국립대가 무상이 되면 사립대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등록금을 못 올리게 하는 상황에서 사립대 재정은 10년 전과 똑같은데, 교수·직원이 모두 공무원인 국립대 재정 규모만 계속 커졌다”고 말했다.

안민석 “지역 국립대 우수인재 유치해야…사립대 지원책도 필요”

안민석 의원은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서울시립대가 반값등록금을 도입해 학교 수준이 좋아졌듯 무상대학을 통해 지역의 우수한 아이들을 국립대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 기업에서 해당 지역 국립대 출신을 획기적으로 채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등이 병행되면 지역의 인재가 굳이 고달픈 서울살이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중앙포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중앙포토

지방 사립대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 안 의원은 “궁극적으로는 사립대도 지원해야 하는데, 당장의 재원 문제 때문에 우선 지방 국립대부터 도입하자는 취지”라며 “사립대를 살리는 별도의 정책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진 대전대 법학과 교수는 “요즘은 ‘무조건 인서울’ 경향이 강해졌다”며 “사립대는 공영형 사립대 체제로 가고, 지방대는 지역인재 할당제 등과 병행해 등록금 지원을 늘린다면 지방 거점대학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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